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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샘달 엿새 Sep 22. 2020

공공기관 취업이 매력적인 네 가지 이유

내가 공공기관을 선택한 이유

내가 여의도로 출근한다니. 금융인들이 한 번쯤은 꿈꿔볼 만한 곳으로 일을 하러 간다니 상상만으로 설렜다. 그러나 그 설렘은 금세 물거품이 되었다.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할 줄 알았던 여의도 로망과는 달리, 내 일과는 잡무뿐이었다. 이를 테면 자리를 비운 부서원의 전화를 대신 받고 간혹 회의 준비와 같은 잔 심부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제안을 받았다.


"오늘 인사팀에서 올해 신입직원 채용 설명회 한대. 너도 가봐."


청년 인턴 근무 도중 친분이 생긴 선배가 나에게 전한 말이었다. 심심하던 찰나에 귀가 솔깃했으나 그것도 잠시, 당시 나는 공기업이 신의 직장이라 입사하기가 워낙 어렵다고 해서 아예 도전할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선배는 달랐다. 채용 설명회에 알짜 정보가 많으니까 취업 준비에 도움이 많이 될 거라고 1년 넘게 취업을 못한 나에게 언제나 용기를 줬다.


어쨌든 선배의 권유로 채용 설명회에 참석했다. 요식 행위일 것이라는 내 기대와는 다르게 채용 계획을 매우 상세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다 갑자기, 지금껏 별 관심 없던 나를 놀라게 하는 말이 흘렀는데.


"여러분들 서류는 거의 통과돼요. 중요한 건 필기입니다. 필기 성적이 좋으면 승산이 높아요."


그 순간 내 인생에 커다란 기회가 온 느낌이었다. 신의 직장은 그간 넘보지 못할 벽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많은 이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니! 지금껏 서류에서 숱한 탈락으로 자존심에 멍이 들었는데, 그깟 자잘한 스펙 따위는 이 게임에는 상관이 없는 것이 아닌가! 심장이 두근거렸다. 채용 설명을 꼼꼼히 받아 적으면서 바닥났던 자신감을 채웠다. 그때 내가 공공기관을 선택한 이유가 취업을 준비하는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블라인드 채용이다.


당신에게도 공공기관 입사 기회가 주어진다. 대다수 기관은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따른다. 블라인드 채용은 채용 과정에서 성별, 나이, 출신 지역, 가족관계, 학력, 신체적 조건, 재산 등 채용과정에서 편견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 또는 요구하지 않고, 직무능력을 위주로 평가하여 인재를 선발하는 채용방식이다. (출처:위키백과, 블라인드 채용) 즉, 소위 스펙이라 일컬었던 학력이나 다른 편견 요소를 배제한 상태로 입사를 향한 출발 선상에 서는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순간은 서류전형 탈락이었다. 125번의 입사 지원 중 81번을 서류에서 탈락하다 보니 대학이 좋지 않아서, 토익 성적이 부족해서, 급기야 외모가 출중하지 못하다는 열등감으로 이어졌다. 당시 내가 도전한 공공기관은 일정 요건(평균 수준의 학점이나 영어 성적 등)을 충족하면 바로 필기 전형 기회가 주어졌다. 굳이 토익 성적 만점을 위해 돈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고 이 사실만으로 다음 채용 단계, 즉 필기시험이나 면접전형을 준비하는 여유가 생겼다.


다만, 업무 능력 위주의 채용이다 보니 지원하는 기관이나 업무별로 요구하는 자격증과 업무능력시험(NCS)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예를 들어, 모 기관은 한국사 자격검정시험 2급 이상, 전산직의 경우 전산 관련 자격증을 소지해야  지원이 가능하다. 어떤 기관은 일정 수준 이상의 유효한 공인 외국어 성적(토익, 텝스, 오픽 등)이 있어야 지원할 수 있다. 기관별, 직무별로 지원 자격이 다르기에 최신 채용 공고를 숙지하여 필요한 사항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2. 채용 분야와 전공이 연계된다.


당신의 전공이 기관별 채용 분야와 연계될 수 있다. 공공기관의 채용 공고를 살피다 보면 주요 직무, 채용 분야에서 여러 전공을 만나는데 이는 직무에 필요한 지식이다. 즉, 당신의 전공 지식이 공공기관 업무 수행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대학 입학 원서를 작성할 때 경영학만 지원했다. 순전히 문과 전공 중 취업이 잘 된다는 이유로 선택한 결과였다. 대학 시절 경영학원론부터 마케팅, 인사관리, 생산운영관리, 재무관리 등의 과목을 수강하면서도 과연 이게 취업에 쓸모가 있을지 궁금했다. 선배들 대다수는 일반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보면서 아마도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려면 경영학이라는 이론이 저변에 깔려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들었다. 차라리 회계학을 전공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전문분야(회계사)로 도전했다면 취업이 빨리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그런데 공공기관 채용 분야에 내 전공이 있다니! 많은 기관에서 경영 분야를 채용한다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8학기 내내 경영학 공부를 했으니까, 아무래도 들은풍월을 믿고 싶었다. 심지어 필기 전형에서 내 전공으로 시험을 본다는 사실은 몰랐던 시험 범위를 정확하게 알게 된 느낌이었다. 그것만 공부하면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너무 막막했던 취업 시장에서 내가 어디로 향해야 할지 방향이 제시되는 느낌이었다.

한국가스공사 2020년 1차 일반직, 별정직 채용공고 中 출처 : 당사 홈페이지


3. 필기 전형에서 당신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공공기관의 채용 공고에는 필기 전형에 대해 상세히 안내한다. 전공별로 상세 과목, 문제 유형을 설명하고, NCS(국가 직무능력표준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태도 등의 내용을 국가가 체계화한 것. 출처 Ncs국가 직무능력표준) 직업기초시험을 사전에 안내한다. 물론 기관별로 필기시험 전형은 상이하겠지만, 당신의 강점을 발휘할 기회가 될 것이다. 시험 범위를 사전에 알아놓고 문제를 풀면서 준비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다.


나는 전공시험을 본다는 사실에 희망을 얻었다.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재무관리 과목을 가장 좋아해서 이는 심화 과목 즉, 기업 재무론과 투자론 수강으로 이어졌다. 내가 도전하던 공공기관에서는 경영 분야의 시험이 재무관리 위주로 출제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심지어 주관식으로 출제가 된다고 했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다. 대학 내내 서술형으로 시험을 치렀으니까. 대학 때 시험공부를 하던 것처럼 준비를 하면 될 것 같았다. 내가 해봤으니까. 할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좋아하니까. 필기전형에서 자신감이 샘솟았다.

한국주택금융공사 2020년 직무능력 평가 기반 신입직원 채용공고 출처 : 당사 홈페이지


4.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다.


당신이 공공기관에 입사하면 국민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그들의 편익을 도모하는 일을 하시게 될 것이다. 여기서 잠깐, 공공기관의 정의를 살펴보자면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공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 즉, 공공기관이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공무를 수행하는 이른바 관공서는 물론 공기업·준정부기관(→준정부조직)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좁은 의미로서의 공공기관이라 하면, 정부의 투자·출자 또는 정부의 재정지원 등으로 설립·운영되는 기관으로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제4조 1항 각호]의 요건에 해당하여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정한 기관을 가리킨다. (출처: 공공기관 [公共機關, public institution] 이해하기 쉽게 쓴 행정학 용어사전, 2010. 3. 25., 하동석, 유종해)

공공기관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기관의 고유 업무를 알게 되었고 “공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는 의미는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졸업 전 내가 목표하던 직장은 대기업에 맞춰졌었는데, 공공기관(공기업 포함)으로 변한 이유가 바로 이 사명감이었다. 이 기관만 하는 일, 국민 생활에 편익을 도모하는 일,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이라는 점이 몹시 끌렸다. 이 일은 공공기관 직원이기에 가능한 영역일 것이다.




많은 취준생들이 공공기관에 취업하기를 원한다. 최근 취업에 관한 자료만 살펴봐도 직장으로서 공공기관(공기업)은 인기가 많다. 그 이유는 대개 정년보장, 복지혜택, 워라밸을 보장받는 직업의 안정성 때문일 것이다.   

2019년 12월,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2020년 신입직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 10명 중 4명이 취업 목표 기업으로 ‘공기업’을 꼽았다고 한다. (출처 : 잡코리아, 2020 신입 취업목표 1위 ‘공기업’ 희망 연봉 평균 3,050만 원)

2020년 7월, 매일경제 기사에 따르면 공기업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청년이 지난 3년 새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통계청 자료에서 올해 5월 기준 공영 기업체·언론사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청년(15~29세)은 총 11만 2000명인데 이 중 약 90%는 공기업 취업을 희망해 사실상 공기업 취준생 통계다. (출처 : 매일경제, "바늘구멍인 공무원보다 낫네"… 공기업 취준생 5만→11만 명)


공공기관에서 직접 일해보니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해서 만사가 형통하지는 않았다. 단순히 '안정적인 직장'을 목표로 입사를 한다면 오히려 기관별, 업무 특성에 따라 또 다른 스트레스가 찾아온다. 가족과 떨어져 외지에서 수년간 근무할 수 있는가? 악성 민원인이 매일 찾아온다면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입사 동기 중 나만 승진이 되지 않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어떤 곳이든 편하기만 한 직장은 없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찾는 것이다. 당신이 공공기관에 가고 싶은 당위성을 찾아야 한다. 그곳에 왜 가고 싶은지,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고민해서 질문의 답을 찾기를 바란다. 그 답을 안고 채용 단계별로 꼼꼼히 준비한다면, 공공기관에서는 준비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는 공공기관 채용 설명을 들었던 그 순간 강력한 끌림을 느꼈다. 1년 넘게 채용 시장에서 거절만 당하던 나였는데 처음으로 자신감이 차올랐다. 인턴 근무를 할수록 공공기관의 실체가 하나씩 벗겨지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 영역은 내게도 기회가 열려 있었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알면 알수록 점차 그 일을 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본격적으로 공공기관 취업을 도전하면서 선배와의 1:1 맞춤형 과외가 시작되었다.





다음 이야기 : 공공기관 취업 준비 1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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