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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PC게임을 다시 시작했다

드디어 스팀플랫폼을 이용하는구나(포션 크래프트 재밌음)

by 정인

작년 늦여름에 대표님이 노트북을 사주셨다. 베트남으로 워크숍을 가서 일해야 하는데 그러면 노트북이 필요하다고 징징거린 결과였다. 17인치 LG그램(부정확할 수 있음). 임원으로서 설 끝물에도 열심히 일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이 노트북 그러면 게임도 돌아갈까? 아니 내가 억울한 게, 한창 PC게임을 하고 놀던 중고등학생 때는 스팀이 없었다. 있었는데 내가 몰랐을 수도 있지만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결제할 돈이 없는데.


나이 차 많이 나는 사촌오빠들 덕에 레드얼럿이나 창세기전, 대항해시대, 코에이 삼국지 같은 CD게임은 물론 DOS의 범피라든가 질 같은 게임을 거쳐 바람의 나라, 메이플 스토리, 리니지 등 MMORPG의 탄생까지 함께할 수 있었다. 오빠들이 적극적으로 뭔가 한 건 아니지만, 아비투스라고 했나(아님) 그런 게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접한 나는... 어쨌든 즐거웠다. 포립, 테일즈위버, 요구르팅, 마비노기,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대항해시대에 와우를 거쳤다. 그라나도 에스파다는 내 취향이 아니었고 파이널판타지를 되게 하고 싶었는데 그게 뭐냐, 비싼 콘솔 게임이지 아마? 그러다가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면서 PC게임에 비해 노가다성이 훨씬 강화된 바보게임만 나오고 웹게임은 사양길에 접어들게 된다. 마침 그 즈음 나도 먹고 사느라 게임 따위는 하지 못하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할 즈음 스팀의 존재를 알게 됐으나 이미 늦었다. 먹고 살아야 한다니까. PC게임을 할 시간이 없어요.


그러다가 거의 10년만에 다시금 게임을 조심스레 결재했고, 구동에 성공한 것이다. 1만2천 원 짜리 포션크래프트. 스팀 링크 걸어두었으니 흥미 있으신 분들은 한 번 보시라.


화면 캡처 2023-01-30 213534.png


속성별 약초를 채집해서 손님들의 주문에 맞게 포션을 제작해주는 게임. 이건 내부 설정 이야기고 조금 더 직관적으로 말하자면, 거리 계산하는 게임이다. 출발점에서 빈 병을 움직여서 해당하는 포션 그림에 정확히 맞춰야 한다. 움직이는 방법은 약초 조합. 약초마다 각자의 거리와 방향이 있다. 불 속성은 왼쪽, 흙 속성은 아래쪽인데 불과 흙이 섞인 약초면 45도 각도로 왼쪽 모서리를 향해 간다든가 하는. 손님들이 나를 무한정 기다려주기 때문에 일하면서 가끔 들여다보기 편하다.


근데 나 게임 못한다. 모든 종류의 게임을 잘 못한다. 그래서 스팀 게임이 좋다. 블소니 와우니 하는 애들은 꼭 인던을 돌아야 해서 너무 스트레스였다. 닥돌형 전사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파밍하려고 눈이 벌게진 타 플레이어가 없을 때 이야기다. 게임에서까지 성취 압박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마냥 힐링 게임만 찾아다니는 건 아니지만(재미없어). 포션크래프트는 하여튼, 좀 느슨하고 편한 게임이다. 이것도 잘 못하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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