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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도리작가 Jun 03. 2019

사라진 작은 위로

나는 오전 10시에 출근하고 저녁 7시에 퇴근한다.

퇴근 후 집에 가서 밥을 먹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다.

그래서 퇴근 무렵 가끔 어느 식당에 들르곤 한다.

회사 직원과 마주칠 걱정 없고  대부분 6000원 정도의 부담 없는 가격에 맛까지 좋은 곳

나만 알고 싶은 식당이다.

매번 같은 시간에 가다 보니 사장님과 친해졌는지 함께 아이들 키우는 얘기도 하고 밑반찬 만드는 비법도 전수받곤 한다.


최근에 입맛이 통 없어 한 동안 그 식당에  못 갔다.

그러다 어느 날 엄마 집에 밥 먹으러 가는 것처럼 고민 없이 '쓱' 들어갔는데...

뭔가 이상하다. 달라진 분위기, 달라진 사람,

어디에 시선을 두어도 뭐 하나 걸리는 것 없이 익숙한 곳이었는데...


식당 주인이 바뀌었다.

낯선 사람이 '어서 오세요'한다. 

너무 오랜만에 왔구나. 주인이 바뀌었다.

항상 반가운 얼굴로 웃어주던 그 사장님이 아니다.


당황한다. 들어갈 수가 없다.

'아니... 그... 죄송합니다.'바로 나온다.

퇴근 무렵 잠깐 들를 수 있는 편안한 곳이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갔다.

중간에 몇 번 갔으면 '저 이제 장사 그만해요' 말씀해 주셨을 텐데...

나는 아쉽다고, 그동안 맛있는 밥 감사했다고, 항상 건강하게 지내시라고 말씀드렸을 텐데...



위로가 되었나 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타인에게 의지하고 있었나 보다

따뜻한 밥 한 끼에 위로받고 있었나 보다.

가게가 좁아 서로의 공간을 조금씩 공유해도 불편함 없이 각자 할 일을 할 수 있었다.

어느덧 익숙해진 사람이고 공간이었다.

마음속에 작은 바람 하나 빠져나간다.



달력을 자주 본다

이번 달, 다음 달

다음 달이 되면 그다음 달

장 최적의 타이밍을 가늠하며 달력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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