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이제 부자여야만 하는 걸까?

가난 vs. 부자 이런거로 싸우지 말자. 그냥 다른 성장 배경인 것

by tennistory

과거 테니스토리가 쓴 글 https://brunch.co.kr/@tennistory/257


동계 올림픽의 하프 파이프 금메달 최가온이 반포의 100억대 아파트에 산다는 이야기.

필리핀의 귀족집안의 공주 알렉산드라 이알라가 테니스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이야기.


이 이야기들과 함께 예전에도 테니스토리가 조금은 생각했던 미국 테니스의 부활을 이끄는 두 주역, 테일러 프릿츠(Taylor Fritz)와 프랜시스 티아포(Frances Tiafoe)를 중심으로 흥미로운 생각을 확장해본다. .


이 둘은 실력만큼이나 극과 극인 성장 배경으로 유명하다. .


미국에서 테니스는 여전히 부자들만 하는 비주류 운동처럼 여겨지는데. 실제로 프릿츠는 소위 '부잣집 도련님'의 전형이다. 하지만 미국 테니스 대표에는 티이포도 있다. 티아포는 테니스 센터 관리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코트 옆 창고에서 잠을 자며 라켓을 휘둘렀던 '흙수저'의 상징이다.

우리는 흔히 가난을 딛고 일어선 성공 신화에 열광한다. 영화 <로키> 덕분일까. 그래서인지 때로는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선수의 성공을 "돈 덕분 아니냐"며 조금 불편한 시선으로 보는데... 과연 그럴까?


이제 테니스토리는 아예 테니스의 전설들로 이어가본다.


1. 조코비치 vs 페더러·나달 : 가난함에서 오는 절실함의 차이


이 구도는 테니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3인방(Big 3)에게서도 찾아진다.

로저 페더러라파엘 나달은 부유한 환경에서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들의 테니스에는 '우아함'과 '전통적인 강인함'이 이 덕분에 깃들은 것 같기도 하다.

반면 노박 조코비치는 다르다. 그는 내전으로 폭격이 쏟아지는 세르비아에서 방공호를 전전하며 테니스를 쳤다. 페더러나 나달보다 훨씬 더 '절실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영국에서 귀화를 권했지만 비주류 국가인 세르비아에 남았다. 이 덕분일까 관중의 일방적인 야유 속에서도 기어코 승리를 따내는 조코비치의 독보적인 멘탈은, 어쩌면 생존을 위협받던 어린 시절에 이미 완성된 것일지도. 조코비치는 어쩌면 풍요보다 결핍이 더 강력한 '괴물'을 만들어내는 그 증거가 아닐까 한다.


2. 신예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모습 :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한 이알라와 최가온


필리핀의 희망 알렉산드라 이알라(Alexandra Eala)는 테니스 불모지에서 태어났지만, 어지간한 부자가 아니면 다닐 수도 없는 나달 아카데미에서 성장했다. 집안의 후원을 통해 들어간 나달 아카데미의 '자본과 인프라'를 통해 세계 무대에 섰다. 이는 국가적으로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스포츠 종목에서도 개인이 부유한 환경을 이용해 한계를 극복한 좋은 예이다.


테니스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스노보드 신동 최가온 선수도 비슷하다. 과거의 성공 방식이 무조건적인 '헝그리 정신'이었다면, 최가온은 부모님의 체계적인 서포트와 좋은 환경을 동력 삼아 당당하게 하프파이프 하나도 제대로 없는 한국에서 세계 정상에 섰다. 이제는 '부유함=나태함'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좋은 자본적 배경을 영리하게 활용할 줄 아는 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3. '어떤 배경'이 아니라 '어떤 태도'인가

하지만 여전히 부자들만 잘할 환경은 불편하다. 그 이유는 '가난하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구조적 장벽'을 우리가 사회에서 많이 느껴서라 짐작된다.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스포츠는 일반 사회처럼 가난하다고 진입 자체가 불가능해 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유한 배경의 선수가 성공한 스포츠 선수가 되기위해서는 극복해야할 것이 있다. .


부유한 배경의 선수는 운동해서 안되면 딴 거하지 같은 '안일함'과 싸워야 한다. "돈 덕분"이라는 비아냥을 실력으로 증명해야 하는 또 다른 압박감을 견뎌야 한다.


가난은 이미 삶이 힘들다. 가난한 배경의 선수는 당장 내일의 훈련비를 걱정해야 하는 '불안함'을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이겨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비록 힘들지만 자연스럽게 얻는 "헝그리 정신"은 스포츠 최정점을 갈때 무조건 필요한 정신력을 갖추게 한다.


결국 극복해야 할 대상이 다를 뿐, 40도 폭염 속에서 5시간 시합을 하면서 무릎이 쪼개지는 고통을 극복하면서 공을 쫓아가서 쳐 내는 것을 해야하는 최정상의 테니스 선수들이 갖춰야 하는 것은 강한 육체와 정신이다. 실제 시합할 때 코트 위의 룰은 부자든 가난하든 똑같다.



ps. 당신이 응원하는 서사는 무엇?

다시 프릿츠와 티아포로 돌아온다.

프릿츠는 미국 선수중 1위가 되었고 좋은 코치에게서 배운 좋은 폼에서 나오는 강력한 서브와 포핸드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티아포는 약간은 정석을 벗어난 자세이지만 여전히 코트 위에서 에너지를 뿜어내며 많은 아이에게 희망을 준다.

가난과 부를 나누어 갈라치기 하며 싸우기보다, 그냥 스포츠 경기장에서의 엄청난 퍼포먼스를 감상하고 감동하면 좋겠다. 성장 배경은 '출발점'을 결정할 순 있지만, 가난해도 출발을 하게 해주는 것이 스포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자든 가난하는 모든 선수는 피, 땀, 눈물을 흘리고 그렇게 때문에 스포츠는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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