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기용 May 22. 2022

AI 창작물의 저작자는 누구?
- 개념 미술의 관점에서

생각일기 1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이제는 예술의 영역까지 인공지능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제는 구글의 Deep Dream Generator로 누구든지 AI를 이용해 사진을 합성하고 새로운 그림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AI가 침범할 수 없다고 여겼던 창작과 예술이 현실로 부정당하며 조금씩 세상이 적응해가는듯 하다. 그리고 'AI창작물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라는 새로운 의문이 화두에 올랐다.



Deep Dream Generator가 합성한 고양이 사진



'AI창작물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답하기에 앞서, AI의 예술은 어느 부분에서 미술작품의 가치가 탄생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저작권을 가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단순히 작품의 아름다움만으로 미술작품의 가치를 판단한다면, 위의 합성된 고양이 사진은 가치를 지닌 작품일 것이다. 하지만 미술작품의 가치는 아름다움 외에도 많은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AI예술은 어느 부분에서 가치가 만들어지는가?'란 물음은 곧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물음으로 돌아간다. 이런 물음들을 차근차근 대답하며 생각을 정리해보도록 하자. 이 글에서는 개념 미술의 관점에서 AI창작물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사실상 오늘날 거의 모든 예술은 개념 예술이거나, 개념 예술과 상하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 개념 미술이란 무엇인가?






개념 미술



개념 미술은 형태나 재료에 관한 것이 아니라 개념과 의미에 관한 것다. 솔 르윗에 따르면 개념 미술에서는 생각이나 관념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측면이 된다. 예술가가 예술에 개념적 형식을 사용한다는 것은 곧 모든 계획과 결정이 미리 만들어지고 실행은 부차적인 것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솔 르윗은 그의 작품 '벽 드로잉'의 실행을 고용된 인부들에게 위탁했다. 그는 벽 드로잉을 제작하기 위한 지침을 고용된 인부들에게 주었을 뿐이다. 이렇듯 개념 미술에서는 시각화되지 않은 생각이나 관념도 완성된 산물 못지않은 작품이다.


솔 르윗의 '벽 드로잉'



사실 AI가 예술에 발을 들이기 전에도 이미 개념 미술이라는 형태로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제시해왔다. 역설적이게 순수 미술가들과 마찬가지로 개념 미술가들도 미술이 정확히 정의되는 것을 꺼려했다. 예술, 즉 창의성에 관한 것은 틀을 깨는 성향이 강한데 개념 미술이 정의된다면 그것은 더이상 예술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개념미술의 논리에서 AI의 창작물을 본다면, 의미없이 두개의 그림을 붙여놓은 것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별 가치가 없다. 이는 마치 피카소의 작품을 프린터로 인쇄한 종이의 가치와 같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가치'란 무엇일까? 논의에서 필수적인 개념이니 잠깐 가치의 개념을 정립하고 가보자.






가치



위키백과에 따르면 가치는 일반적으로 좋은 것, 값어치 · 유용 · 값을 뜻하며, 인간의 욕구나 관심을 충족시키는 것, 충족시키는 성질, 충족시킨다고 생각되는 것이나 성질을 말한다. 여기서 가치가 인간 중심적인 개념임을 알 수 있다. 나의 주관적인 가치의 정의를 말해보면, 가치는 사람들이 그것을 가치있다고 믿는 데에서 발생한다고 본다. 사람들 대부분 돈이 가치있다고 동의하기 때문에 돈의 가치가 생긴다. 예전처럼 금본위제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금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귀한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가치가 발생한다.



따라서 AI의 창작물이 어느정도 가치가 있는지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AI의 창작물에 매기는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내 생각에 현재 AI가 만든 그림은 프린터보다 조금 위의 수준이다. AI가 인간과 같은 상호작용으로 그림을 만들어냈다고 하더라도, 인간처럼 나에게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없고 아무런 설명도 없기 때문에 내가 보기에는 프린터가 약간 응용된 정도에 그치는 것이다.







강인공지능의 창작물은 AI의 것이다



만약 미래에 강인공지능(거의 모든면에서 인간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이 나타나 우리에게 자기가 만든 작품 속 의미를 설명해준다면 AI의 창작물에 대한 속뜻을 이해할 수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때는 인공지능을 하나의 주체로서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AI가 발달할 수록 인공지능 창작품에 들어가는 인간의 창의적인 발상은 줄어들고, 인공지능이 주체적으로 작품을 만든다. 강인공지능이 만든 창작품은 인공지능의 작품이다.



그럼 인공지능은 작품의 가치를 소유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가? 만약 인공지능을 사람과 동등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주체로 인정한다면 AI에게 돈을 주는게 맞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부를 축적할 수 없는 존재로 규정된다면, 이는 누구에게도 저작권이 없는 창작물로 인정되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즉 NCS(NoCopyrightSounds)나 오픈 소스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예술이 인정된다면 인간 창작자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역사적으로 사진기가 발명되었을 때도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지금 사진과 그림은 다른 종류의 예술로 분류되어 각자 다른 가치를 인정받는다. 인공지능 또한 전자미술로서 다른 가치를 지닌 예술 분야로 분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약인공지능의 창작물은 인간의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용화된 구글의 Deep Dream Generater 같은 약인공지능(기존의 인간이 할 수 있는 능력의 일부분만 모방하는 인공지능)은 다르게 본다. 약인공지능은 하나의 도구로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스스로 작품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어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같은 동아리 친구가 만든 불바다 작품의 경우 '물과 불 사진을 합성해서 인공지능이 생각하는 불바다를 만들어야겠어'라는 생각 자체가 예술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사용한 것은 중요하지 않다.



친구가 만든 작품 '불바다'



인공지능이 만든 창작물을 보고 인간이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면, 그것은 AI가 의도한 바와 상관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 이는 개념미술의 '레디메이드' 개념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만들어진 창작물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이 새로운 가치, 의미를 부여한 것이기 때문이다. AI가 만든 작품을 거금을 주고 사들인다면, 그것은 자기가 작품을 보고 정한 가치만큼 지불한 것이기 때문에 자기의 작품의 가격을 정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생각 정리



결론적으로 'AI창작물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물음에 AI에게 있다고 대답할 수 있다. 약인공지능의 창작물은, 개념미술의 측면에서 AI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작품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창작물의 가치는 현저히 낮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강인공지능의 경우라면, 작품의 의미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높은 가치의 창작물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강인공지능의 창작물은 AI 자체에게 저작권을 주기보다 저작권이 없는 오픈소스로 사용하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별도 첨부

인공지능의 딥러닝은 인간의 뇌가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본따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우리의 뇌는 뉴런들이 전기작용으로 연결되어있다. 만약 인공지능이 우리의 뇌와 똑같은 상호작용으로 동일하게 작품을 만들어낸다면 그들 또한 '창의성'을 갖고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물음은 '컴퓨터에 내 뇌를 다운로드한다면 그것을 나라고 부를 수 있을까'와 같은 인간의 존재론적인 질문과 연결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현행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만 저작권을 갖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법은 코끼리나 원숭이가 그린 그림을 염두에 두고 만든듯 하다. 그들은 어떤 의미를 갖고 미술작품을 만들기 보다는 마음가는대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창의성이 있다고 하기 힘들다. 그럼 AI가 창의성을 통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여 미술작품을 만든다면 여기에는 저작권을 부여하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인공지능이 미술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이유는, 원래 있던 그림들의 수학적 패턴을 찾아내 학습하기 때문이다. 예술 또한 수학적인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고 이는 컴퓨터가 더 잘하는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컴퓨터가 두각을 보이는게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