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을 다 이룬 남자

장항준

by tennistory

테니스토리는 요즘에 글쓰는게 신났다. 예전에는 머리속에 스쳐가는 생각을 적어두다가도 블로그화를 쉽게 못했다. 혼자 생각하면 힘들었다. 그런데 이제 AI들과는 맘껏 이야기할 수 있다. AI와 이야기하다보면 아이디어가 쉽게 정리된다.


예전부터 영화 학도들 사이에서는 농담처럼 내려오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봉준호가 될래, 장항준이 될래?”


세계적인 거장으로서 고뇌와 압박을 짊어지는 봉준호냐, 아니면 아내 김은희 작가의 보살핌 속에서 천하태평하게 예능 출연하는 장항준이냐. 당시엔 후자를 택하는 것이 ‘꿀 빠는 삶’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우스갯소리였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이 질문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바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기록적인 흥행 때문이다.


https://youtu.be/B8nrGFUnK10


1. ‘항준 쫄’을 이겨낸 흥행 감독의 탄생

최근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 출연한 장항준 감독은 평소의 유쾌한 모습 뒤에 숨겨진 진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개봉 전 ‘항준 쫄(장항준이 쫄아있다)’이라는 신조어가 가족 사이에서 생길 정도로 긴장했다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연출력을 증명해 보였다.

처음 도전하는 사극임에도 창작자로서의 순수한 열정으로 유해진, 유지태, 박지훈 같은 배우들의 하모니를 이끌어내었다.


2. 봉준호와의 비교: '항준이'의 길을 걷다

이동진 평론가와의 대화 중 재미있는 대목은 거장 봉준호 감독과의 비교였다. 장항준은 촬영 중 날씨가 흐려지자 문득 생각했다고 한다. “봉준호 감독이면 해가 뜰 때까지 며칠이고 기다렸을까? 나도 그래야 하는 건가?” 하지만 그는 결국 “봉준호가 되지 못하고 장항준이 되었다”며 웃어넘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그가 봉준호의 완벽주의를 흉내 내기보다, 자신의 낙천성과 효율성을 믿고 밀어붙였다는 점이다. 거장의 고독보다는 동료들과 술 한잔하며 호흡하는 ‘유쾌한 리더’의 길을 택한 것이 오히려 대박 흥행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3. 최고의 파트너와 함께하는 삶의 기술

와이프 김은희 작가와의 일화도 여전히 재미있다. 과거 예능에서 제주도 여행 중 김은희 작가가 사고 싶어 하는 가방을 호기롭게 ‘김은희의 카드’로 결제해주었다는 에피소드는 그의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준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와이프복’이라 말하지만, 사실 이는 서로의 재능을 존중하고 일상의 즐거움을 공유하는 그들만의 건강한 관계 덕분이다.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김은희 작가가 “오빠 잘했어, 이번 건 정말 좋아”라고 진심 어린 칭찬을 건넸다는 사실은 그걸 보여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noKfpnUlt-o

4. 테니스토리로서 생각나는 고란 이바니세비치

장항준의 영화판에서 버티다보니 50세 넘어서 터트린 이번 대박을 보며 문득 떠오른 인물이 있다. 바로 크로아티아의 테니스 영웅 고란 이바니세비치다. 그는 90년대 최고의 서버였지만, 윔블던 결승에서만 세 번을 미끄러지며 '비운의 천재'로 불렸다. 사람들은 그가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다. 세계 랭킹은 125위까지 떨어졌고, 2001년 윔블던에는 와일드카드로 겨우 초청받아 출전했다.

하지만 2001년 그가 절대 넘지 못했던 윔블던의 황제 피트 샘프라스가 16강전에서 19살짜리 신예선수에게 패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이 기적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기어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바니세비치는 이 운을 잡기위해 10년넘게 윔블던을 도전해왔고 버텼다. 그 정성으로 2001년 와일드카드를 받았고 기적이 일어났다.


ps1. 로저 페더러: 2001년 이바니세비치에게 피트 샘프라스의 탈락이라는 기적을 선물한 19살짜리 신예 선수는 바로 로저 페더러이다.

2001년 윔블던 16강전은 테니스 황제의 대관식으로 불리는 명승부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pEPdLJhq6-k

참고로 페더러는 2003년 윔블던 챔피언이 되면서 진정한 테니스의 황제가 되는데 2003년 윔블던의 1회전 상대는 이형택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KgvwXLDhSo


ps2. 노박 조코비치 : 이바니세비치는 코치로서도 엄청난 명예를 얻었다. 서브가 유일하게 약점이던 조코비치의 서브를 극강으로 성장시키며 코치로서는 무려 12번의 메이저 챔피언을 같이했다.

https://www.youtube.com/shorts/Kd0gqwKb5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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