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Color Rush

Color Rush

내가 원두 냄새를 묻혀 가며 카페를 안식처로 삼은 이유

by Dear U

그리고 그 공간에서 유일하게 약해졌던 이유.

본업에 아무리 몰두해도 내가 누른 감정들이 터져나올 것 같아서 두려웠어. 더욱 무거운 게 필요했고, 더 바빠야 했어.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개인 카페가 있는 걸 보고 무작정 들어갔어. 알레르기 때문에 마시지도 못하는 커피를 주문하고 여기서 일하게 해 달라고 했어. 살고 싶어서 여기로 도망을 온 거라고.

사장님이 나를 보고는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학생이나 카페 경력이 꽤 있던 알바생들이 여럿 왔었는데 너는 그 사람들하곤 눈빛이 달라서, 살려는 게 눈에 보여서 나를 뽑겠다고 하셨어.

카페 메뉴와 레시피 그런 글씨가 읽히지도 않았지만 직접 만드는 걸 보고 배우고, 스팀에 여러 번 데이고 뜨거운 물을 맞아 가면서 일을 했고. 난 그게 좋았어. 오렌지 빛 조명에 아주 드물게 오는 손님.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틀었던 노래들. 가끔 앉혀 둔 인형들까지. 나는 그 공간조차도 사랑해서 고스란히 약점이 됐어.

카페가 되어 주겠다는 말, 그리 어렵지 않게 했겠지. 고작 나한테나 꽤 큰 문장이었던 거고. 나는 그걸 알아. 그래도 고마워 여전히.

그 카페가 어느덧 위스키와 진을 팔기 시작했고, 이젠 퍼브가 됐어. 이 곳의 술들은 하나같이 색이 예뻐. 내가 봄베이를 마시는 이유도 그 색에 혹해서 그런 거였어. 이 조명 아래에서 보는 봄베이의 색은... #0089b4 정도라고 하면 될까. 새벽마다 보러 가는 바다하고도 되게 닮은 색이여서. 그걸 마시면 바다를 삼키는 것 같은 기분이더라.

내가 그 카페를 사랑하게 되고, 그곳의 술을 들고 바다를 향하는 이유는 그게 다야. 분명 허브 향이 짙게 나는, 차갑고 푸른 바다를 삼키는데 늘 속은 뜨겁다. 이래서 날이 추울 때 바다가 따듯한 건가 봐.

날 사랑해 주는 건 없고 사랑할 것만 많아서 힘겨운 밤이야.


하지만 늘 그랬듯이 괜찮아. 괜찮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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