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는 앤서니 김. 골프 천재의 귀환
https://www.youtube.com/watch?v=lZPpBFLCwpE
테니스와 함께 귀족 스포츠의 쌍두마차라 할 수 있는 골프. 한국인 아재와 아줌마들이 열광하는 골프계에서 오늘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바로 15~16년 전 '타이거 우즈의 후계자'로 불리던 천재 골퍼, **앤쏘니 킴(Anthony Kim)**이 무려 16년 만에 프로 대회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이다. 호주에서 열린 LIV 골프 애들레이드 대회에서 최종 합계 23언더파로 정상에 선 그의 모습은, 단순한 우승을 넘어 완벽한 '인간 승리'를 보여주는 감동 그 잡채였다.
https://www.nytimes.com/athletic/7047551/2026/02/15/anthony-kim-liv-golf-adelaide-winner-comeback/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테니스토리가 그 드라마를 싹 다 정리해 봤다.
12년 전 그가 갑자기 투어에서 사라졌을 때, 항간에는 소문이 자자했다. 골프를 다시 못 치게 되면 받게 될 1,000만 달러가 넘는 거액의 상해 보험금을 타먹고 놀고먹으려 한다는 것이었다. "피 말리는 우승 경쟁을 하느니, 그냥 보험금이나 타고 편하게 살자!"라는 식의 조롱 섞인 시선이었다.
그런데 2024년, LIV 골프를 통해 12년 만에 나타난 앤쏘니 킴을 보고 사람들이 가장 놀란 건 확연히 달라진 외모, 특히 무너져 내린 듯한 코의 형태였다. 누군가에게 심하게 맞은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지만, 진실은 훨씬 더 무섭고 처절한 이야기다.
2012년, 아킬레스건 파열을 시작으로 그는 척추, 어깨, 손 등에 무려 6~7번의 큰 수술을 연달아 받았다. 부서진 몸으로 스윙을 할 수 없게 되자, 그 엄청난 상실감은 그를 깊은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매일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어두운 시간을 보내며 마약에 손을 댔고, 주로 코로 흡입하는 마약류 남용 과정에서 연골이 주저앉아 생긴 '안장코' 변형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많은 사람들이 앤쏘니 킴이 거액의 돈을 노리고 억지로 복귀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가 다시 골프채를 잡은 계기는 놀랍도록 소박했다.
앤쏘니 킴은 수렁에서 빠져나와 제대로 살고자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그 과정에서 독이 되는 많은 친구들이 떠났지만, 진짜 사랑이 찾아왔으니 바로 지금의 아내 에밀리다. 어느 날 에밀리가 앤쏘니와의 건강한 취미 생활을 위해 "나도 골프를 쳐보고 싶어. 가르쳐 줄 수 있어?"라고 물은 것이 위대한 복귀의 시작이었다.
아내를 위해 동네 코스에서 가볍게 공을 치며 레슨을 해주다 보니, 잊고 지냈던 골프에 대한 순수한 즐거움과 열정이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 이 와중에 의사마저 불가능하다고 했던 임신이 기적처럼 이뤄져 2021년 딸 '벨라'가 태어났고, "이 아이에게 망가진 아빠로 남을 순 없다"는 절박함이 그를 완벽한 단주(Sober)와 프로 선수로의 복귀로 이끌었다.
그러나 여기엔 거대한 현실적 걸림돌이 있었다. 바로 과거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1,000만 달러. '선수 생활 불가' 판정 조건으로 받은 이 막대한 금액은, 그가 다시 프로 무대에 서는 순간 당장 토해내야 하는 빚이었다.
성공적으로 멘탈을 회복한 그에게 남은 가장 큰 장벽은 결국 '돈'이었다. 당장 1,000만 달러를 보험회사에 갚아야 복귀가 가능한데, 고향 같은 PGA 투어는 와일드카드로 대회 출전 기회는 줄 수 있어도 보험금 빚을 대신 갚아줄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네가 와서 실력으로 상금을 따서 갚으라는, 12년 쉰 선수에겐 너무 가혹한 조건이었다.
이때 구세주처럼 손을 내민 것이 LIV 골프의 그렉 노먼이었다. LIV는 앤쏘니 킴이 안고 있는 막대한 보험금 리스크를 완벽하게 덮고도 남을 거액의 계약금(Signing Bonus)을 현찰로 안겨줬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앤쏘니 킴에게 LIV는 단순한 돈을 넘어, 심리적 안정감까지 쥐여준 완벽한 선택지였던 것이다.
물론 복귀 직후인 2024년과 2025년 시즌 내내 최하위권에 머물며 결국 리그 출전권을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2026년 시즌을 위해 퀄리파잉 스쿨(프로모션)부터 다시 바닥을 기어야 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지옥 같은 레이스를 3위로 통과하며 당당히 자력으로 출전권을 다시 거머쥔 앤쏘니 킴은, 보란 듯이 이번 애들레이드 대회에서 우승이라는 완벽한 기적을 연출해 냈다.
ps. 과거의 앤쏘니 킴이 '자신의 천재성을 과시하기 위해' 채를 휘둘렀다면, 지금의 앤쏘니 킴은 오직 '가족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 스윙을 한다. 관종 심리가 다분했던 '타이거 우즈의 후계자'라는 압박감을 털어내고 편안함을 찾은 그의 스윙. 비록 폼은 전성기 시절에 못 미칠지라도, 천재적인 퍼터 감각만큼은 여전하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S_Z-PSRyC1c
ps2. 텍사스 레인저스의 비극, 조시 해밀턴을 기억하라 다만, 테니스토리는 이 영광스러운 순간에 한 명의 선수가 오버랩된다. 바로 야구 천재 조쉬 해밀턴(Josh Hamilton)이다. 마약을 이겨내고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다시 타격 천재의 모습을 뽐내며 MVP까지 차지했지만, 결국 FA로 거액을 움켜쥐자 다시 마약의 유혹에 무너졌다. 아내와 이혼하고 딸을 학대해 경찰에 체포되기까지 했던 그 끔찍한 비극 말이다. 앤쏘니 킴은 부디 우승 이후 다시 찾아올지 모를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고, 끝까지 가족을 지키는 멋진 아빠로 남아주길 바란다.
ps3. 이 우승이 대단한것은 앤쏘니 킴과 막판까지 경쟁한 선수가 존람과 브라이언 디셈보라는 것이다. 현재 가장 잘치는 골프선수들. 과거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과 맞짱뜨던 앤쏘니 킴이 돌아왔다!
https://www.youtube.com/watch?v=4sqQfA2455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