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이것이면 충분하다.
나의 행복론, 성공론
사람들은 늘 행복을 꿈꾼다. 행복이 뭘까? 어학사전에는 행복이란 복된 좋은 운수,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로 나온다. 원하던 일이 이루어지면 행복을 느낀다는 뜻이겠지? 이 말을 다시 뒤집어 보면 원하던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행하다, 괴롭다는 뜻도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행복은 인류가 만들어낸 추상적인 명사다. 명확한 실체가 없다. 그래서 우리에겐 행복을 느끼는 자신만의 철학이 필요하다.
어렸을 적엔 좋은 성적을 받았을 때, 대학에 입학했을 때, 회사에 입사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처럼 큰 성취가 있을 때 행복하다 느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냥 매일이 행복하다. 퇴근길 집 앞에서 쌓아둔 재활용 쓰레기가 말끔히 비워져 있는 것을 볼 때, 아들 녀석이 반찬이나 술안주로 계란말이를 해줄 때, 엄마 생일날 제일 먼저 축하해 주겠다고 밤 12시 1초에 생일 축하카드를 건네는 딸내미에게, 저녁 밥상 앞에서 끝없이 주절대는 두 아이의 티키타카를 볼 때도 행복을 느낀다. 항상 남편과 함께 했던 저녁 산책, 주말 도서관에서 남편과 함께 했던 순간들. 이런 소소한 일상들이 행복이란 단어를 떠올리자마자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우리 네 가족 건강하게 함께하는 이 시간들이 행복이고, 감사할 뿐이다.
가끔 사춘기 아이들의 짜증에도 건강하게 자라준 것만으로 감사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바로 누군가의 불행을 듣게 될 때다. 예상치 못한 어떤 이 가족의 죽음, 갑작스러운 질병, 사고 등, 이런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우리 가족 건강하고 무사히 살고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행복한 일인지 더욱 깨닫게 된다. 행복은 생각보다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마음먹기 달린 일이다.
그럼 성공은 무엇일까? 어학사전은 목적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목적하는 바? 성공이나 행복이나 같은 말 같다. 목적하는 바를 이루면 행복해지니까, 그 둘은 동의어가 아닐까? 난 행복한 사람이니까, 이미 목적하는 바를 이룬 사람. 성공한 사람이다. 믿음직한 남편이 있고, 건강한 두 아이가 있고, 집이 있고, 직장도 있다. 그리 궁색하지 않을 만큼 먹고살고 있다. 이것이면 충분히 성공했다.
이런 진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자꾸만 이 삶의 소중한 가치들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아서다. 자꾸만 돈을 많이 벌어야 성공했다고 말을 한다. 혹은 명예를 얻으면 성공했다고 말한다. 그런가? 진짜 성공 맞나? 쌓아온 부를 지키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얻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 불안한 그 삶이 진짜 성공이고, 행복일까?
오늘 저녁식사 시간에 남편이 말했다. 행정 입사동기가 초고속 승진을 해 임원이 되었다고 했다. 가족과 집을 포기하고 살아온 사람이었다고, 그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갑자기 물었다. '부러워?'. 남편이 아니라고 말했다. 역시 우리 남편이라며, 당신 너무 멋진 거 아니냐고 말했다. 나와 남편은 그런 사람들이다. 100세까지 사는 인생이다. 그 최고의 자리 몇 년이나 있을까? 그 후엔 그 옆을 지킬 사람은 누굴까? 우린 가족이 먼저다. 내 편이 되어 나의 울타리가 되어 줄 사람. 가족. 너무 가깝고 일상이기에 우리가 쉽게 잊어버리는 그 가족의 소중함을 늘 깨우치면 산다.
지극히 나만의 생각이다. 큰 성취와 명예, 엄청난 부를 이루는 것이 삶의 행복이요, 성공일 수 있다. 다만, 그 안에서 진짜 행복을 만났으면 한다. 돈을 좇아 자신이 잊고 사는 지금도 인생이고, 돈을 번 후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아쉬워할 순간도 인생의 한 컷이다. 인생의 한 컷을 위해 다른 컷을 잘라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인생의 모든 컷에 행복했으면 좋겠다. 인생 한컷, 한컷 모두가 소중하니까.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니까 말이다.
가끔은 이런 생각들을 한다. 우리 사회가 과장되고 자극적인 미디어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는 것 아닐까? 맹목적으로 타인의 삶에 대한 동경을 자극받고 있지는 않나? 자본주의적 세계관에 너무 몰입되어 있는 것 아닐까? 진짜 성공이 뭔지, 행복이 뭔지, 삶의 가치가 뭔지, 생각할 여유 없이 화려함만 보고 사는 것 아닐까? 그런 편향된 세계관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양산되고 있는 것 같다. 수십억 프라이빗 아파트에 사는 연예인, 한강뷰 아파트, 수백억 건물주 연예인, 수 억 연봉의 선수들을 다루는 프로그램들.
삶의 소소함과 진실함을 이야기하는 플랫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대다수의 사람이 사는 작은 삶들에 행복하고 만족해하는 따뜻한 프로그램 말이다. 그런 기운들이 모여 서로를 다독일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 어느 작가의 따뜻한 글에서 얻는 깨달음으로 삶이 충만해졌으면 좋겠다. 성공이란 단어보다 삶이란 단어를 더 많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 사이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행복함을 느끼고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그렇기에 우리의 관계는 좀 더 인간적이어야 한다. 너의 행복에 함께 기뻐하고 너의 아픔에 울어주고 서로 격려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 나의 행복론과 성공론은 그러하다. 지금 이 순간, 가족의 안녕과 동료들. 나에게 이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