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해물도 맛있단다

오징어와 새우를 다져 넣어 지글지글 노릇노릇

by 시샘달 엿새

서른한 살 여름은 이유식 연구로 뜨거웠다. 아기가 처음 먹는 음식이라는 이유로 초보 엄마는 영혼까지 쏟아부었다. 관련 자료를 모으고 각종 조리 도구를 새로 들이는 것은 물론, 지금껏 해왔던 음식과는 차원이 다른 심혈을 기울였다. 쌀가루, 소고기, 개월별 권장 채소를 저울에 올려 무게를 달고, 재료를 곱게 갈아 물을 붓고 팔이 두꺼워지도록 젓고 또 저었다. 별로 먹지 않은 날에는 원인 분석에 들어갔고, 힘들이지 않고 한 그릇 뚝딱 먹인 날에는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첫 생일이 다가올수록 아기는 무럭무럭 자랐고, 이유식은 멀건 미음에서 입자가 제법 커진 영양 죽으로 변하고 있었다.



쌀가루와 채소만 먹다가 철분을 보충해야 하기에 소고기를, 단백질 섭취를 위해 닭고기를 넣었고, 후반에는 생선 이유식을 시도했다. 흰 살 생선이 아기의 첫 해산물인 셈이다. 가시를 제거하고 곱게 다져 만들다가 새우나 연어로도 넣어주니 탈 없이 먹는 모습에 뿌듯했다. 그래, 지금껏 고기를 매일 먹었는데 생선을 맞이하면 다채롭겠지. 혹시나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까 걱정했던 마음은 흩어져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보람으로 가득 찼다. 무엇보다 앞으로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아진다는 생각에 절로 들떴다.



어느 날 오징어 요리를 먹는데 문득, 아기도 잘 먹을 것 같은 느낌이 왔다. 오징어, 낙지, 문어 같은 다리가 많은 해물을 어렸을 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스쳤다. 문제는 오징어 손질이 두려워 직접 요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생물을 영접했을 때 보랏빛 피부에 검은 점이 무수히 박혀있는 미끈한 물체를 쳐다보는 자체가 어려웠다. 눈이라도 마주칠까 봐 고개를 돌리고 손질을 해보려 노력했는데, 이내 먹기만 했던 철부지 시절이 그리워졌다. 으악! 못하겠다. 결국 포기하려는데.



어느새 내 남자가 바로 옆에 와 있었다. 섬세한 그는 어떤 알고리즘을 짰고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오징어 뼈와 내장을 깔끔하게 떼어내고 키친타월을 활용해 껍질을 벗겼다. 몸통과 다리 사이 어딘가를 만져보더니 눈알과 이빨도 능숙하게 제거했다. 밀가루를 뿌려 바락바락 문지르고 찬물에 헹구니 가죽만 너덜너덜 남은 오징어가 어서 날 요리해달라는 느낌으로 누워 있었다. 이날 이후 우리 집 식탁에는 오징어 볶음이나 오코노미야끼가 종종 올라온다. 아기에게는 오징어와 새우를 다져 쫑쫑 썬 채소와 섞어 부쳐주며 접시 위 바다를 선사한다.




아기가 먹기 쉽도록 부추양파를 곱게 다진다. 손질한 오징어를 잘게 자르고 새우살도 잘게 자른다. 대접에 부침 가루와 물을 5:3 비율로 넣어 곱게 젓는다. 준비한 채소와 해물을 넣어 골고루 섞는다. 달궈진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반죽을 한 숟가락씩 올려 지글지글 익힌다. 노릇노릇 양면이 익으면 기름을 빼고 접시에 담는다. 간이 부족한 어른들을 위해 간장, 식초, 고춧가루로 초간장을 만들어 함께 낸다.



푸릇 싱싱한 풀들의 축복이 내려지는 계절, 부추를 한 다발 사와 부지런히 먹기 위해 전을 자주 부친다. 집에 늘 있는 양파, 그리고 해물만 있으면 근사한 맛이 난다. 지글지글 빗소리 같은 기름 소리에 옛 생각이 절로 나고 노릇노릇 익어가는 전 냄새에 막걸리가 떠오르기도 한다. 향긋한 부추와 쫄깃한 오징어, 새우의 맛이 어우러져 아기의 밥이 뚝딱 사라졌다. 고기와 다른 끌림 덕인지 그 옛날 내가 오징어에 빠졌던 것처럼 아기는 해물전에 매료된 것이 틀림없다.


꽤 길었던 이유식 시절. 그 끝에는 맛있는 음식을 함께 하는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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