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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몽실 Feb 26. 2021

사자 꿈

책 리뷰 <노인과 바다>


 노인은 굳건한 사람이다. 물고기를 잡지 못하는 어부지만 조급해하지도 집착하지도 않는다. 나이가 들어 욕심과 성취에 무뎌진 것처럼 보였지만 청새치를 잡을 때 노인은 승리자로 불렸던 젊은 시절처럼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노인은 다정하다. 한참 어린 소년과 친구처럼 지내고 그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청새치와 끊임없이 말을 나누고 잠깐 노인의 어깨 위에서 쉬던 바다새와도 대화를 나눈다. 그에게 있어서 모든 존재들은 소중하고 가치 있다. 자신보다 더 그렇다고도 생각한다.

  노인은 인정한다. 파멸은 있어도 패배는 없다던 노인은 끝내 자신이 잡은 청새치를 구하지 못한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한 노인은 더 이상 자책도 후회도 하지 않는다. 조용히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한다.

  뒤틀리지도 엉켜있지도 않은 노인은 잔잔한 망망대해 같다. 책을 읽으면서 한참 성난 파도가 치고 있었던 내 마음과 머릿 속도 잔잔해졌다. 성취에 집착하는 게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반대로 순항하는 나에게 옆길로 새게 하는 암초가 되기도 했다. 모든 지 집착은 현명하지 않다. 내려놓고 받아들이는 게 미덕이었다.


 노인은 어부지만 물고기를 잡는 게 그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아니다. 커다랗고 아름답던  청새치가 무식한 상어들에게 뜯겨 뼈만 남게 돼 더 이상 빛나지 않은 것처럼 삶에서 빛나고, 의미 있는 모든 것은 순간이며 그것은 내가 살고 존재하는 이유의 전부가 아니다. 사자 꿈처럼 가끔 달콤하고 행복하게 해 줄지 언정 내 존재 이유는 아니다. 빛나야만 사랑받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살아있음이 유일한 내 존재의 이유이며 삶의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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