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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샘달 엿새 Sep 02. 2020

재택근무 시즌 2 - 집밥 전략

바야흐로 재택근무 시즌 2의 나날이다. 지난 3월에 경험한 덕인지 여유가 생겨서일까? 8월 연휴 이후 갑자기 확정된 남편 회사의 재택근무 일정에 놀랍지도 않았다. 다만, 이 기간 점심을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지긋이 남았다. 평소 점심은 아이 반찬이나 그때그때 편리한 음식 위주로 먹고 저녁은 간헐적 단식으로 가볍게, 혹은 거른다. 즉, 재택근무 기간에 함께 제대로 식사하는 유일한 시간은 점심뿐이다. 아울러 방 안에서 홀로 열일하는 남편에게 점심만큼은 제대로 챙겨주고 싶었다. 하여, 냉장고를 열어 재료를 확인하고 필요한 재료를 주문하면서 재택근무와 동시에 나에게 점심식사 미션을 부여했다.



주 5일, 최소 2주 이상의 식단을 생각해봤다. 막상 이렇다 할 생각이 떠오르지 않지만 종이에 메모하다 보면 식단이 튀어나온다. 우리 집은 별도로 반찬을 만들지 않고 메인 요리 하나로 식사를 해결한다. 남편이 좋아하는 고기를 올리되 내가 좋아하는 한식 위주로 준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냉장고 파먹기, 1타 2피 장보기로 식단을 미리 짜 놓고, 밥하기 힘든 날을 대비해 간편 식품도 적극 활용해 보기로 전략을 세웠다.



1. 냉장고 파먹기


더 이상 냉장고를 외면하지 말자. 음쓰 처리가 너무 귀찮다. 냉장고 먼저 파먹고 새로운 재료를 넣어야 한다. 특히 냉동실을 먼저 털자. 아무리 얼었더라도 너무 오래되면 맛이 없을뿐더러 신규 입성으로 인해 자꾸 냉장고 뒤편으로 밀려 잊히기에 십상이다. 냉장고를 가만히 살펴보니 냉동 아보카도, 어머니 표 돈가스와 제육볶음, 냉동 만두를 서두르고 싶었다. 아울러 부모님이 보내주신 감자가 아직도 건재해서 감자 소비에 집중하기로 했다. 달걀은 냉장고 터줏대감이다. 재택 첫날에는 남은 제육을 익히고 냉장실에 남은 음식을 마저 꺼냈다. 명란젓이 도착한 날에는 아보카도를 녹이고 달걀지단과 오이를 채 썰어 김에 재료를 돌돌 말았다. 짜장밥을 만든 점심에는 곁들임으로 만두를 구웠다. 김치찌개를 끓이면서 에어프라이어로 돈가스를 굽고 감자전을 부쳤다. 거의 모든 식탁에 달걀이 올라간다.



2. 1타 2피 장보기


음식재료를 구매할 때 하나의 재료를 여러 요리에 사용하도록 고민한다. 가령 돼지고기 다짐육으로 짜장밥을 하고 나머지는 며칠 뒤에 끓인 부대찌개에 조금 넣었다. 목살은 구워서 먹고 남은 고기를 작게 썰어 카레에 넣었다. 차돌박이를 사서 주먹밥과 구이를 하고, 차돌 된장찌개를 끓였다. 금배추 한 포기를 사서 반절은 김치를 담그고 남은 반절을 또 나눠 겉절이를 위해 각각 비닐팩에 넣어 보관한다. 처음부터 이렇게 하지는 않았다. 보통 마트에서 고기나 채소를 사면 두 식구 먹을 요리에 모두 넣기에는 양이 많았다. 요리 후 남은 양은 적게 나눠 냉동실에 넣고, 다시 해동 후 요리하면 처음의 맛이 안 나왔다. 음식을 하다 보니 최대한 신선한 상태에서 요리하고 남은 것도 냉장실에 넣고 빨리 소비하기로 방식을 변경한 이유다. 남은 재료를 잊지 않기 위해서는 메모가 도움이 될 것이다.



3. HMR-가정식 대체식품(Home Meal Replacement)


내 솜씨가 절대 따라갈 수 없는 음식이 여럿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시간과 품을 들여 만드는 것보다 그냥 사 먹는 것이 비용과 인내 측면에서 비교 불가 음식 말이다. 이번에 맛본 육개장과 칼국수가 그렇다. 육개장은 소고기 끓이고 잘게 찢고 갖은 재료로 맛을 내야 하는 음식이다. 한번 해 본 이후로 다시는 안 하기로 마음 먹었다. 우연히 추천 상품 중 육개장이 눈에 띄어 상품평을 참고해 구매 후 끓여봤다. 건더기가 적은 것 같아 당면과 파만 송송 썰어 넣었더니 남편이 밥을 두 공기나 비웠다. 칼국수는 대부도에서 먹던 그 맛이라는 글귀에 넘어갔다. 당근과 양파만 썰어 넣었더니 정말 바닷가에서 먹는 것 같았다. 진정 식품의 신세계를 맛보았다. 이번엔 어떤 걸 사볼까?



어느 날은 남은 음식으로도 식탁이 풍성하게 채워졌다. 마치 구내식당처럼 그날은 조금씩, 다양하게 맛보는 날이다.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메뉴 돌려막기에 한계가 오면 예전 식단 기록을 참고한다. 덕분에 가지밥이나 베이컨감자볶음을 식탁에 올렸다. 식사 후 나른해지는 세, 네 시쯤에는 시원한 커피를 준비하고 가끔 주전부리를 함께하자며 꾄다. 잠시 휴식 후 몇 시간이 흐르면 3초 만에 퇴근한다. 아기의 저녁 식사를 따로 챙기다 보면 어느새 하루를 마친다. 이렇게 2주가 흐르고 새로운 달이 찾아왔다.



예상대로 재택근무가 연장되었다. 재택근무도 일상으로 자리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에 장을 보면서 닭과 오리고기를 담았다. 채소 값이 진정되면 푸성귀 접시도 많이 추가해야겠다. 생선도 굽고 순두부찌개를 끓이고 유부초밥과 떡볶이, 김치볶음밥도 만들고 소면도 삶고, 아기가 좋아하는 소고기미역국을 끓여서 세 식구 함께 해야겠다.



재택근무 시즌2 점심 식단

#1 제육볶음, 미소장국, 분홍소시지구이

#2 차돌 구이 & 부추 무침, 차돌 주먹밥, 콩나물국

#3 짜장밥, 군만두

#4 김치찌개, 돈가스, 감자전

#5 샐러드, 명란아보카도마끼, 차돌된장찌개

#6 가지밥, 달걀프라이, 김

#7 부대찌개, 어묵볶음

#8 남은 반찬 모음

#9 육개장, 베이컨감자볶음, 달걀말이

#10 칼국수, 새우부추전

#11 목살 구이, 채소볶음

#12 카레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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