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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nnistory Apr 09. 2018

정현이 레전설이 되고 싶다면

올해 메이저 대회 16강전에서 한번 더 일 내보자. 

이미 호주오픈 16강전에서 레전설 조코비치를 꺾으며 센세이셔널 하지만, 조코비치가 14번 시드였던 것이 사실. 


테니스토리가 몇몇 테니스 전설들을 살펴보다 올해 정현과 평행인 경우가 떠올랐다. 


현재 세계 19위인 정현이 만약에 클레이코트 시즌에서 적당히해서 프랑스 오픈또는 윔블던에서 15번 시드정도를 받을 경우의 평행이론 2가지.  


1. 1989년 프랑스 오픈. 15번 시드 마이클 창의 16강전. 

- 이반 렌들을 이겼다. 이반 렌들은 테니스 역사를 조금만 안다면 누군지 모를 수가 없는 레전설이다. 1989년 당시 세계 1위이고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이미 3번의 프랑스오픈 챔피언을 경험했다. 이반 렌들에게 불과 17살밖에 안된 마이클 창이 이길거라 아무도 예상못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17살에 15번 시드를 받을 정도로 마이클 창은 재능이 대단한 선수였다.) 

- 이 경기는 5세트 대접전 끝에 마이클 창이 승리했는데, 그 과정이 정말 대단하다. 

     1, 2세트: 이반 렌들이 6:4로 각각 이기면서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서나갔다. 렌들의 4번째 프랑스오픈 우승을 향한 순항이 이어질 줄 알았는데.. 

     3, 4세트: 창이 3세트를 6:3으로 이기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4세트에는 마이클 창이 다리에 쥐가 나면서도 어찌 어찌 6:3으로 또 따내면서 세트스코어 2:2가 되었다. 

    5세트: 마이클 창은 다리 근육이 계속 경련을 일으켜서 사실상 기권하려 했는데, 그 순간 자신의 가슴이 "너가 이길거야"라며 확신을 주어서 경기를 계속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굉장히 렌들이 짜증날 수 밖에 없는 테니스를 구사했다. 문볼 (로브에 가까운 볼) 위주의 랠리와 예상 보다 이른 위너 공격을 하기 시작한 마이클 창. 렌들은 리듬을 잃기 시작했다. 특히 5세트 4:3 15/30에서 마이클 창이 보여준 충격적인 언더 서브는 렌들의 리듬을 완전히 흔들었고, 5세트마져 6:3으로 창이 가져가게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9_smUdMqI4

2014년에 1989년을 회상한 인터뷰 영상.

- 테니스토리는 궁금한게 요즘에도 마이클 창처럼 창의적으로 상대방의 짜증을 유발하는 것이 가능한가이다. 

- 마이클 창은 이 16강전을 이기고 8강, 4강, 결승까지 승승장구하며 17살에 메이저 챔피언이 되었지만, 이 우승이 그의 유일한 메이저 챔피언 트로피이다. 


2. 2001년 윔블던 - 15번 시드 로저 페더러의 16강전. 

- 피트 샘프라스를 이겼다. 샘프라스야 말로 테니스는 몰라도 그 이름은 들어봤을 레전설이다. 2001년 당시 윔블던 1번시드였고 이미 7번의 윔블던 우승을 경험한 샘프라스. 이런 샘프라스에게 처음으로 시드를 받고 메이저 대회에 출전한 19살 페더러가 도전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페더러의 포핸드는 훌륭하지만 서브와 발리에서 압도적인 샘프라스가 이길거라 예상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EPdLJhq6-k

20분이 넘는 영상이지만 볼만한 가치가 있다.

- 이 경기 역시 5세트 대접전. 매세트 초접전이었고 자세한 설명은 위 영상으로 대신한다.(오늘날 처럼 챌린지가 있었다면 1세트는 누가 가져갔을까?) 

http://bleacherreport.com/articles/414106-roger-federer-versus-pete-sampras-2001-remaking-the-classic-in-2010  

- 이 경기에서 오늘날 페더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잔디에 울면서 무릎꿇기 세리모니가 처음 등장했다. 2003년 우승할때가 아니고. 

- 페더러는 2001년에 이 기세로 당연히 우승할 줄 알았는데, 8강에서 팀 헨만에게 패하고 만다. 그리고 2002년 윔블던에서는 마리오 안치치라는 신예에게 무려 1회전에서 덜미를 잡히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2003년 윔블던 챔피언이 된 페더러가 후에 19번 더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을 알고 있다. (마이클 창과 뭔가 대비된다.) 


ps. 2005년 4월 첫주 랭킹이 17위였던 어떤 선수의 정현과의 평행이론? (정현은 4월 첫주 랭킹이 19위이다.) 

2005년을 50위권으로 시작해서 4월에는 17위에 올랐던 한 선수가 있다. (정현도 올해 50위권으로 시작해서 4월에 19위에 올랐다.) 그 선수는 처음으로 흙시즌을 부상없이 시작했는데, 그 기세는 그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이었다. 출전한 모든 대회를 우승하며 프랑스 오픈 직전까지 2개의 마스터즈 급 대회를 우승한 그 선수. 24연승을 흙에서 이뤄내며 프랑스 오픈은 무려 4번시드를 받게되었다. 

처음 출전이지만 이미 4번시드로 출전했던 그 선수는 준결승까지 승승장구하고, 그 준결승에서 테니스 황제라 불리는 페더러를 상대하게 된다. 

사실상의 결승이었던 이 준결승에서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하고, 우승까지 하게된다.

알 사람은 눈치 챘겠지만 이 선수는 나달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KQUs9J4AS54


ps2. 솔까말 정현이 마이클 창처럼 단 한번이라도 메이저 우승을 해도 기적같은 일이라 테니스토리는 생각한다. 그냥 부상없이 꾸준히 응원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정현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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