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 얼굴

나는 그날, 처음으로 웃고 있다는 걸 알았다.

by 테오 진

콜롬비아의 어느 날이었다.

“넌 웃는 얼굴이 정말 보기 좋아.”

낯선 사람이 내 앞에 서서 그렇게 말했다.

나는 순간,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보고타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쉐어하우스에서 만난 다국적 친구들과 처음으로 로컬 바에 나갔다. 콜롬비아 맥주를 하나씩 손에 들고, 아직 익숙하지 않은 콜롬비아식 스페인어가 주변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라틴 사람들답게 처음 보는 사람들도 금세 '아미고, 아미가'가 되어갔다. 나는 그들 사이에 앉아 말보다는 분위기를 따라가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러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던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습관처럼,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콜롬비아 맥주 특유의 커피 향이 입안에 퍼지고 있을 때,


그 사람이 곧장 내게 걸어왔다.

“넌 참 밝은 사람이구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거울 속의 나는 늘 진지하다 못해 무거웠고, 세상에 대항하듯 날이 서 있었다. 그게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오랫동안 그 굳게 닫힌 표정 뒤에 숨어 살았다. 하지만 삶의 환경을 바꾸고, 나를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길 위에 나를 던져놓으면서 그 성벽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멕시코에서 만난 사람들.

햇살처럼 밝고 투명한 그들과 어울리며 나는 당황했다. 그들의 격의 없는 웃음과 포옹은 나를 지키던 방어를 무력화시켰고,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느슨해지고 있었다. 내 안의 날 선 긴장감이 속수무책으로 풀리고 있었다.


그 말은 내가 평생 모르고 있던 나를 처음 마주하게 했다. 나에게도 웃는 얼굴이 있었구나. 나는 누군가에게 날카로움이 아니라 밝은 기운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환경이 바뀌면 사람이 바뀐다는 말은 맞았다.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새로운 환경은 내 안에 억눌려 있던 ‘진짜 나’를 꺼내는 통로였다. 나를 증명할 필요도, 날을 세워 방어할 필요도 없는 곳. 미소가 가장 강력한 언어가 되는 곳에서, 나는 비로소 내 얼굴의 주권을 되찾았다.


이제 어느 길 위에서라도 거울을 보면 예전의 날카로운 사내 대신 조금은 허술하게 웃고 있는 한 남자가 서 있다. 타인이 거울이 되어 비춰준 그 표정은 내 유랑 중에 얻은 가장 값진 것이었다.


나는 이제, 세상을 마주하며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1부 끝.

"오늘 밤 9시, 1부를 마무리하며 나눌 진솔한 기록 '에필로그'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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