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90 km의 무게

쿠웨이트와 서울 사이

by Teo

친구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려지셨다.


병원으로 당장 달려갔는데 수술 예약이 꽉 차서 바로 수술을 못했다.


남자 만나는 건 일도 아니라는 둥 항상 당당하던 친구가 이렇게 당황해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당장 눈물을 뚝뚝 흘릴 것 같지만 지금 통화하고 있기 때문에 꾹-꾹- 참는 중이다.


라는 목소리로


만약에, 정말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기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왜 이런 일이 우리 아버지에게 생긴 걸까



라는데 따뜻하게 말할 줄 모르는 갱상도 촌놈은
"금방 수술하시고 회복하실 거야 왜 그런 생각을 해"라고 밖에 말을 하지 못했다.





이틀 뒤 연락이 왔다.


아버지께서 소천하셨습니다.


내 친구 아버지가 결국 하늘의 부름을 받으셨구나. 그렇구나.





주위에서 부모님이 이렇게 '부름'을 받은 경우는 아직까지는 한손에 꼽는다.


친구에게 해줄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 전화, 인터넷으로 보내는 부조가 전부였다.


가보고 싶었지만 갈 수가 없었다. 검은 옷을 입었을 친구를 보고 어깨라도 만져주고 싶었다.



혹시 내 부모님에게 이런 일이라도 생긴다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질문이 떠오르고 나니 머리가 더 아득해졌다.


인터넷이 발달해서 소식을 듣고 목소리를 듣고 부조라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290km는 이렇게나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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