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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몽실 Aug 06. 2021

영화의 리듬

<조디악>, <소셜네트워크>,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조디악>은 봉준호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고 알게 된 영화였다. 인터뷰는 2015년 시네마테크에서 진행된 봉준호 감독과의 대화였다.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님은 영화의 '리듬'을 자주 언급하셨다. 나는 '리듬' 단어를 듣고 의아했다. '리듬은 청각적으로 느끼는 감각이 아닌가. 영화를 보면서 리듬을 느낄 수 있다고?' 나는 호기심을 견디지 못하고 바로 <조디악>을 검색했다. 그리고 감독의 이름을 보고 놀랐다. 재밌게 봤던 <세븐>과 <파이트 클럽>의 데이비드 핀처 감독 작품이었다. '중간에 영화 끌 일은 없겠군.' 하고 바로 영화를 재생했다.

<조디악> 속 제이크 질렌할

 

<조디악>을 다 보고 나서 리듬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지만, 데이비드 핀처 감독을 향한 동경은 더욱 심해졌다. 나에게 좋은 영화란, 영화가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응?' 하지 않고 푹 빠져 보게 되는 영화이다. <세븐>, <파이트 클럽> 그리고 <조디악>은 침 한번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장면 하나라도 놓칠까 동공을 고정하며 본 영화들이었다. 실없는 웃음이 나오며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천재야' 곱씹다 보니 리듬은 잊혀버렸다. 


그러고 몇 달 뒤, 씨네21을 통해 발표된 영화인들의 2010-2020 최고의 영화 10에서 봉준호 감독님이 <소셜 네트워크>를 1위로 꼽았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알고 보니 이미 2011년에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님은 <소셜 네트워크>에 대해 말하며 '리듬'을 언급했다. <소셜 네트워크>는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 이야기였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작품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페이스북 이야기에 흥미가 없어서 시도하지 않았다. 그런데 봉준호 감독님이 1위로 꼽았다니 잊고 있었던 '리듬'을 향한 호기심에 영화를 봐야겠단 욕망이 솟구쳤다. 

<소셜 네트워크> 속 제시 아이젠버그

처음부터 영화는 나를 순식간에 몰입시켰다. 내가 영화를 보는 게 아니고 영화가 나를 멱살 잡고 끌고 갔다. 나는 무기력하게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스토리만 놓고 봤을 때 영화는 흥미롭지 않다. 페이스북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와 이에 얽힌 친구들의 우정과 배신, 그리고 성공에 관한 이야기이다. 페이스북에 관심이 많았다면 구미가 당길 영화겠지만, 난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껏 손이 가지 않았던 영화였다. 

<소셜 네트워크> 속 에리카

영화는 초반부터 상당한 스피드로 달린다. 술집에서 마크가 여자 친구 에리카가 입씨름을 한다. 그리고 마크는 에리카에게 차인다. 화가 난 마크는 기숙사에 돌아와 대학교 사이트들을 해킹해 여대생 얼짱 대회 사이트를 만든다. 사이트는 슈퍼볼 때보다 높은 트래픽 수치를 만들어 네트워크가 다운된다. 정말 별거 아닌 내용인데 박진감 넘치고 긴장된다.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아 이게 리듬이라는 거구나 깨달았다. 


 영화 속 리듬은 영화 전체에 걸쳐서 특정한 요소가 패턴을 통해 나타나는 동적 감각을 말한다. 영화 내에 일관성을 부여하여 이미지에서 이미지로의 운동과 장면 안에서의 동작에 예술적인 효과를 부여한다. 롱테이크와 클로즈업, 편집 기법, 반복적인 이미지, 색체의 변주 등을 이용해 감독들은 영화 속에서 리듬을 만들어 낸다. <조디악>은 특히 색체의 변주가 뛰어난 작품이라 했다. 봉준호 감독님은 리듬이 장면 속에 담긴 정보량에 따라 규정된다고 말한다.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으로 정보량이 너무 적어도, 너무 많아도 영화에서 리듬은 생기지 않는다. 리듬은 미리 설계한다고 100% 구현할 수는 없으며, 흔히 거장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자기가 머릿속에서 구상한 리듬과 극장에서 관객들이 볼 때 실제 느끼는 리듬의 오차가 아주 적은 사람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 속 톰 하디

내가 느낀 리듬은 앞서 말한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는 기준이었다. 가수의 노래를 듣다 살짝 음이탈이 나면 리듬이 깨져버린다. 흥이 깨진다고 해야 하나? 그것처럼 영화 역시 몰입을 깨는 장면들은 집중할 힘을 잃어버린다. 응?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이 영화는 나에게 높은 별점의 영화가 아니게 된다. 나에게 인생 영화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고 말하는 영화는 톰 하디 주연의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이다. 극장에서 보고 영화와 톰 하디에 홀딱 반했었다. 그래서 아직도 내 최고의 배우는 톰 하디이다. <소셜 네트워크>처럼 <매드맥스> 역시 엄청난 스피드의 영화이다. 매드맥스 속 자동차 경주 장면에서 느껴지는 리듬은 심장에 쾅쾅 부딪힌다. 숨을 쉬는 박자도 잊어 숨을 참고 보게 된다. 아찔한 롤러코스터를 타고나면 다리가 살짝 떨리고 몸에 힘이 빠지지만, 마음속이 뻥 뚫린 듯 시원해 스트레스가 풀린다. <매드맥스>가 그랬다. 지금까지 나온 영화 속 자동차 경주 장면은 잊혀졌고 그 이후로 본 경주 장면들도 시시했다. 


봉준호 감독님은 흔히 거장이라고 불리는 감독들은 각자 고유의 리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걸 보면 감독도 음악, 미술 분야처럼 천재의 영역인 것 같다. 논리적인 분석의 영역을 넘어서는 리듬을 만들어내고 그대로 관객들에게 완벽히 전달하는 능력을 타고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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