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배우이야기

이시원으로 시작된 생각의 타래

by tennistory

최근 흥행 중인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덕분에 한 배우를 다시 주목하게 되었다. 영화 속 실존 인물인 엄흥도의 이야기가 KBS <역사저널 그날>에서 다뤄졌고,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우연히 그 영상을 접했다. 그곳에는 지적인 매력을 뽐내는 패널, 배우 이시원이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_b2bRvzeyA

드라마 <미생>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녀를 기억한다. 그때 10여년전 그 배우 이시원에 꽃혀서 뒷조사를 했었는데 알고 보니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에 10개의 특허를 보유한 발명가였다. 사람들은 그녀를 '한국의 헤디 라마르'라 부른다. 그럼 또 헤디 라마르는 누구야?

https://www.youtube.com/watch?v=ALkDQsHEsqs


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명가, 헤디 라마르

15년전 아주 가까운 사람으로 부터 "헤디 라마르를 아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선뜻 답하지 못했다. 영화에 관심도 많았고 기술을 공부했던 입장에서 뼈아픈 기억이다. 헤디 라마르는 고전 영화 황금기의 아이콘이었으며, 동시에 현대 무선 통신 기술의 근간인 '주파수 도약 확산 기술(Frequency Hopping Spread Spectrum)'을 고안한 인물이다.

그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어뢰의 무선 유도 시스템이 적에게 교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Wi-Fi, 블루투스, 그리고 OFDM, CDMA 기술의 원천이 바로 그녀의 머리에서 나왔다. 하지만 미 해군은 그녀에게 "실없는 발명 대신 얼굴을 앞세워 전쟁 기금이나 모으러 다니라"며 냉대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우라는 이유로 그녀의 지능은 철저히 저평가되었다.


그리고 테니스토리에게는 너무도 예뻤던 한 선수가 떠올랐다. 모두가 다아는 샤라포바이다.


2. 코트 위의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

사람들은 외모와 실력 사이에 존재하지 않는 상관관계를 억지로 구겨 넣으며 샤라포바의 실력을 저평가하곤 한다. 17세의 나이로 윔블던을 제패하던 모습은 분명 '요정'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녀는 외모로만 승부한 선수가 아니다.

샤라포바는 오픈 시대 이후 단 6명의 여자 선수만이 달성한 '커리어 그랜드 슬램' 보유자다.


크리스 에버트, 나브라틸로바, 슈테피 그라프, 세레나 윌리엄스.


이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업적을 쌓았음에도, 대중은 여전히 그녀를 실력보다는 외모와 유명세로 먼저 기억한다. 너무 거대한 외모라는 포장지가 그녀가 흘린 피땀 어린 노력의 본질을 가려버린다.


https://www.youtube.com/watch?v=GkuDViOUcG8



3. 다시 왕과사는 남자로: 못생긴 배우 유해진

외모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곳에서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왕과 사는 남자>에서 엄흥도 역을 맡은 배우 유해진을 보라. 아무리 좋게 봐도 유해진을 잘생겼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그가 가진 외모는 오히려 대체 불가능한 서사가 되었고, 대중은 그의 얼굴에서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와 공감하게 된다.

유해진은 외모라는 불리한 출발점을 연기 실력과 캐릭터 해석력으로 압도하며 흥행배우로 증명해냈다.

외모가 주는 편견이 없었기에 그는 캐릭터의 본질에 더 깊게 침투할 수 있었고, 이제 대중에게 그는 '못생긴 배우'가 아닌 '가장 아름다운 연기를 하는 배우'로 기억된다.

유해진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중 하나였던 김혜수와 사귀었던 남자였던 것도 기억하자.

https://www.youtube.com/watch?v=6gLSkkE4TyU



결국 이는 부유함의 논리와 비슷하다. 출발점은 달라도 도착점의 높이는 그가 쏟은 피, 땀, 눈물, 그리고 약간의 운에 의해 결정된다.

외모는 분명 삶의 다른 출발점을 제공한다. 보통은 그 덕에 수월하게 시작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모때문에 누군가는 자신의 본질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형벌 같은 시간을 견뎌야 한다.


여기서 마무리하자. 테니스토리 생각의 타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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