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생각하며 만드는 요리
오늘 뭐 먹지? 매일 우리를 기분 좋게 괴롭히는 뭐 먹지 고민. 재택근무가 이어지니 나는 요즘 이 말을 입에 더 많이 달고 산다. 점심을 먹으며 저녁을 고민하는 우리네 주부의 이 흔한 고민은 가끔은 그럭저럭 한 상으로, 종종 바깥 음식으로, 어쩌다 한 번은 아예 마음을 단단히 먹은 한 상차림으로 승화한다. 오늘은 다시 금요일이니까 그래서 기분 좋으니까 마음먹은 음식을 해보자. 오늘은 매실 소스를 끼얹은 불고기 샐러드!
불고기는 생일상에 올라오는 음식이라 생각했다. 요즘은 생일뿐만 아니라 급식이나 집밥 메뉴로도 자주 만난다. 달달하고 짭조름한 양념으로 지글지글 익혀서 먹으면 외국인도 반할 수밖에 없는 고기반찬이다. 나는 쌈 싸서 먹는 음식을 좋아한다. 그래서 불고기를 먹을 때 싱싱한 상추에 불고기를 듬뿍 담아 쌈장을 살짝 발라 한입 하면 힘이 불끈 솟는 느낌이다. 여기에 깻잎 향까지 더해지면 음~ 금상첨화!
이렇게 그냥 먹어도, 쌈을 싸 먹어도 맛있는 불고기도 언제나 좋지만, 오늘 점심은 불고기를 중심으로 샐러드를 만들려고 한다. 마침 집에 양상추가 있고 어머니께서 정성스레 만들어 주신 매실액이 있어서 재료가 충분하다.
양상추를 몇 장 뜯어서 흐르는 물에 씻고 찬물에 담가 싱싱하게 준비한다. 치커리가 있으면 더 좋은데, 없어서 며칠 전 시장에서 사 온 적겨자를 같이 담가 놨다. 멋스러운 장식을 위한 대파 흰 부분을 엄지손가락 길이만큼 준비해 채를 썰고 아린 맛을 없애려 찬물에 담가놓았다.
간장, 맛술, 설탕, 후추, 다진 마늘, 참기름, 참깨를 꺼낸다. 여기에 양파를 준비해 강판에 갈아 양파즙을 만든다. 눈물이 쏙 빠지는 양파의 매정한 매운맛에 혼쭐났다. 준비한 양파즙 3~4큰술을 대접에 넣고 간장 3큰술, 맛술 3큰술, 설탕과 후추 조금씩, 다진 마늘 1큰술, 참기름과 참깨 조금씩 넣어 숟가락으로 휘휘 젓는다. 간을 보고 양념을 추가한다. 적당하다 싶으면 양념 대접에 아침에 공수한 샤부샤부용 소고기를 넣어 양념이 골고루 섞이게 한다. 소고기는 200g 정도면 적당하다.
매실 소스 드레싱을 만들 차례다. 매실액 4큰술, 간장 1큰술, 식초 1큰술, 올리브유(원래 포도씨유) 1큰술을 넣어 골고루 섞는다. 참깨도 솔솔 뿌려놓으면 상큼하고 향긋하면서 살짝 느끼한 샐러드드레싱이 완성된다.
아까 찬물에 담가놓은 양배추와 적겨자를 건져 물기를 탈탈 털고 한입 크기로 손으로 뜯는다. 큰 접시에 미리 채소를 담아 놓고 고기를 익히기 시작한다. 달궈진 팬에 양념이 밴 고기를 익힌다. 고기가 얇아서 금세 익을 것이다.
잘 익으면 불을 끄고 아까 준비해놓은 채소 접시 중간에 고기를 예쁘게 얹는다. 음~ 벌써 맛있겠다. 그 위 중앙에 채 썬 대파 흰 부분을 정성껏 올려놓는다. 오늘 불고기 양념은 아기가 먹기엔 조금 짠 것 같아서 꼬마 반찬은 뚝배기 불고기로 변신했다. 작은 뚝배기에 불고기를 조금 옮기고 생수를 부어 끓였다. 아기가 좋아하는 팽이버섯을 넣어서 한번 보글보글 끓으면 뚝불 완성!
미리 만들어놓은 반찬을 꺼낸다. 봄동 겉절이, 어묵 볶음, 무생채를 접시에 담고 꼬마가 좋아하는 달걀을 오늘은 지단으로 만들어 접시에 낸다. 밥도 각자 그릇에 예쁘게 담아놓았다. 밥 먹기 직전! 오늘의 주인공인 불고기 샐러드의 마무리 단계가 필요하다. 불고기를 담은 접시 가장자리, 즉 양상추 위로 매실 소스 드레싱을 끼얹는다. 접시에 뿌리는 과정이 아름답다.
“잘 먹겠습니다.” 오늘의 메인 음식에 젓가락이 먼저 도착한다. 매실 소스에 흠뻑 젖은 양상추와 불고기를 한꺼번에 포개 한입 먹으면 색달라 반할 수밖에 없는 불고기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매실 향이 올리브유와 만나고 식초가 적당히 역할을 하며 어우러지는 하모니가 예술이다. 혹시 아쉬울까 봐 준비해놓은 상추쌈에도 손을 내밀어 보았다. 음~ 어떻게 먹어도 역시 맛있다.
이 음식은 직장인일 때 회사 요리 동아리에서 배운 음식이다. 어찌나 맛있던지 같이 만들었던 안동찜닭은 안중에도 없었다. 무엇보다 불고기를 이렇게 샐러드로 만든다는 아이디어가 스물일곱 나에게 신선했다. 늘 묵직한 무게로 메인 요리로 자리했던 것 같은데, 이렇게 샐러드가 된다니. 그리고 집 냉장고에 한결같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매실액기스가 드레싱이 된다니! 나에게는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늘 그랬듯 누군가에게 떠밀려서 나는 요리 수업을 갔었는데, 이 음식을 만들면서 요리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 시장을 샅샅이 뒤져서 계량 숟가락도 사고 계량컵도 사면서 나의 요리 세계가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이 요리는 집에 손님을 초대할 때, 누군가에게 맛있고 새로운 음식을 대접하고 싶을 때 종종 만들어 본다. 매실액과 양상추, 불고기용 고기만 있으면 비교적 편하고, 금세 할 수 있는 요리라 나는 이 요리의 과정을 특별히 더 좋아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점심을 먹다 보니 오늘도 맛있게 한 접시 비웠다. 파스타 볼에 남은 매실 드레싱의 자국이 나에게 뿌듯한 보람을 주었다. 오늘은 금요일이니까, 저녁은 치킨을 먹자며 또 힘을 북돋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