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생각하며 만드는 요리
날이 자꾸 좋아진다. 마스크 사러 가는 길에 개나리를 보았다. 며칠 전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노란 꽃들이 여기저기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오므리고 있던 목련은 그새 활짝 펴서 곧 낙화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잠깐 외출이지만 봄꽃들에 눈을 뗄 수가 없다. 기온도 높아져서 반팔을 입은 사람들도 보인다. 곧 여름이 올 것 같은 반가운 느낌에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이렇게 봄이 이곳저곳에서 소리치고 있는데 마음이 불안해 즐기질 못하니 참 억울하다. 어서 괜찮아지기를 오늘도 바랄 뿐이다.
봄이 물씬 묻어난 토요일 점심에 무슨 반찬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냉동실에 있는 돈가스를 선택했다. 우리 가족이 제일 좋아하는 돈가스는 에어프라이로 15분 정도 익히면 금세 완성된다. 두툼한 두께에 제법 커다란 크기로 바삭한 맛이 일품이다. 소스를 찍어 먹어도 좋지만 오늘은 샐러드로 변신해 먹을 예정이다. 돈가스 샐러드는 다진 마늘과 참기름으로 맛을 낸 드레싱이 핵심이다.
양상추는 흐르는 물에 씻어서 찬물에 잠시 담가놓았다. 냉장고에 적겨자가 시들해지고 있어서 함께 찬물 샤워를 시켰다. 돈가스 두 장을 에어프라이어에 넣어 180도로 맞춘 후 15분 정도 기다린다. 그 사이 드레싱을 위한 재료를 준비한다. 간장 2큰술, 식초 2큰술, 매실청 2큰술, 생수 1큰술, 다진 마늘 반 큰술, 참깨 조금이 필요하다. 그릇에 드레싱을 위한 재료를 모두 넣고 골고루 젓는다. 양상추와 적겨자의 물을 털어 먹기 좋은 크기에 맞춰 손으로 뜯는다. 카레 담는 그릇에 소복하게 올려놓고 기다리면 돈가스가 완성된다. 잘 익은 돈가스는 한 김 식힌 후 예쁘게 잘라서 채소를 담은 접시 위에 가지런히 올린다.
다른 반찬도 함께 냈다. 같이 준비한 달걀 감잣국, 어제 만들어놓은 볶음 김치와 봄동 겉절이를 접시에 담았다. 꼬마는 순수한 돈가스를 좋아해서 같이 튀긴 두 장 중 한 장은 예쁘게 썰어서 꼬마 접시에 올렸다. 케첩과 돈가스 소스도 함께 모여 식탁 위에 올렸다. 밥과 국을 각자 자리에 놓고 수저가 제 주인을 찾으니 토요일 점심 식탁이 완성되었다. 먹기 바로 직전에 드디어 만들어놓은 드레싱을 채소 위에 뿌린다. 돈가스와 양상추를 함께 집어서 먹는다. 돈가스와 봄이 입안에 들어온다.
돈가스 샐러드는 신랑이 남자 친구였을 때 도시락을 싸면서 처음 만들어봤다. 마침 주말에 놀러 가려고 했던 곳에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유부초밥과 함께 곁들임 음식으로 만들었다. 도시락으로 뭘 준비할까 고민하면서 이 음식을 찾았는데 그때 참고한 블로그 내용에 너무 맛있다는 얘기만 믿고 그냥 진행했다. 이름은 샐러드인데 다진 마늘과 참기름이 들어가는 게 의아했다. 이 정도면 무침이 아닐까 싶었는데, 완성된 음식을 먹어보니 오리엔탈 드레싱과 매우 비슷했다. 즉, 집에 오리엔탈 드레싱이 있으면 양상추와 돈가스에 그 드레싱만 뿌리면 되는 요리다.
당시 요리 초보인 나는 숟가락을 덜덜거리면서 계량을 했었는데, 매일 요리하다 보니 그 계량은 참고만 할 뿐 내 입맛에 맞춰 가감하면 되는 것 같다. 채소 준비에도 정답은 없다. 냉장고에 만드는 샐러드에 어울리는 다른 채소가 있다면 뭐든 좋다. 모쪼록 열심히 만든 도시락을 꺼내서 두근대는 마음으로 시식 평을 기다렸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이 남자의 한 마디 “최근에 먹은 음식 중에서 제일 맛있어.” 음식 맛을 식사 속도로 나타내는 나의 오빠는 정말 맛나게 먹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의 시선이 아직도 생생하다. 때마침 그날도 오늘처럼 봄이 오는 날이었다. 그래서 날씨와 음식이 굴비 엮듯 같이 따라오는 것 같다.
에어프라이를 집에 들이기 전까지는 돈가스를 튀기기란 미션 같았다. 그래서 돈가스 튀기는 일은 거의 없었다. 대신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옆 동네 알뜰시장에서 돈가스를 튀겨주는 집을 발견하고는 가끔 돈가스도 즐기고 오랜만에 돈가스 샐러드도 만들었다. 에어프라이어가 우리 집에 놓이고 에프용 돈가스 냉동식품도 잘 나오니 기름 냄새 없이 맛있는 돈가스를 먹는 날이 많아졌다. 편리함에 자주 찾는 음식에 이것저것 변형도 해 보는 중이다. 참깨를 갈아 돈가스 소스를 뿌려서 먹는 참깨소스도, 자작한 국물에 돈가스를 적신 가츠동도, 얼큰하게 만든 돈가스김치나베도, 오늘처럼 돈가스 샐러드도 우리 집에서 돈가스를 먹는 몇 가지 방법이다.
언젠가부터 돈가스 샐러드는 우리 꼬마가 훗날 도시락이 필요할 때 꼭 싸 주고 싶은 음식으로 마음에 자리 잡았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이 음식은 우리의 데이트 시절을 불러오기에 아기의 도시락으로도 이어진 것 같다. 우리 모두가 기다리는 그 날이 오면, 소박한 도시락을 만들어 그냥 나가고 싶다. 그곳이 어디든, 어떤 누구든 고대한 일상을 누리는 행복에 벅찬 감동이 밀려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