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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샘달 엿새 Aug 11. 2021

둘째가 있는 우리 집 새벽



어슴푸레 여름 새벽 희붐하게 찾아오면

깜짝 놀라 잠이 깨서 아기부터 확인하고

밤새 멈춘 집안 공기 창문 열어 움직인 후

우리 집 곳곳마다 눈길을 보내보면



어젯밤 먹이다 만 아기 젖병 데굴데굴

야구공처럼 돌돌 말린 하기스는 보물찾기



혼자 낑낑 맞추다 만 레고 조각 여기저기

쓱싹쓱싹 그림 그려 싹둑싹둑 잘라놓은

본인 피셜 작품들도 마룻바닥 여기저기



거실 한편 자리 잡은 빨래들의 주인공은

다섯 살 원피스와 백일 안 된 저고리들

건조대 위 손수건의 지분율은 80%

그 옆에는 건조기가 마른 수건 뱉어내고

물걸레 로봇 청소기는 물통을 싹 비웠네



지난밤에 일을 끝낸 식세기가 열려있고

소독 마친 젖병들은 가지런히 놓여있고

아일랜드 식탁 위에 큼지막한 분유통 하나

24시간 데워주는 분유 포트 물 온도는 43도

365일 스탠바이 체온계도 옆에 있네



핑크색 아기 욕조에는 식어버린 물이 가득

꽥꽥 오리 장난감이 둥둥 떠 있고

어제 못한 젖은 빨래 탑이 되어 쌓였네



푸시 알람 확인해서 딩동댕 현관문 열어

샛별 택배 조간신문 함께 들여오며

오늘 날씨 계절 바람 잠시나마 느껴보고



조심스레 언박싱 후 냉장고를 채워놓고

살금살금 상자 들고 베란다로 나가보면

무너질 것 같은 분리수거 꽉꽉 채운 20ℓ 파란 봉투

오늘은 수요일이라며 날 기다리네



코로나는 ing 4단계는 언제까지

이제는 익숙해진 재택근무 두어 시간 후면 시작하고

언니 방 옷장에는 유치원 가방이 숨어있지



몇 알 없는 철분제와 라떼 한잔 고민하다

오늘만 딱 한 번만 눈 딱 감고 문을 열어

내려놓은 커피와 Seoul milk 섞어보네



새벽바람 살랑살랑 아기 모빌 흔들리고

곰돌이 딸랑이와 튤립 마이크는 아기를 기다리고

언니 태운 붕붕카와 아기 안은 바운서가

오늘도 방문마다 드나들고 친구 되며

네 식구가 함께하는 하나뿐인 오늘 하루



다시 안아보는

다시 맡아보는

다시 들어보는

다시 바라보는

다시 느껴보는

그 설렘



이번에는 놓치고 싶지 않은,

셋에서 넷이 된 우리 그리고 아가 이야기




♡ 다음 이야기 : 둘째 출산을 앞두고 가장 두려웠던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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