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재택근무 6일 차

그대를 생각하며 만드는 요리

by 시샘달 엿새

아빠 재택근무 6일 차


우리 집 노는 방은 아빠의 사무실이 되었다. 노트북과 모니터를 이어 올린 교자상에 바닥이 차가워 추가한 담요가 사무실 집기 전부다. 나의 오빠는 아침마다 어김없는 시간에 그곳으로 출근한다. 다다 다닥다닥 키보드 소리와 문틈을 새어 나오는 통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아무리 재택이라지만 어제 자정까지 일하느라 고생했는데 언제 또 이렇게 일찍 일어났을까. 꼬마가 일어나면 사과 세 쪽과 캐슈너트 몇 개, 비트즙 한 잔을 준비해서 사무실로 배달한다. ‘똑똑’ “압빠~ 타가(사과) 드세여.” 꼬마와 함께 이부자리를 개고 어제 어질러놓은 장난감을 치워본다. 진짜 청소기와 장난감 청소기가 함께 집 안 구석구석 돌아가고 바닥을 물걸레로 닦다 보면 10시다. 오늘 아침 속보를 켜놓고 곧이어 몇 군데 브리핑도 듣는다. 어느덧 10시 반이다.


나의 일과 중 점심 준비 추가 6일 차


점심 준비를 할 시간이다. 오늘은 아빠가 요 며칠 노래를 부른 차돌 된장찌개를 주메뉴로, 같이 장을 본 애호박부추전, 오이무침을 곁들일 예정이다. 제일 먼저 꼬마가 좋아하는 포도 맘마(흑미밥)를 위해 백미와 흑미를 씻어 물을 맞춰 불려 놓는다. 냄비에 물을 넣고 멸치 가루와 다시마를 넣어 육수를 끓인다. 냉장고를 지키고 있던 갖은 채소를 소환한다. 감자, 양파, 애호박, 부추, 마늘, 오이, 팽이버섯 그리고 두부도 나오렴. 감자를 씻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호박도 비슷한 두께로 부채꼴로 썰어 놓는다. 마늘을 빻아놓고 부추는 찬물에 씻어서 알맞은 크기로 썬다. 전을 부칠 애호박은 껍질을 벗기고 부추 크기에 맞춰 얇게 채 썬다. 양파도 함께 썰어 놓는다.


육수가 보글보글 끓는다. 다시마를 건지고 다진 마늘과 된장을 넣어 끓인다. 감자와 애호박을 냄비에 넣어 함께 끓인다. 그 사이 오이를 소금에 바락바락 씻어서 껍질을 벗기고 또각또각 동그라미 모양으로 썰어 대접에 넣는다. 아까 썰어놓은 부추 한 줌을 함께 넣고 양파도 몇 조각 함께 담았다. 쌀을 불린지 30분 정도 지나서 밥솥 취사를 눌러 놓고 부침 가루와 감자전분, 새우 가루를 넣어 물로 반죽한다. 적당한 묽기가 되면 채 썬 애호박과 양파, 부추를 넣어 골고루 섞는다. 미리 준비해놓은 새우살도 같이 넣는다. 냄비에 된장찌개가 자기 좀 봐달라고 한다. 채소가 익고 간도 얼추 맞아서 두부와 팽이버섯을 아낌없이 넣어준다. 대접에 담아놓은 오이와 친구들에 간을 해본다. 고춧가루 반 큰술, 멸치액젓 조금, 꽃소금 두 꼬집, 매실 액기스 1큰술, 다진 마늘을 넣어 골고루 섞는다. 하나 집어 간을 보니 여름이 온 것 같다. 참기름으로 향을 더하고 그릇에 담아 통깨를 솔솔 뿌렸다. 대접에 남은 양념에 치자 단무지를 한 줌 넣고 고춧가루와 매실액을 넣어 골고루 섞었다. 상큼한 반찬 하나 더 추가!


프라이팬을 달구고 해바라기유를 둘러 준비가 될 때를 기다린다. 옆 냄비는 고기를 넣어 달라고 아우성이다. 냉동실에 있는 차돌박이를 두 주먹 넣어줬다. 차돌이 찌개에 녹으면서 하나가 된다. 고춧가루 약간과 송송 썬 대파를 넣어 뚜껑을 덮어 두었다. 프라이팬에 반죽을 얇게 펼쳐본다. 소리가 벌써 잔칫집이다. 최대한 얇게 펴려고 노력해본다. 지글지글 노릇노릇 맛있게 익기를 기다려본다. 그 사이 밥솥 언니가 밥이 다 되었다고 소리친다. 밥을 잘 저어 놓고 오이무침, 단무지 무침이 식탁에 나갈 채비를 한다. 꼬마의 최애 달걀프라이도 부치고 정성을 담아 국과 밥을 그릇에 옮긴다. 따끈한 애호박부추전이 완성되면 우리의 식탁을 차려본다. 꼬마가 함께 나른다. 오늘 새로 만든 반찬에 김과 간장을 추가하니 우리의 점심 식탁이 완성되었다. 12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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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 잘 맞는지 두근거린다. 호로록 맛있게 먹는 모습에 배가 부르다. 꼬마도 옆에서 스스로 먹겠다며 야단이다. 그렇게 아빠가 일등으로 식사를 마치고 우리도 마저 식사하면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는다. 잠시 쉬고 있는 아빠에게 놀자고 하다가 좋아하는 과일이 준비되면 놀자고 한 것을 잊고 아빠와 함께 냠냠 잘 먹는다. 1시다.


아빠는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신다. 어느새 익숙해진 재택근무 일과. 오늘도 아빠는 열심히 일하고 꼬마는 열심히 논다. 잠시 쉬는 시간에 마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준비하고 오늘은 금요일이니 이따 치킨을 먹자고 희망을 불어넣어 본다. “압빠 힘내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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