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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샘달 엿새 Sep 11. 2020

회사가 원하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방법

회사가 당신에게 궁금한 점을 제대로 알려주자

소원이 하나 생겼다. 원서를 작성을 앞두고 홈페이지에 접속하면서 부디, 자기소개서 항목이 안 어렵기를 바랐다. 하지만 늘 그렇듯, 내 바람과는 무관하게 기업들은 복잡해 보이는 질문으로 (때로는 화려한 수식을 써가며) 나를 소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취준생 시절 내가 작성한 자기소개서 항목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OO 은행 입행이 본인의 비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자유롭게 기술하십시오.
귀하의 성장 과정을 통해 본인을 소개해주십시오.
이번 공채에 지원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과 준비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기술하십시오.
남들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강점과 이것을 바탕으로 OO 은행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설명해주십시오.
인생에서 가장 큰 실패와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을 설명해주십시오.
많은 직장 중 은행(또는 증권사)을 선택한 이유와 그중에서도 OO 은행 (증권사)를 지원한 동기에 대해 기술하십시오.
10년 후 인생의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설정한 계획을 설명하십시오.


여기서 잠깐! 옛날 자소서라니! 어디서 강산이 한 번 바뀐 이야기를 하느냐, 라는 자문이 생겨 예전에 꿈꿨던 기업 몇 군데를 골라 채용 정보를 검색해보았다.



아! 이참에 당신도 희망하는 (혹은 관심이 생기는) 기업의 채용 정보를 확인해보시기를 추천한다. 이를테면, 검색창에  ‘OO 기업 자기소개서 항목’ , ‘OO 기업 채용 공고’처럼 입력하면 된다. 안타까운 사실 하나는 예년 같은 9월 초라면 각종 기업의 하반기 채용 소식이 연달아 이어질 텐데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채용 공고가 많이 줄어든 현실을 맞닥뜨린다는 점이다. 이럴 땐 2019년 자소서 항목으로 검색하시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면, 각종 취업 포털과 카페, 개인 블로거들이 자기소개서 항목을 낱낱이 공유하고 어떻게 쓰면 좋을지 팁을 알려주기도 한다.



몇 번 검색을 반복하니, 과거 내가 작성하던 자소서 항목과 거의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취준생 시절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깨달았던 사실 즉, 기업별로 질문을 표현하는 방법은 달라도 관통하는 키워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1. 그 기업은 ‘나’에 대해 궁금하다.


상대를 처음 만날 때 그 사람이 궁금한 것처럼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성장 과정, 가치관을 통해 알아본다. 인생에서 가장 큰 성공과 실패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가늠하는 단서가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직무를 왜 하고 싶은지, 이를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준비한 건지 몹시 알고 싶어 한다. 가끔 학교생활이나 교내외 다양한 활동 여부도 묻는다.



2. 그 기업은 내가 왜 ‘이 회사’에 들어가고 싶은지 궁금하다.


누군가가 나를 찾아온다면,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 수많은 회사 중, 당신은 왜 우리 회사를 선택한 건지 알고 싶어 한다. 가끔은 회사가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앞으로 회사가 발전하기 위한 당신의 아이디어를 여쭙기도 한다. 스치는 인연이라도 해당 기업과 관련한 경험을 만들면 지원동기 항목을 어렵지 않게 작성할 수 있었다. 기업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홍보대사, 봉사활동, 모의 투자 대회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데 이를 유심히 살펴보고 도전하면 좋을 것 같다. 저학년일수록 경험의 기회가 많을 것이다.



3. 그 기업은 ‘나’와 ‘우리 회사’가 어울릴만한지 궁금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코드가 통해야 오래가지 않겠는가? 어쩌면 시너지로 함께 성장할 수도 있다. 기업은 당신이 우리 회사의 핵심가치를 아는지, 당신의 가치관과 우리 회사가 제법 잘 어울릴지 알고 싶어 한다. 더 나아가 당신이 우리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꿈을 묻고 당신의 성장이 회사에 발전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 같다. 지원자의 가치관은 본인이 자기소개서로 작성해야 하지만, 기업의 가치관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회사의 핵심 가치, 비전, 인재상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대부분의 기업에서 내가 겪은 갈등 사례를 물어봤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통해 조직 생활 모습을 점쳐보는 것 같았다.  



그 시절 자소서를 생산하다 보니, 10년이 지난 요즘 자소서 항목을 살펴보니 결국, ‘나’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이 직무에 적합한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지원자가 ‘회사’에 애정이 있는지, 지원자와 우리 회사의 가치가 잘 어울리는지에 관한 연결고리를 찾으며 회사의 발전을 위한 미래를 그려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은 going concern (계속 기업 : 기업이 계속적으로 존재한다는 가정 아래에서 사업을 영위한다는 개념)이어야 하므로 미래를 함께하는 인재를 찾는 과정이 채용이었던 것이다. 이런 거대한 청사진도 결국, 지원자(인재)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아주 훗날에야 깨달았다. 그래서 기업으로서도 채용은 몹시 중요한 과정일 수밖에 없다.



자소서를 생산하는 만큼 서류 탈락의 소식도 연달아 이어졌다. 스펙(성적, 외국어, 자격증 등)이야 고정값이니 별안간 자기소개서를 윤문 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혼자서는 답이 안 나올 것 같아 발로 뛸 수밖에 없었다. 교내 취업 및 진로 담당 부서에서 지원하는 취업 컨설팅을 이용해 동료들과 함께 자기소개서를 공유해 첨삭을 받았고 캠리(캠퍼스 리쿠르팅 : 기업의 채용 설명회) 시즌에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타 대학까지 찾아다니며 자소서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받아 적었다. 발로 뛰면서 소정의 소득을 얻은 결과 수첩에 당시 모 그룹 인사팀 실무자의 자기소개서 작성 팁을 적어놨는데.


왜 OO에 지원하게 되었는가. 어떤 비전을 찾기 위해 지원했고 내가 어떠한 일을 하고 싶고, 어떻게 발전해 나갈 것인지를 또 그것을 위해 어떠한 준비를 했는지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직무와 연관되고 한 편의 스.토.리.로 쓰는 것이 중요.  


여기에 항목별로 이목을 끌만한 제목을 달고, 두괄식으로 문단을 구성하고, 기업의 핵심 가치를 키워드로 넣어보라는 세부 팁을 새겨놓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소소한 경험이라도 ‘상황 - 문제 해결 - 교훈’의 전개를 통해 구체적으로 쓰려 애썼고 무엇보다 진솔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면접 때 가장 많이 보는 게 자소서 아니겠는가. 그래서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애송이 취업준비생 시절(졸업 전)과 취뽀가 확정될 무렵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비교해보면.

(※ 오글거림 주의)


OO 은행 지원동기 (애송이 취준생 시절)

정직하고 투명한 금융이 이루어지는 OO 은행의 윤리 금융인으로의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하며 공부했던 재무와 회계는 금융인의 꿈을 심어주었습니다. 또한 개인 금융에 필요한 밝은 모습과 성실함을 갖추었습니다. 저의 모습은 하루의 일과에 기분 좋은 작은 선물을 드릴 수 있으며, 끊임없는 금융 공부는 제가 갖고 있는 OO 행원으로서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OO 행원이 되어 글로벌 금융 위기가 가르쳐준 ‘윤리’를 덕목으로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지켜드리고, 사명감으로써 고객에게 금융 지식을 전달하겠습니다. OO 은행은 우리나라의 발전과 함께하기에 금융강국으로의 전진도 우리은행이 앞장서야 합니다.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이 만들어지는 지금, 투명한 금융을 선사하는 OO은행이라는 울창한 숲이 있습니다. 이 숲을 이루는 OOO라는 이름의 튼튼하고 정직한 나무가 되겠습니다.
같은 은행 지원동기 (취업 성공 무렵)

<상품이 아닌 고객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라>
작년 여름, OO 은행에서 주최하는 대학생 금융 교육에 참석했을 때 PB팀장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단순히 상품 판매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생각하라는 충고였습니다. 은행의 겉모습만 보았던 저는 진실된 이 말씀을 듣고 OO 은행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한동안 신선한 충격으로 ‘고객’과 ‘미래’가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이후, 진정 고객을 향한 선배의 가르침이라는 생각으로 은행원이 되기 위한 제1의 마음 가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가르침을 실천할 OO은행으로 저의 꿈이 다가가고 있습니다.

<같은 꿈을 꾸다>
국민의 금융 파트너로 도약하는 OO 은행과 행복을 만들어 드리는 제가 만나 1등 은행의 비전을 달성하고 싶습니다. 오래도록 지점에서 근무하고 싶습니다. 지점에서 사람 사는 소리를 듣고, 정을 느낄 때 행복합니다. OO 이름으로 고객분들과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그분들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입행 후 목표 및 실행계획 (취뽀 무렵)

<칼럼니스트 - OO 은행 ♡♡♡행원>
딱딱한 경제를 속 시원하게 설명해주는 사람, 수많은 재테크 중 나에게 가장 알맞은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 OO 은행에서 이루고 싶은 저의 목표는 글 쓰는 자산관리사가 되는 것입니다. 평소 경제와 투자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며 글 한 편씩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글 쓰는 자산관리사가 되어 OO 고객님들은 물론 경제를 알고 싶고 재테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한 저만의 step이 있습니다.

Step 1. OO에서 개인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자산관리사가 되는 것입니다. 고객 모두가 개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미래의 재무 설계를 도맡아 드리겠습니다.
Step 2. 2년 내 CFP(Certified Financial Planner 국제공인재무설계사)를 취득하겠습니다.
Step 3. 매일 글 한 편씩 블로그에 작성해서 담백하면서 시원한 글을 위해 연습하겠습니다. 이는 꿈을 이룰 초석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면접장에서 글 쓰는 자산관리사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지금 당장 하나의 이슈를 두고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고 제안을 하셨다. 자기소개서에 작성한 내용을 살펴보니 내가 궁금하시긴 했나 보다.




만일,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당신이 취업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미리, 원하는 기업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해보시기를 바란다. 그저 질문을 바라만 본다면 자기소개서의 세계를 이해할 수가 없다. 직접 써봐야 자기소개서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취준생 시절 자기소개서 항목으로 10년 후 미래를 작성하면서 인생 최초로 내 미래를 고민해본 것 같다. 재미있게도 스물네 살의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비록 공공기관으로 입사를 하는 바람에 자산관리사의 목표는 못 이루었지만,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걸 보면 나머지 반쪽 꿈을 향해 걷는 것 같다.




다음 이야기 : 직무적성 검사 공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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