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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샘달 엿새 Dec 15. 2020

우리집 플라스틱 독립 운동

엄마들의 선한 영향력

지난 11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우연히 시청하게 되었다. “엄마들의 플라스틱 독립운동”이라는 부제로, 포항에 사는 엄마들이 생활 속 환경 보호 활동을 실천하는 내용이었는데 나 역시 그들과 엄마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절로 눈길이 갔던 모양이다.


http://vod.kbs.co.kr/index.html?source=episode&sname=vod&stype=vod&program_code=T2020-0388&program_id=PS-2020185513-01-000&broadcast_complete_yn=N&local_station_code=00§ion_code=05§ion_sub_code=08

 

방송의 첫 장면은 해변. 보통 TV로 비춰주는 바다는 관광객으로 붐비는 휴양지 또는 맛집의 배경으로 시각과 미각을 사로잡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방송의 바다는 충격적인 비주얼을 선사한다. 쓰레기로 가득 찬 모래사장. 가지각색의 쓰레기가 밀려와 더미를 일구는, 현실 바닷가의 민낯 그 자체였다. 왜 저럴까 싶을 정도로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하는 찰나에 그곳에 엄마, 아빠, 아이들이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타난다.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은 방송 내용은 그간의 내 상식과 생각, 행동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그들은 해변 쓰레기 줍기 운동을 한다.


휴양을 위한 일회용품인지, 생활용품인지 짐작이 되는 종류와 국적이 잡다한 쓰레기가 가득하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어린아이들은 장갑을 끼고 해변의 쓰레기를 주우며 주기적으로 바다를 보호하는 활동을 한다. 플라스틱을 왜 줍냐는 질문에 아이가 "거북이 코에 빨대가 꽂히고 물고기들이 플라스틱을 먹으니까요."라고 답하고 바다와 바다에 사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쓰레기를 줍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그들은 5일간 플라스틱 없이 살기를 실천한다.


이를 통해 현명한 소비란 어떤 것인지, 내가 쓰레기를 얼마나 배출하며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소회를 나눈다. 만약, 나라면 어떨지 생각을 해봤다. 플라스틱은 썩지 않아 논란이 많은 동시에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일상에 만연한데, 과연 나의 닷새 동안에는 플라스틱이 얼마나 나올지가 궁금해졌다.


그들은 웬만해서는 따라 하기 힘든 부지런한 하루를 보낸다.


천연 수세미와 친환경 고체 세제로 설거지를 한다. 행주를 빨아 쓰고 치킨을 시키면 직접 반찬통을 가지고 포장한다. 천 가방과 반찬통은 시장 장보기의 기본 아이템이다. 일회용 쓰레기 없는 밥상을 차리고자 텃밭을 가꾼다. 하루하루 귀차니즘에 젖어있는 나에게 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부지런한 그들의 모습은 실로 충격이었다. 그 모습이 삶 그 자체였으니까. 말은 쉬워도 결코 실천하기에 녹록한 행동이 아니니까 말이다.



방송 내내 보여준 엄마들의 환경 보호를 위한 실천은 나에게 꽤 묵직한 경종을 울렸다. 특히 육아하면서 물티슈나 기저귀를 비롯해 각종 놀잇감이나 수유용품 등 일회용품에 더욱더 익숙해지기 마련이었다. 그저 편리하다는 이유로 기존의 수고스러움을 돈으로 바꿔서 내 편의와 시간을 확보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크나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나의 편리함이 훗날 아이들과 환경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이다.



그들의 시작은 TV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이후부터라고 한다.


필리핀 한국산 쓰레기 6천 톤 되돌아온다

Expedite the return of Korean garbage!


지난해 1월, 필리핀 환경 단체가 한국산 쓰레기를 가져가라는 내용이 방송에 방영되었다. 6천 톤이 넘는 한국산 쓰레기를 필리핀에 떠넘긴 망신살 뻗치는 일이었다. 생활 쓰레기를 재활용 폐기물로 속여 불법 수출한 이 사건은 이미 쓰레기 처리장 포화를 넘어선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었다.



남의 나라 욕하기만 바빴지 이런 파렴치한 짓을 목격하니 나도 모르게 얼굴이 벌게졌다. 환경은 생태계와 기후 문제로 직결되기에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그 중요성과 경각심을 잊고 산다. 아무튼, 그때부터 엄마들도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목표로 맘 카페를 통해 생활 속 환경 보호를 실천하자는 모임을 이어왔다고 한다. 엄마이기에 더 섬세히 챙길 수 있는 그들의 팁, 다시 말하면 ‘용기’가 내게도 실천으로 이어지게 했다.



1. 5일간 우리 집 쓰레기를 관찰했다.


종량제 봉투와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는 것은 제외하고 보통 재활용품이라고 일컫는 것들을 하루하루 모아봤다. 한동안 1일 1 배달을 실천했기에 매일 생성되는 쓰레기는 부피가 꽤 컸다.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배달하지 않고 집밥을 해 먹어도 플라스틱과 비닐이 제법 배출되었다는 점이다.

매일 쓰레기를 확인하니 내가 얼마만큼 많은 쓰레기를 생성하는지 알 수 있었다. 배달 용기의 비중이 크므로 시켜먹는 음식을 줄이되 장을 볼 때도 소비의 전략을 세워야겠다고 다짐했다. 예를 들어 자주 사용하는 배송 업체가 여러 군데인데, 포장재를 가장 덜 사용하는 곳으로 정착하고 시장에 갈 때 천 가방을 챙겨서 비닐을 줄이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반찬용기를 들고 가는 쇼핑도 꼭 도전해보겠다.



2. 분리수거에 공들인다.


음료수를 마시고 라벨을 자세히 살펴보면 분리수거 방법을 안내한다. 문제는 그 마크가 무슨 의미인지를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플라스틱도 재질별로 여러 종류가 있다는데 (생수통 뚜껑에 HDPE는 뭘까?) 분리수거에 대한 안내가 자세히 진행된다면, 그리고 심플하게 정리되어 있다면 생산자나 소비자나 수거업체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뭐 어쨌든, 분리수거를 하다 보니 머리가 아파졌는데 이럴 땐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한다.


포항 엄마들이 알려주신 팁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페트병은 라벨을 떼서 따로 버리고 우유갑은 씻어서 잘라 버린다. 아이 음료수에 붙어 있는 플라스틱 빨대는 따로 제거해 버린다. 국물 등으로 오염된 플라스틱 용기는 햇볕에 노출하면 하얗게 변하는데, 이렇게 깨끗한 상태로 버리면 재활용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에코절취선을 따라 라벨을 깨끗이 떼어주고 우유갑은 펼치기


3. 내가 더 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오랜만에 아기 손수건을 찾았다. 깨끗이 빨아서 말린 후 다 쓴 물티슈 통에 하나씩 포개 넣었다. 음식을 먹을 때나 놀이를 하며 헤프게 쓰던 물티슈를 조금은 아껴보도록, 그 자리를 손수건으로 채워 보려 한다.


의식적으로 플라스틱을 줄이도록 노력한다. 나무 칫솔을 사용하고 친환경 제품인지 따져보고 카페에 갈 때는 텀블러를 꼭 지참하도록 한다. 아기 주스를 마실 때 늘 언제나 일회용 컵을 함께 주문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한다. 같은 놀잇감이라면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 재질을 선택하고 아기에게도 관련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도록 한다.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숨 쉴 수 있는 자유, 권리를 나의 편의를 위해서 뺏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큰 것 같아요."


방송 후반에 한 엄마의 진심이 내게도 깊숙이 전해졌다. 물론 하루아침에 모든 걸 바꿀 수는 없다. 티끌보다도 작을 내 행동이 지구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겠냐는 생각이 들 때도 있겠지만, 분명한 한 가지는 이 방송을 통해 내 생각과 실천에 큰 변화를 줬다는 점이다. 평소라면 물티슈를 시시때때로 찾을 텐데 아기 때 손수건을 쓰라는 엄마가 어색했을까. 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엄마, 왜 물티슈를 안 쓰고 손수건으로 닦아야 해?”
“응, 그래야 바나클 대장(바다 탐험대 옥토넛의 주인공, 북극곰)이랑 옥토넛 대원들이 건강하게 오래 산대.”


우리 아이가 무척 좋아하는 <바다 탐험대 옥토넛>은 귀여운 동물 탐험대원들이 각종 바다 생물들을 위험에서 구해주거나 도와주는 내용이다. 바다를 지키는 옥토넛 대원들이 영원히 살기를. 오늘도 본인을 옥토넛 대원이라고 소개하는 우리 아이가, 우리의 모든 아이들이 좀 더 건강한 세상에서 행복하기를.


https://youtu.be/vlCGEaovxTg

<바다 탐험대 옥토넛> '북극 대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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