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난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조직의 뒷담화에 대하여

by 이프로

자주 이용하는 영어 어플이 있다. 특정 주제에 대하여 약 5~6분 동안 스피치 해주는 어플이다. 영국식의 똑똑 떨어지는 발음과 한 주제에 유기적인 문단 구성이 매력적이다. 얼마 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했을 때, 이 지역에 대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토픽으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 시작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 I’m definitely not qualified to talk about with any authority.” 화자는 미국의 아프간 철수에 대해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는 의미. 갑자기 문장이 가슴에 훅 들어왔다. 민감한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기에 그 지역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한 그날. 나에게는 그 어떤 아름다운 자연환경보다 이 문장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럼 나는 타인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자격을 부여받은 적이 있는가? 요즘 너무나 쉽게 던져지는 타인에 대한 평가, 소위 뒷담화들에 대해 생각했다. 난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수많은 말들이 앞에서, 뒤에서 넘쳐난다. 온 미디어에는 공인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가십들이 넘쳐난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더욱이 상처 받을 당사자, 억울함에 잠 못 이룰 당사자는 안중에도 없다. 알고 싶지 않은 뒷담화들이 인터넷을 통해 앞담화로 말해진다. 그래서 상처 받은 누군가는 세상을 등지기도 했고, 마음의 상처로 두 번다시 공인으로서 살아가지 못하기도 했다. 몹시 불편하다. 급 나 자신도 반성이 된다. 나라도 말무덤에 이런 말들을 묻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수천 명이 다니는 큰 회사에 속해 있다. 조직이 크다 보니 순환보직을 하고 그 와중에 많은 직원들을 만난다. 직원이 많다 보니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입사할 때 조직문화와 융합할 수 있는 인재를 선발하다 보니 성격유형이 유사한 직원들이 많다. 특히 공공기관에 종사하다 보니 보수적이고 둥글둥글한 모나지 않은 성격의 직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늘 예외는 존재한다. 가끔은 순종적이고 다소 답답하기까지 한 조직 구성원에 활력소 같은 예술적 인재들도 필요한 것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한다.


우리 조직에서 가장 큰 인연은 학연, 지연보다 근무연이다. 자신이 근무해본 직원보다 확실한 직원이 어디 있을까? 이해하고 인정하는 바이다. 하지만 근무연이라는 것이 개인의 선택영역 밖이다 보니 다소 운이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 인사시즌이 되면 많은 말들이 오간다. 직원에 대한 평가와 여러 가십거리들 말이다. 그 떠도는 말들 중에 휘둘리다 보면 한마디 거들게 되고, 평가하게 된다. 사는 것이 다 그렇지 한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들 중에 가장 재밌는 이야기가 남 이야기라는 말이 있다. 왜곡된 문장일 수 있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간다. 유튜브에는 수많은 말들이 넘쳐난다. 자극이 돈으로 환산되는 구조이다 보니 진실보다 자극적인 말들이 무차별적으로 뿌려진다. 회사 내에서는 여러 관찰자들의 입을 통해 평가된 말들이 살포되지만, 사람마다 경험치에 나온 말들 뿐이다. 어떤 이와 궁합이 잘 맞았다면 그에게는 좋은 이미지만 있을 수 있고, 유독 성격이 안 맞은 직원이었다면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일 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것 아니냐는 말이다.


그렇게 매 순간 직원들에 대한 평가가 시시때때로 들려온다. 나도 누군가의 입에서 평가받고 있겠지. 좋은 이미지도 나쁜 이미지도 어쩌면 나라는 인간의 모습을 한 면일 것이다. 그 모든 것이 나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쁜 말보다 좋은 말을 듣고 싶고, 귀까지 흘려들어온 말에 상처 받기도 화가 날 수 도 있다. 그러고 싶지 않다. 당연한 사회 모습에 불필요한 생각과 감정을 싣는 건가? 고민이 된다. 하지만 누군가의 입에서 나올 말들로 내가 상처 받을 수 있음을 알기에, 내 입으로 누군가를 상처 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저 문장이 가슴에 훅 들어왔다.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군가에게 평가받을 권리를 부여받거나, 자격을 준 적도 없다. 나라도 올바르게 살아가야겠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정신줄 부여잡고 그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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