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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란소강 Jul 29. 2018

특유의 유쾌함과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애틋함까지

우리가 사랑한, 그리고 사랑할 영화 <맘마미아! 2>

미국 포스터인데, 맘마미아 특유의 특징을 잘 잡아내서 들고 왔다. 늦오후의 햇살과 도나의 오버롤 바지.

<맘마미아! 2> (2018)



그 시절의 소녀는
엄마가 된다는 상상을 해봤을까.


몇 년 전, 부모님 옷장을 정리하다가 엄마의 고등학교 졸업앨범을 발견한 적이 있다. 양갈래 머리를 땋고 수줍게 웃고 있는 엄마의 고등학생 시절 모습.나보다 엄마가 더 어리던 시절. 빛바랜 흑백사진 한 장에 내 머릿속은 무한히 복잡해져 갔다. 사진 속 여고생은 십 년 뒤 둘째 딸을 낳을 거란 걸 예상이나 했을까. 수 십 년이 흐른 뒤 그 딸이 자신의 고등학교 졸업사진을 볼 거란 건. 엄마는 내게 항상 '엄마'였다. 엄마가 되기 이전에 엄마가 어떤 소녀였고 어떤 숙녀였는지 나는 알 길이 없었다.

앨범 맨 뒷장에는 연습장을 뜯어 접은 종이가 한 장 꽂혀 있었다. 누렇게 변색된 그 종이를 조심스레 펼쳤보았다. 문학소녀였던 엄마가 시의 일부를 종이에 적어둔 것이었다. 시를 적은 글씨체는 종종 내게 쪽지를 남기는 엄마의 글씨체와 똑같았다. 기분이 묘했다.


졸업앨범과 함께 모서리가 다 헤진 육아수첩도 발견했다. 첫째인 언니를 낳고 쓴 것이었다. 아기의 발도장이 찍혀 있고 간단한 일기가 적혀 있는 수첩. 뒷 장으로 갈수록 메모는 점점 짧아졌다. 육아에 치여 가만히 글을 써 내려갈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졸업앨범과 육아수첩으로,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에 나의 일부인 엄마가 어떻게 살았을지 상상해보았다. 애잔하고 뭉클하고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누구라도 내가 결코 알 수 없는 시간의 역사의 일부를 마주하게 되면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그때의 어떤 작은 선택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을지, 그저 아연해질 뿐.




<맘마미아! 2>

아빠 찾기에서, 엄마의 시간 속으로.


<맘마미아!> 1편에서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자신이 태어나던 시기에 쓴 엄마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흥분한다. 아빠의 존재를 모르고 살아온 소피로서는 당장 자신의 아빠가 누구인지 궁금할 뿐이고 영화는 '소피의 아빠는 과연 누구일까?'에 초점이 맞춰지며 시작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도나'(메릴 스트립)의 심경이 주로 다뤄지면서 소피의 아빠가 도대체 누구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소피는 "결혼 전에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서 결혼식에 아빠를 초대했다"라고 하지만 남자 친구 '스카이'(도미닉 쿠퍼)는 조언한다. "네가 누구인지는 스스로 찾아내는 거야, 아빠가 누구인지 알아야만 너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야." 결국 소피는 자신을 찾기 위해 섬을 떠나고, 도나는 오랫동안 품어두었던 사랑을 시작한다.


<맘마미아! 2>는 1편보다 원숙해진 느낌이 강하다. 1편이 '나를 찾고 사랑을 찾는 과정'을 그리는, 성장과 성숙을 그리는 이야기였다면 2편은 보다 깊은 감정을 건드린다.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에 살았던 엄마, 엄마이기 이전의 그녀의 이야기.




1979년과 현시점의 교차편집이 빚어내는 애틋함


도나가 운영하던 호텔의 리오픈 파티를 준비하는 소피와 1979년의 도나를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며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도나가 어떻게 그리스의 작은 섬에 오게 되었고 소피를 낳게 되었는지 그 사연과 과정을 추억을 곱씹듯 보여준다. 영화 후반부에 소피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데, 도나가 소피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순간과 장면이 교차된다.


그리고 도나가 홀로 소피를 낳고 세례를 받으러 교회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과, 소피가 출산 후 아이의 세례를 받기 위해 교회로 들어서는 장면이 교차된다.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고 할머니와 아빠 셋에, 엄마의 베스트 프렌드 둘, 게다가 남자 친구까지 있는 소피와 홀로 쓸쓸히 아이를 낳고 세례를 받는 도나의 모습. 


같은 장소지만 시간이 다른 그 교차 장면은 도나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상상하게 되어 먹먹하게 만든다. 소피 역시 홀로 출산했을 엄마 도나가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지 생각하며 마음 아파한다. 소피는 비로소 엄마가 되고 나서야, 누군지 몰랐던 '아빠'가 아닌 '엄마'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도나의 엄마 '루비'까지 등장한다. 엄마 이전에 딸이었을 도나까지 생각하게 한다.)



소피의 아기가 세례를 받는 장면에서 메릴 스트립이 연기하는 현시점의 도나가 환영으로 등장한다. 소피와 손을 맞잡고 함께 노래하다가 교회 문을 닫고 사라지는 장면은 정말 인상 깊었다. 메릴 스트립의 아우라도 아우라였지만, 엄마를 대신할 수 있을까 하며 마음 쓰던 소피를 도나가 그저 괜찮다며 안아주는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앞으로 아기와 함께 더욱 찬란해질 소피의 인생을 축복하는 것 같아서. 1편에서 도나가 결혼을 앞둔 소피를 바라보며 소피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면서 부른 노래도 감동적이었지만 2편에서 도나와 소피가 함께 부른 이 장면의 노래는 그 감동 이상이었다.




특유의 유쾌함에 애틋함까지

<맘마미아!> 1편과 같은 가벼운 유쾌함을 기대했다면, 다소 무거울 수 있는 몇몇 주제를 다루는 2편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2편은 나이 듦과 죽음, 회환,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그때의 선택들에 집중한다. 다루는 주제가 상대적으로 무겁기는 하지만 도나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릴리 제임스'의 상큼 발랄한 아름다움 덕분에 1편에서 느낄 수 있었던, 맘마미아 특유의 유쾌함을 어느 정도 볼 수는 있다.


1편을 보면 마냥 기분이 유쾌해지지만 2편을 보면 뭉클해진다. 10년 만에 만나는 원년 멤버들은 세월을 피하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멋지고 귀여웠다. 샘과 빌과 해리, 타냐와 로지의 여전히 멋지고 귀여운 케미.



한줄평

맘마미아! 특유의 위트는 잃지 않았고 '시간'에 대한 따뜻하고 섬세한 손길까지 더했다.





덧1. 젊은 시절의 최고 매력남은 빌이다..!

덧2. 릴리 제임스의 건강하고 상큼한 매력에 또 빠졌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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