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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샘달 엿새 Sep 20. 2020

대학 졸업 후 청년인턴이 되다

묻지마 입사 지원의 결과

청년 실업이 40만 명에 육박한 이때!!


2003년 유행하던 시트콤에서 극 중 어떤 배우가 외쳤던 말이다. 당시 나는 고등학생이었는데 대사가 자주 반복되다 보니 '청년 실업'이라는 단어가 귀에 익었다. 그런데도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 여겼다. 당장 내게는 대학 입시가 목전에 놓였고 대학에 가면 취업은 어렵지 않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입 원서를 쓰면서 취업이 잘 된다는 이유로 경영학과를 선택하고 대학생이 되어 자유시간을 흥청망청 썼다. 4학년 무렵 부랴부랴 자격증을 따는 등 취업을 준비하면서 기업에 문을 두드렸지만 1년간 열심히 떨어졌다. 내가 탈락의 역사를 쓰는 동안 주위 사람들은 각자 길을 찾아갔다.



영문과 전공 윤 씨는 AICPA(미국 회계사)를 취득 후 대기업 재무팀과 시중은행에 복수 합격해서 본인의 경력을 위해 어떤 곳을 선택할지 고민했다.

경제학 전공 정 씨는 평소 원하던 물류 팀에 입사한 지 3개월 만에 퇴사하고 수능에 응시해 교육대학교에 입학했다.

경영학 전공 황 씨는 모 대기업에 최종 합격했지만 며칠 후 합격 취소 통보를 받고 다른 기업에 입사했다. 당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라 채용 취소가 빈번했다.

통계학 전공 박 씨는 취업에 성공했지만 평소 원하던 특수은행을 포기하지 않고 재수로 도전한 결과 결국 합격했다.

경영학 전공 이 씨는 모 중소기업에 입사해 좋아하던 회계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무역학 전공 박 씨는 3개월간의 증권사 인턴 생활을 마치고 곧 정규직 전환 면접을 앞두었다고 전했다.

컴퓨터공학 전공자 여러 명은 S 전자와 L 전자에 입사해 스마트폰 사업부에 배치되었다. 당시 스마트폰 시장이 커질 때라 관련 전공자들을 많이 채용했다.

경영학 전공 임 씨는 두 번째로 도전한 회계사 2차 시험에 최종 합격해서 회계 법인 입사를 앞두었다.

회계학 전공 김 씨는 몇 년간 준비하던 세무사 공부를 그만두고 세무직 9급 공무원 도전으로 목표를 바꿨다.  


이렇게 본인의 길을 찾는 사람들도 있지만 딱히 갈 데 없는 이들이 조금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중 하나가 나였다. 졸업식이 다가오면서 불안감은 증폭되었다. 잊었던 시트콤 대사가 떠오르더니 내가 곧 청년 실업자가 될 것 같았다. 동시에 '청년 실업'이라는 낱말의 실체가 조금씩 보였다. 더 이상 학생이 아닌데 수입이 없으면 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88만 원이든 최저임금이든 한 달을 보낼 생활비가 필요했다. 하여, ‘뭐라도 걸려라’ 식의 묻지마 지원은 계속되었다. 무차별 지원 중 소신은 단 하나였다. 오직 금융! 금융과 관련된 분야라면 계약직이든 인턴직이든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원서를 써댔다.



졸업식 날 입사가 확정된 선배들, 동기들이 부러웠다. 무엇보다 가족에게 죄를 지은 것 같았다. 대학 4년 학비 2400만 원 (약 300만*8학기), 생활비 3600만 원 {(매달 방세 30만 + 용돈 30만) *5년}을 투자한 결과가 청년 백수라니 그야말로 속이 타들어 갔다. 씁쓸한 졸업식을 마치고 기숙사에 홀로 남아 짐을 정리했다.

‘짐 빼면 어디로 가지? 고시원을 알아봐야 하나. 학자금 대출 이자는 어떻게 갚지. 곧 원금도 갚아야 한다는데 큰일이다. 우선은 계속하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입사 원서를 계속 써야겠다.’

암울한 생각만 이어지는데 순간, 문자 메시지 도착 소리가 들렸다.




“면접 결과를 확인하세요”




원서를 하도 많이 써대서 어떤 회사인지, 무슨 면접인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결과를 확인해보니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공기업에서 청년 인턴 합격 소식을 알렸다. 조건을 살펴보니 10개월 계약, 월 급여 100원 안팎, 인턴 근무 중 타 기업으로 취업 활동을 보장했다 계약 기간 동안 월급을 받으며 금융권 채용에 다시 도전하면 왠지 괜찮을 것 같았다. 직감을 따라 그 길을 택했다.



당시 청년 실업 대책 마련을 위해 공공기관을 위주로 청년 인턴 채용이 많아지던 시기였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선배들로부터 OO 재단, OO 공사, 한국 OO 등의 이름이 붙은 공공기관은 비교적 안정적인 근무 환경이 보장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에게 공공기관은 ‘신의 직장’이라는 별칭 때문인지 왠지 넘볼 수 없는 세계로 느껴졌다. 이런 이유로 취업 준비 초부터 공공기관에는 입사 지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년 인턴은 ‘서류-면접’으로 절차가 비교적 간소화되어 부담감이 덜했고 묻지마 지원 결과 그중 하나에 합격한 것이다.



여기서 잠깐! 요즘 취업 시장을 살펴보도록 하자. '청년 실업'이라는 키워드로 뉴스를 찾아보면 숨이 막힌다. 지금이나 예나 경제는 늘 어렵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다.


바늘구멍도 막혔다… 청년실업 '팬데믹' [한국경제] 입력 2020.06.10
닫히는 ‘채용문’ 봉쇄된 ‘알바문’ 청년층 실업률 10% 넘어 [KBS 뉴스] 입력 2020.06.10
청년 실업률 21년만 최악… 코로나에 ‘그냥 쉰’ 청년 쏟아졌다 [중앙일보] 입력 2020.07.15


과연 청년 실업을 해결하는 날이 오기나 할까. 코로나로 인해 청년실업은 최악 중 최악일 것이다. 전 세계를 침투한 바이러스 탓에 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들은 채용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답답한 뉴스를 보다가 채용 포털 사이트를 찾았다. 하반기 채용 소식이 간간이 올라오는 것 같다. 간혹 공공기관의 청년 인턴 채용 공고도 확인할 수 있었다. (출처 : 취업 포털 및 각사 채용공고)


[한국주택금융공사] 2020 하반기 체험형 인턴 채용공고
[KDB산업은행] 2020년 2차 청년인턴 채용공고
[한국수출입은행] 2020년도 하반기 청년인턴 채용
[한국전력공사] 2020년 하반기 체험형 청년인턴 채용
[한국자산관리공사] 2020년도 채용형 청년인턴 채용공고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인턴 선발에도 정규직 전환형(채용연계형) 인턴과 체험형(단기) 인턴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채용과 연계되느냐 마냐는 지원자와 기업 입장에서도 무척 중요하므로 해당 채용 공고를 정확히 확인하여 지원할 필요가 있다. 채용형 인턴을 선발할 때는 필기시험과 1,2차 면접 전형을 추가하는 등 인턴이지만 신입 공채를 뽑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과정이다. 반면, 체험형 인턴 선발은 '서류- 1차 면접' 등으로 다소 간소화된 채용 프로세스가 이루어진다. 이는 말 그대로 공공기관에 대해 관심이 있는 자에게 기관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만일 관심 공공기관이 있다면 이미 지나간 채용 일정이라도 채용 공고에 있는 정보를 확인하시기를 추천해 드린다. 아울러, 인턴 채용을 대비를 하는 것도 공공기관 입사 시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채용 전반의 과정을 염두에 두고 필기시험과 면접 유형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 다음 공고를 기다린다면 공공기관 입사를 위한 준비하는 체계적인 과정이 된다.




요즘 채용 트렌드에 맞춰 돌아보니 나는 체험형 인턴이었다. 비록 채용 연계는 아니었지만, 공공기관에서 청년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학교나 지인들로부터는 절대 얻지 못할 경험을 한 것이 가장 큰 자산으로 남았다. 온종일 전화를 당겨 받아도, 회의 자료를 복사해도, 특별한 강연에 참석해도 그 안에서 쓰는 단어를 듣고 업무의 흐름을 관찰하다 보면 이론으로 마주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를 경험했다. 그간 공공기관에 대해 1도 몰랐다. 금융공기업? 나와는 관계없는 세상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내가 그 안에 속하다 보니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살아 움직이는 금융 시장을 관찰하면서 세상에 대한 시야가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여의도에 있는 공공기관으로 출근을 하며 내 인생을 바꾸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다음 이야기 : 공공기관 취업이 매력적인 네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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