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선물을 하고 싶었다. 포장이 마구 흩어진다.
크래프트 포장지가 구겨지고 찢긴 채로 절반이 버려졌다. 포장이라도 제대로 하고 싶었다. 결국 변명처럼 이병률의 짤막한 구절을 떼어다 다급하게 둘러댔다.
'접지 않았으니 펼쳐야 할 것도
봉하지 않았으니 열어야 할 세계가 없다는 말입니다'
사실은 내가 더 붙들고 있는 관계임에도 그들은 나와 헤어지는 것을 두렵게 여긴다. 이유를 모르겠다. 살려달라고 사랑해달라고 한 건 나인데.
숫자만 다를 뿐 수식은 그대로이기에 사랑의 값은 늘 같다.
힘을 내기엔 너무 지쳤고. 담배는 늘어버렸고. 4,500 원에 내 한숨을 맡기기에는 사치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