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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란소강 Jul 25. 2020

본격 멍청이 세상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



위트 있는 제목만큼은 하는 책

요즘은 광고 카피 같은 제목으로 유혹하는 책들이 많다. 개중에는 낚시성 제목이 아까울 만큼 내용이 괜찮은 책도 있지만 대부분은 제목만큼의 위트를 찾아보기 어렵다.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라는 제목은 원제 '헛소리의 심리학(psychologie de la connerie)'을 재치 있게 풀어썼다. 부제는 '세상을 위협하는 멍청함을 연구하다'인데, 심리학이라는 원제를 빼는 대신 보충해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책 내용은 본격 심리학이라기보다 인터뷰 형식의 글이 절반이라 훨씬 쉽게 읽혔다. 멍청함에 대한 연구가 심리학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로웠지만, 책에는 그 연구들을 단순히 나열만 된 점은 다소 아쉬웠다. 흐름은 읽혔지만 소제목으로 묶어서 정리하는 코너가 있었다면 산만한 느낌이 조금 덜 했을 것 같다.





본격 멍청이 세상

책은 초반에 멍청이의 종류에 대해 하나씩 알아보고 멍청이들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보여준다. 도입부에는 멍청이를 만나면 최대한 피하는 게 답이라고 언급하지만, 후반부에 이르면 멍청이들에 맞서거나 대처하는 방법은 물론 자신의 멍청함과 공존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멍청이의 종류를 차근히 읽다 보면 세상에 멍청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지능이 높은 사람도 황당한 미신에 빠질 수 있고, 무의식적인 편견에 의해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믿는 등 멍청한 행동들을 한다. 이때의 멍청함은 일상생활에서 저지를 수 있는 '실수'정도로만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다만 잘못 응집된 멍청함은 사회에 해악을 미치고 이런 멍청이는 세상을 위협할 만큼 위험하다. 멍청하면서 해악한 인간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진실을 외면하며 가짜팩트나 가짜뉴스를 만들어 선동한다. 탈진실의 산물인 유언비어를 미디어는 실시간으로 퍼 나르고 어느새 정치적 힘을 갖기 시작한다. 자기중심적이다 못해 자아도취에 빠진 멍청함이 퍼지자, 멍청한 정치적 리더를 뽑기에 이른 것이다. 


드와이트는 귀여운 멍청이라네 ♬



#야너두멍청해질 수 있어

책에서도 다루지만 현대사회의 가장 큰 장점이자 약점은 인터넷이다. 현실에서 멍청이를 용케 피했다고 하더라도 온라인에서 멍청이들이 퍼뜨린 유언비어에는 원치 않더라도 쉽고, 빠르게 노출되고 말기 때문이다. 특히 유튜브나 SNS, 댓글창처럼 자기주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채널에서 멍청이들이 활개 한다.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마치 사실인 양 포장해서 자극적인 가짜팩트를 퍼뜨리고 여기에 멍청한 댓글들이 날개를 달아준다.

 

온라인 속 멍청함은 시간이 갈수록 더 괴기해지고 있다. 모두들 단단히 화가 나서, 헐뜯거나 심판할 누군가를 찾아다니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최근에만 하더라도 온라인 속 멍청이들로 인해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들이 얼마나 많았나. 이제는 연예인 누가 손편지로 실수를 사죄했다더라 하는 연예뉴스가 너무 당연해졌다. 책에서는 멍청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의심하고 생각해야 한다고 했지만, 사실 멍청한 사람들이 이를 얼마나 실천에 옮길지 모르겠다. 자신만의 논리에 빠져 모순을 발견하지 못하는데 말이다. 중증 멍청이는 피하는 게 편할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나는 자신의 멍청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진심으로 사과할 줄 아는 선한 사람들의 힘을 더 믿고 싶다.




선한 사람들의 힘을 모을 때

그러나 나라고 멍청하지 않을 수 있을까. 뻔뻔하게 허풍만 뱉어내는 멍청이들에 치가 떨리다가도, 나도 모르게 저지르고 있는 멍청한 일들에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 불안정한 자아도취 성향으로 주변 사람들을 지치게 하기도 하고, 자극적인 기사 헤드라인에 이끌려 클릭하고 댓글만 살펴보거나, 공장형 농장의 현실을 외면한 채 육식을 즐기기도 한다. 자신을 돌아보고 또 의심하지 않으면 무의식적으로 멍청해지고 마는 세상이다. 상식이 통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정의로운 세상에서 살고 싶다. 무한한 우주마저 인간의 멍청함에 비하면 무한할지 모르겠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마음에 콕 박히지만, 기괴한 멍청함이 난무하더라도 우리는 멍청함과 공존하며 살아가야 한다. 정직한 사람들의 선한 영향력이 멍청함에 잠식당하지 않도록, 멍청함과 공존하되 슬기롭게 맞서는 자세가 필요할 때다.




멍청한 인간은 분노를 위한 분노를 일으키는 것이 목적이다. 분노사회는 요즘 많이 보이는 현상으로 사람들은 도덕의 화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분노의 대상을 찾아다닌다. _ 295p
동물 착취가 만연하면서 인간은 열기구처럼 위험한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 공장형 농장이 환경에 끼치는 피해와 야만성을 경고하는 책을 펴내는 작가들이나 집중 어업을 비난하는 책을 펴내는 작가들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경고에도 우리 인간은 눈과 귀를 막고 모른 체한다. 우리가 속한 인류는 동물 학대라는 멍청한 짓을 계속할 수 있을 정도로 특이한 심리적인 힘을 지녔기 때문이다. 176-177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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