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소녀 이야기

동계 올림픽 스타 - 알리샤 리우와 아일린 구

by tennistory

테니스토리가 테니스 이외에도 아무 이야기나 써도 되겠지. 여자 운동선수들은 보통 테니스 선수의 수입이 가장 많다. 빌리 진 킹이 이룩한 성평등 상금 덕분에, 스포츠 역사상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여성 운동선수는 늘 테니스의 몫이었다. 과거 마리아 샤라포바, 세레나 윌리엄스가 그랬고, 2025년 현재도 여자 테니스 랭킹 상위권인 코코 고프, 아리나 사발렌카, 이가 시비옹텍이 나란히 수입 1, 2, 3위를 차지하는 부자 스타들이다.


그런데 이 쟁쟁한 테니스 스타들 사이에서 당당히 수입 4위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있다. 바로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인 아일린 구다.

https://brunch.co.kr/@tennistory/400

전에 위와 같은 글을 쓰고 아일린 구를 언급한 적이 있다. 영국의 에마 라두카누가 증명했듯, 완벽한 영어와 원어민 수준의 중국어를 동시에 구사한다는 것은 전세계 양대 거대 시장을 섭렵하는 '글로벌 스타'의 핵심 조건이다. 아일린 구 역시 완벽한 이중 언어 구사 능력과 스타성으로 엄청난 부를 거머쥐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4kGmJMLRJ4

아일린 구는 빅토리아 시크릿 앰버서더로도 활동중이다


이러던 중,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여전히 흥행 몰이 중인 아일린 구와 더불어, 동계 올림픽의 꽃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미국 대표 알리샤 리우(Alysa Liu)가 테니스토리의 눈에 들어왔다.


빙상과 설원 위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두 명의 'Wasian(백인-아시아계 혼혈)' 스타에 대한 썰을 풀어본다.


겉보기엔 압도적인 재능을 가진 동양계 천재 소녀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 두 선수의 백그라운드를 파헤쳐 보면 그야말로 극과 극, 전혀 다른 세계관이 충돌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vNQGx0iMFNY

미국의 유재석 지미 팰런 쇼에 출연한 알리샤 리우.

비슷한듯 반대인듯 두 선수의 출생 평행이론: 난자 기증과 정자 기증

이 두 선수는 태어난 방식부터 남다르다. 알리샤 리우는 싱글 대디인 아버지가 익명의 난자 기증과 대리모를 통해 얻은 딸인 반면, 아일린 구는 익명의 정자 기증을 통해 태어났다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물론 공식적으로 확인되진 않았다.) 엄마와 아빠가 있는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를 벗어나, 능력 있는 싱글 대디와 싱글 맘이 각자 엄선한 유전자로 얻은 아이들이다. 어찌 보면 초인류를 향한 최첨단(?) 방식으로 태어난 두 천재 운동선수라니, 시작부터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극명하게 엇갈린 부모의 배경: 정치적 난민 vs 초특권 엘리트


이들의 서사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부모 세대의 역사다.

알리샤 리우의 아버지: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가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넘어온 '정치적 난민' 출신이다. 난민이었지만 뛰어난 두뇌로 낯선 땅에서 변호사로 자수성가했고, 백인 난자를 기부받아 얻은 딸을 미국 국가대표로 키워냈다.

아일린 구의 어머니: 1980년대 공산국가인 중국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온 매우 드문 케이스다. 그 시절 중국 최고 명문인 베이징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도미한, 극소수의 초특권 엘리트 계층이었다. 스탠퍼드 MBA를 거쳐 월스트리트의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성공한 그녀는, 기회의 땅 미국에서 키워낸 딸의 가슴에 성조기 대신 오성홍기를 달 것을 권장했다.


자본주의가 낳은 '명분', 공산주의가 품은 '실리'

이 두 선수의 행보에서 가장 흥미롭고도 묘한 지점은 바로 이념의 모순이다.


알리샤 리우의 스케이팅에는 나름 묵직한 명분이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망명한 투사였고, 그 이유로 알리샤가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할 때는 특별 경호가 필요할 정도로 여전히 중국의 감시를 받았다. 자본주의의 최전선인 미국의 국가대표로 뛰는 알리샤 리우의 궤적에는, 역설적으로 '자유와 신념'이라는 숭고한 가치가 짙게 깔려있다.


반면, 아일린 구의 선택에서는 철저하고 완벽한 실리가 느껴진다. 명목상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을 택했지만, 그 이면에는 14억 내수 시장의 폭발적인 스폰서십과 수백억 원대의 부를 거머쥔 거대한 비즈니스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 소녀들에게 영감을 주겠다는 그녀의 인터뷰 명분도 훌륭하지만, 결국 그 선택의 본질에는 철저한 자본주의 '시장 논리'가 깔려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종주국에서 피어난 인간 자유를 향한 '명분', 그리고 공산주의 체제 안에서 만개한 철저한 자본주의적 '실리'.


이 기막힌 모순이야말로, 마치 초인류를 향한 최첨단 실험체 같은 두 혼혈 천재 스타를 바라보는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아닌가 테니스토리는 생각한다.


ps. 이 두선수는 모두 실리콘밸리 출신 특징도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QSrjGxcDPo

2018년 15세의 아일린 구와 12세의 알리샤 리우는 모두 실리콘 밸리 거주자로서 같은 문화행사에 참여했다.


ps2. 미국 캘리포니아 최고의 공립 대학을 다니는 알리샤 (UCLA). 미국 캘리포니아 최고의 사립대학을 다니는 아일린 (스탠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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