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퇴사고민

# 퇴사해도 되는 사람

by 이프로

기술사 공부는 자신의 영혼을 풍성하게 돌보는 일이기도 하고, 기술사라는 자격은 퇴사해도 괜찮다는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역할도 합니다.


요즘, 퇴사를 고민 중입니다.


인생 2라운드를 조금 일찍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회사가 어려운 요즘 고민이 더 깊어집니다. 불안한 회사를 젊은 직원들은 쉽게 떠납니다. 능력도 되고, 나이도 어리고, 책임질 가족도 없고...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사람은 저와 같은 고연차 직원들이지요.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요. 대부분의 동료들은 어떻게든 정년까지 잘 버티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왜? 왜! 왜 그렇게만 생각할까? 뭔가를, 제2의 뭔가를 준비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의 꼬리를 물다가, 깨달았습니다. 결국 안정된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 만으로 중간이상은 되는 거다라는 속내를요. 맞지요. 굳이 험한 세상 먼저 나갈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당장은요.


하지만, 그 이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퇴사와 상관없이, 회사가 불안하다면 새로운 준비를 미리 해두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은데,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니까요.


다만, 저는 퇴사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 사실 하나가 마음을 가볍게 해 줍니다. 복잡한 일도 마음에 여유를 가져다줍니다.


그래도 고민이 됩니다. 퇴사를 후회하게 될까 봐, 회사를 떠나기가 조금은 머뭇거려집니다. 한 회사를 20년 넘게 다니다 보면, 미우나 고우나 이곳만의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불합리한 것들에 분노하며 회사를 욕하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함께한 20여 년간의 세월은 고스란히 제 삶의 기록이자 추억으로 남게 되지요. 불안 그리고 추억들이 이곳에 발목을 메어 놓고 있습니다.


온실을 벗어나게 된다는 두려움, 그 간 쌓아온 것들을 펼쳐보자는 용기가 시소를 타고 있습니다. 인생에 정답은 없고, 모든 일에는 득과 실이 있습니다. 알면서도, 결정을 하기가 어렵네요.


저의 작은 소망 하나는 회사를 정년 하시는 선배님들처럼 아름다운 정년퇴직 인사를 남기는 것이었습니다. 미리 이곳에 남겨봅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회사 덕분에 두 아이를 키우며,

기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부족한 저를 품어주고,

안온한 울타리가 되어준,

회사를 이제 떠나려 합니다.

지금의 저는 모두 선후배님들 덕분입니다.

몸은 떠나도 마음은 늘 함께 하겠습니다.

건강하고 건승하십시오.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지금 제게 부족한 건 용기입니다.

온실을 벗어나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

용기를 내는 것이 퇴사의 첫걸음입니다.


절실함은 모든 것의 스승이라고 합니다.

진짜 세상에서 굳건히 서고자하는 제 절실함은 반드시 저의 길을 비추어 주는 등불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여러분이 성취한 기술사 자격은 자유를 선물해 줄거라 확신합니다. 시간적이든, 경제적이든, 심리적이든지 상관없이 삶의 여유를 선물해 줄 것입니다.


꼭 이루어 내시길 바랍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을 열렬히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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