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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란소강 Nov 06. 2018

그야말로 영화 같은 인생

저스트, 퀸.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꽤 오래전에 티저 영상을 본 뒤로 줄곧 기다려 온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한때 퀸 음악에 뒤늦게 빠져서 종일 퀸만 들었던 적이 있다. 유행하는 곡이 아닌 명곡은 언제 들어도 좋다. 낡은 느낌이 나지 않는다. 영원한 느낌이 들뿐. 영화도 그렇고 문학도 그렇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울림을 주는 작품들. 단발적이고 휘발성 짙은 콘텐츠의 홍수 속에 살면서 유일하게 행복할 때는 바로 이렇게 수많은 명작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후로 오랜만에 듣는 퀸 음악. 그것도 영화관에서. 디테일하게 재현해 낸 라이브 에이드 영상까지. 아주 오래되고 열렬한 퀸 팬들에게는 영화가 부족했던 모양이지만 나처럼 퀸의 음악만 알고 그들의 삶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영화였다.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간략히 만 알고 있었을 뿐이니까. 사실 프레디 머큐리의 인생이 그야말로 영화 같기도 했고, 퀸의 음악이야 대단하니 영화로 만들기에 아주 좋은 소재였을 것이다. 실제 연도 순과 영화 속 내용은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한다. (프레디 역을 연기한 배우와 실제 프레디의 눈동자 색상도 다르다고..!) 실제 이야기들을 한 편의 영화로 만들며 극적인 방향으로 다소 각색된 것 같다.



프레디와 메리의 관계를 표현한 장면, 장면들은 아름답고 슬프고 가슴 아팠다. 특히 프레디가 메리에게, 그녀를 위해 쓴 곡인 'Love of my Life' 라이브 영상을 보여주며 그 벅찬 감정을 배경으로 하며 고백하는 장면과, 그녀의 집 앞으로 이사와 늦은 밤에도 어린아이처럼 메리를 찾아 전화를 하고 잠드는 장면들. 프레디와 메리는 진심으로 사랑했을 것이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세상엔 설명하지 못하는 사랑도 분명히 있다. 


<Love of my life> 라이브 영상 At Wembley '86


다만 아쉬웠던 점은 프레디와 짐의 관계를 다룬 방식이다. 외롭고 공허하고 고독하던 때 짐을 만난 프레디, 프레디가 사망할 때까지 연인이자 친구로서 곁을 지켜준 짐과의 관계가 영화에서는 매우 간략하고 간단하게 다뤄졌다. 라이브 에이드 공연 당시에 프레디와 메리, 그리고 짐의 모습을 교차 편집하는 과정에서 짐의 감동적인 표정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이 있는데, 프레디와 짐의 실제 관계를 모르는 관객이라면 이 장면이 이질적이라고 생각했을 듯하다. 



퀸 하면 수많은 명곡과 함께 세상을 떠난 프레디 머큐리가 바로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이 영화는 퀸도 퀸이지만 프레디에게 바치는 영화이기도 하다. 프레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나니까. 그동안 음악과 라이브 영상만 봤기 때문인지 프레디의 화려하고 파워풀한 퍼포먼스 뒤로 이토록 공허한 외로움이 사무쳐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고독을 덜어줄, 함께 할 사람이 좀 더 일찍 그의 곁에 있었다면 어땠을지. 혹은 프레디가 이미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어땠을지. 



영화도 영화지만 프레디 머큐리 역을 맡은 '레미 멜렉'의 싱크로율 200%인 연기도 영화의 완성도에 큰 몫을 했다. (다른 멤버를 연기한 배우들의 싱크로율도 대단했다.)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다룬 오프닝 연출이 멋졌고 피아노 위에 놓인 펩시 콜라 컵까지 재현한 공연 엔딩씬이 아주 드라마틱했다. 그 당시의 공연은 어땠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오를 정도. 라이브 에이드를 재현한 영상을 극장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극장에 앉아서 보는데 당장 일어나서 뛰고 싶어 혼났다. 영화를 보고 나서 실제 공연 영상을 찾아보았는데, 영화도 연기도 물론 아주 멋졌지만 프레디 머큐리의 폭발적인 에너지는 과연 재현하거나 모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퀸의 퍼포먼스를 스크린을 통해서 봐야만 한다는 게 개탄스러울 뿐. 영화 <코코>스러운 상상을 해보자면, 프레디는 저 세상에서도 멋진 공연을 펼치고 있을 것이다. 데이비드 보위와'Under pressure'를 부르고 있을지도.



역사적인 라이브 에이드 공연은 1985년 7월 13일에 있었다. 그 시대를 살았던, 그 공연을 봤던 사람들 중 대다수는 지금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프레디, 그리고 퀸은 그들의 기억 속에서, 그리고 나처럼 다음 세대에도 감동을 받은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다.


메리와 프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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