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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몽실 Mar 05. 2021

나에게 짓는 죄

책 리뷰 <죄와 벌>


 그는 말했다. 세상에는 비범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나폴레옹과 같은 사람은 비범인으로써 세상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 어떤 범죄든 허용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비범인에 복종하고 따라야만 한다고. 그래서 자신이 비범인인지를 알고 싶어 범죄를 저질렀다고.




 사실 그는 굶주렸고 아팠으며 동생이 자신을 위해 말도 안 되는 인간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계획만 해두었던 범죄를 실행한다. 그의 가치관에 따라 범죄는 계획됐지만 범죄는 지극히 충동적이고 우연히 실행됐다. 자신이 비범인이 아니었단 걸 깨닫고 그는 괴로워한다. 범죄는 그를 아프고 미치게 만들었다. 타인에게 지은 죄는 고스란히 그에게 돌아왔다.

  책에는 죄를 지은 여러 사람들이 나오는데 자신의 논리를 시험해보고자 범죄를 저지른 사람, 아무 이유 없이 충동에 의해서만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 그리고 자신에게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나온다. 마냥 혐오스럽게만 느껴지는 죄인이 있는가 하면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찡하게 다가오는 죄인도 있었다. 바로 나에게 죄를 짓는 사람이다. 가족을 위해 원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하고 몸을 파는 매춘부가 된 사람들. 어쩔 수 없이 자신을 희생하는 착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자신에게 죄를 지었다. 죄를 짓고 또 그 죄를 받는 자신은 얼마나 괴로울까. 그들 몸에 쌓인 상처들은 타인에 의해서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에 의해 생긴 상처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보듬어주지 않아 겹겹이 쌓인 딱쟁이들이 흉터가 된다. 나에게 죄를 짓는 사람은 흉터가 남는다.



 죄를 지으면 꼭 벌을 받을 것만 같다. 그럴 때는 평소에도 종종 있던 운 나쁜 일들이 왠지 나에게 내린 벌 같이 느껴진다. 혼자 마음 졸이고 자책하고 후회하다 다음부턴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한다. 그런 경험들은 인과응보를 마음에 새기게 해 주웠다. 무슨 벌이 나에게 내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덥고 습한 책 속 분위기와 주인공이 느끼는 침울한 감정들이 뒤섞여 내가 마치 벌을 받는 듯 긴장하고 불안했다. 마침내 죄를 깨달은 주인공에게 고마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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