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축복해
꽃들에게 이름을
학교 가며 만난 꽃
참 궁금했는데
엄마 핸드폰 찰칵하니
이름이 나온다
산처얼쭈우욱
라이일라아악
꽃마아아리이
하나씩 써보는 네 이름
이제야 보이는 네 얼굴
아!
너였구나
2022년 봄, 첫째 아이는 유치원 2학년이 되었습니다. 작년 3월의 등굣길은 첫 사회생활이라 그런지 긴장감이 가득했었는데요, 올해는 사뭇 달라졌어요. 아이 마음에 여유가 담긴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저희 모녀는 유치원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꽃과 나무를 구경했습니다.
처음에는 목련 나무만 지켜봤어요. 매일 지나는 길목에 목련 하나가 눈에 띄었거든요. 3월 초에는 앙상하더니 점차 새순이 돋아나고 커졌지요. 그러다 4월이 되자 예쁜 꽃송이가 활짝 피더라고요. 드레스처럼 펼쳐진 꽃송이가 봄바람과 파란 하늘에 나부끼네요. 아이는 너무 예쁘다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어요. 어제도 찍고 내일도 찍을 것 같지만 우선 찰칵찰칵 담아보았습니다.
목련이 시들고 땅에 떨어지자 이제 다른 꽃들이 보였나 봐요. 버스를 기다리는 장소에 민들레 하나가 고개를 들려는 참이었어요. ‘어제도 이렇게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새삼스러웠어요. 그 민들레 다음 날에는 더 많아지더니 며칠이 지나자 노란 꽃송이가 활짝 피더라고요. 내일은 어쩌려고 저럴까. 이런 얘기를 나누는데 보도블록 사이를 비집은 조그만 민들레가 여기저기서 눈에 띄네요. 아이는 마치 보물 찾기라도 하듯 방방 뛰었습니다.
목련과 민들레가 크는 사이 벚꽃이 졌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던 어느 날에는 아이 키보다 살짝 큰 분홍, 하양, 보라 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이가 자꾸 물었습니다.
“엄마, 이 꽃 이름 뭐야?”
“어? 음 철쭉 같은데, 엄마도 잘 모르겠어. 이게 뭘까?”
식물에 관심 없던 엄마는 아이의 질문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꽃의 이름을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꽃 이름을 찾아주는 어플이 있대서 한번 꽃잎을 찍어봤었죠.
바로 그 순간.
찰칵! 하면서 꽃 이름을 알려줍니다. "산철쭉"이랍니다. 백과사전도 끌어와 우리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더군요. 최첨단 기계를 손에 쥐고도 활용을 못하고 이름도 모르고 살았다니 뭔가 머쓱하기도 했네요. 흐흐흐흐
그래서 다른 꽃도 찍어봤어요.
‘저건 분명 라일락 같은데 한번 확인해볼까?’
찰칵
“서양수수꽃다리”
- 영어로는 라일락, 프랑스어로는 리라라고 한다.
라일락도 좋지만 수수꽃다리라는 이름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풀무더기는 뭘까. 정말 이름이 있을까?'
찰칵
“회양목”
- 쌍떡잎식물 무환자나무목 회양목과의 상록관목
저는 그저 Bush 정도로만 알았는데, 이름이 있는 식물이었구나.라는 소감이 계속 이어졌어요.
꽃 이름 찾는 재미에 흠뻑 빠졌지요. 아이 하원 길, 느긋한 발걸음으로 둘러보니 단지 안에 작디작은 꽃이 참 많더라고요? 아이는 또 이름을 알고 싶다고 성화였어요.
찰칵 찰칵 찰칵
제비꽃
냉이
꽃마리
옥잠화
알록제비꽃
아파트 단지에 이렇게 다양한 꽃들이 있었네요.
아이의 궁금증은 놀이터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또 찰칵찰칵
죽단화
사스레피나무
사진을 찍어 인쇄를 하고 아이와 함께 책을 만들어봤습니다. 아이는 꽃 사진을 붙이고 재차 이름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이름을 적어달랍니다. 사진 옆에 본인이 직접 꽃 이름을 적어보았습니다.
라이이이이일라아아아악
꽃마아아아아아리이이이
한 글자 한 글자 쓰면서 이름을 되뇌었습니다. 이 많은 꽃들을 스쳐가며 우리는 이름도 모르고 살았었네요. 이제야 알았으니까 잊지 않도록 입 모양을 오물거립니다. 그 모습과 마음이 참 어여쁩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간 시간. 옆에 아이가 없어도 이제는 제가 궁금해서 사진을 찍어봤지요.
‘이 커다란 꽃잎은 뭘까?’
찰칵
“모란”
아, 그 모란이 이 모란이었어???
‘우리 아파트에 수국이 있나?’
찰칵
“불두화”
어쩌면 이름만 익숙한 꽃, 어쩌면 잘못 알았던 꽃. 꽃은 늘 그 자리에 있는데 제가 몰랐던 거겠지요.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이렇게 알 수 있는데요. 제가 만일 꽃이라면 이름 모를 들꽃으로 남기보다는, 누군가 꽃의 이름을 불러주면 더 기쁠 것 같아요.
올봄은 아이 덕분에 꽃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어느 시인의 말씀처럼 자세히 볼수록 더 예쁘더군요. 가만 생각해보니 우리 아이들에게도 꽃 같은 이름을 계속해서 불러주고 싶습니다. 다정한 목소리로, 따뜻한 눈빛으로, 사랑을 담아서요.
꽃들에게 이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