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Color Rush

Color Rush

by Dear U

나는 여름의 환자. 여느 때처럼 몸이 바빠야 그것들이 밀려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몸이 부서져도 잡생각이 끊임이 없는 걸 보면 그날 그 사고에서 머리를 다쳤어야 했나 싶다. 그건 후회가 되네.

매번 여름을 앓고 지나갔는데 올해는 가을을 앓는다. 계절이 곧 나에게는 지독한 질병. 하도 이악물고 지내던 탓에 어금니가 아려 오면 아닌 걸 알면서도 사랑니 타령을 하면서 핑계삼아 어금니를 뽑아버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여기까지다.

어떤 종류로든 날 사랑하던 이들은 모두 푸른 별을 향해 홀로 떠났다. 혼자서도 충분했는지 구난 신호는 오지 않았다. 이곳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 배경이겠지. 어쩌면 배경에 어울리지 않는 나라고 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배경을 떠나고자 할 때마다 누군가 한 명은 꼭 만료 기한을 연장하고 간다. 쓸모 없는 쿠폰을 연장하는 건 왜일까. 운명을 자꾸만 바꿔댄 탓에 나중에 정말 만료되었을 때. 노잣돈을 두둑하게 줘야 하려나.

현실을 조금도 살지 못했다. 아무리 일상적으로 굴어도 눈동자는 비었고. 꿈으로 뒤덮인 환상에만 반응한다. 직원들이 갑자기 열심히 사는 척을 하는 날 보고 되려 위태롭다고 수군대고. 이곳저곳의 전문가라며 명함을 내민다. 무슨 구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