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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z성 Aug 25. 2020

나는 지적 장애인 동생이 있다.

특별한 동생과의 제주도 여행기 1화 

나는 그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엄마에게 울부짖으며 소리쳤던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밤.


“엄마, 나 진짜 밖에서 동생하고 다니기 창피해, 나는 왜 저런 동생이 있어? 엄마는 왜 저런 동생을 낳아서 나를 힘들게 해?”


그날 밤 엄마에게 왜 그랬는지 정확한 이유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엄마는 그저 방으로 들어가라는 말뿐 화를 내거나 혼내시지도 않으셨다. 그리고 정확히 3개월 뒤, 11살의 나는 호주 유학길로 보내졌다. 나는 동생이 없는 곳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으며 4년 간의 유학길에 올랐다.

 

나는 장애인 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어렸을 적부터 스스로 깨달았다. 식당, 마트, 길거리 어디를 가던 사람들은 동생을 괴물 보듯이 쳐다보았다. 동정심 가득한 눈빛으로 ‘힘내!’라는 메시지를 주었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그 모든 눈빛과 메시지들을 증오하고 외면했다.


동생을 괴물로 보는 눈빛들과, 엄마를 불쌍하게 보는 친척들, 동생 때문에 일어나는 가정불화들을 어린 나이에 견디기 힘들었다. 집 밖에서는 장애인 동생을 들킬까 봐 불안했고, 집 안에서는 동생에게 사랑을 뺏기지 않으려고 예민했다. 이 모든 것을 회피하려 해외로 도피했지만, 4년 간의 유학생활을 끝마치고 돌아온 집은 예전 그대로였다.


말이 통하지 않는 동생, 사소한 것에 싸우는 부모님, 이 모든 상황이 짜증 났던 청소년기의 나 자신은 분노의 집합체였다. 뿐만 아니라 유학을 다녀온 뒤 중학교에서 왕따까지 당하며 온갖 부정적인 성격이 형성되기 시작되었고, 어린 나이에 매우 심한 우울증까지 겪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내 인생의 모든 불행을 동생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동생은 나에게 짐이었고, 없어져야 할 존재였으며,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존재였다. 동생이 장애인이 아니었다면 나는 평범한 삶을 살았을 거라고 확신했다. 동생과 손을 잡고 매주 복지관에 가는 아빠도, 할머니 집에 갈 때마다 눈치 보는 엄마를 볼 때마다 이유 없이 분노가 치밀었다.

 

대학교 입학 후 자취를 시작하고 나서는 술과 유흥이 내 인생의 전부였다. 그러나 그것들은 현실을 회피하기 위한 일시적인 땜빵이었을 뿐,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유 없는 눈물이 흘렀고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20대의 나는 매우 빻았었다. 부모님을 일주일에 한 번씩 울리는 자식이었고, 친구들에게는 술과 유흥에 빠진 철없는 친구였으며, 나 자신에게는 불행의 원인을 동생에게 돌리는 비겁한 기회주의자였다. 돈, 애인, 친구가 있어도 행복하지 않았다. 당장 인생이 끝나도 하나 아쉽지 않은 청춘이었다.






1. 동생과의 동거 첫날 화이팅을 외치는 모습   2. 새로운 식구 김탱자와 함께


그리고 2020년 7월, 나는 동생과 둘이 신혼부부처럼 알콩달콩 살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4일 뒤 둘만의 제주도 여행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불행만 안겨주는 존재가, 내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우리는 매일 서로에게 나의 동생이, 나의 형이 되어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20대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전에 불행의 눈물을 흘렸다면, 지금은 행복의 눈물을 흘리며 잠에 든다. 나는 절대 나 자신이 행복하다고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동생의 부분을 인정했더니, 새로운 차원의 세계가 찾아왔다는 것을 모두와 함께 공유하고 싶다.


혹시나 장애인 가족멤버를 가진 친구가 이 글을 읽게 된다면, 나는 그 친구에게 확신을 갖고 말할 것이다.


우리는 장애인 가족 멤버 덕분에 더욱 행복해질 수 있는 특권을 갖게 된 거라고, 더 깊고 진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10부작으로 작성될 제주도 여행기를 통해, 동생과 나의 관계가 어떻게 극적으로 변화하였는지 글로서 잘 녹여낼 계획이다. 지금까지 글을 써본 적이 없어 서툰 부분이 많을 수 있지만, 내 진심을 담아 동생과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하고 싶다.


“특별한 동생과 유별난 형의 제주도 여행기”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제주도 여행의 시작이 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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