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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 Jan 25. 2024

(의견) 로맨스를 모르는 한국인들

연애야말로 조기교육이 필요하다


1.

우리나라 사람들은 로맨스를 익히지 못한 사람들이다. 성매매나 낯선 상대를 향한 성폭력에는 누구나 입장과 의견을 갖고 있다. 굳이 입장이 있다는 것 자체가, 다들 자신의 일상과 선을 그어둔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구시대의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권력자가 성매매를 하거나 특권처럼 두세 번째 상대를 만들 때는 '그 행위가 사회적이지 않다'는 걸 인지하고 있고, 거기에 대한 자신만의 규범이 있다. 때문에 드러날 일도 잘 없을 뿐더러 상대방도 합의된 대가를 받기에 무리 없이 관계가 성립된다. 


정리하자면, 구시대의 보수 여러분이 타락했을 때는 성욕을 풀기 위해 연애 따위 안 바라신다. 연애는 서로 동등한 관계를 전제로 한다. 현실에서 기울어질지언정 전제는 그러하다. 갑을관계, 주종관계로 시작해 진정한 사랑에 빠져 '평등'해지는 스토리라인이 로맨스 콘텐츠에 흔해 빠진 이유다. 그래서 수구 보수 여러분은 결코 '연애'를 원하지 않는다. 권력의 맛을 잘 아시는 분들이 미쳤다고 동등한 누군가를 만들고 싶겠나.


(이게 더 나쁜 거 아니냐는 반론은 안 받는다. 구조가 아예 다른 범죄다. 둘 다 하지 마라)


2.

반면 진보적인, 보다 평등한 사회를 추구하는 진영에서 등장하는 권력형 성범죄를 보면 대부분 가까운 이를 향한 권력형 범죄이고, 가해자의 시선에서 그것은 연애의 범주에 속했다. 방어나 변명을 해주자는 게 아니라 '그들은 연애를 하고 싶어 했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연애질은 흔해 빠졌고 따라서 진보진영 권력자의 '연애인 줄 알았다던' 성범죄도 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남녀를 불문하고, '나는 절대로 로맨스가 성립할 수 없는 관계를 통해 예외적이고 특별한 감정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거대한 착각을 산산조각낼 필요가 있다. 직장에서는 서로 비슷한 직급의 직원일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애하는 거 아니다. 그거  불가능하거나 아주 드물거나 현실에서는 아주 파괴적이니까 판타지로서 자꾸 드라마나 영화로 나오는 거다. 콘텐츠는 판타지다. 판타지니까 콘텐츠다. 하지 마라 좀.


3.

더하여 누구든 내 이름이 어딘가 오르내리고, 뭔가 '벼슬'을 하고 있다면 자신이 아주 출세한 권력자이며 기득권이고, 자신의 업무적 공로와 상관없이 당신의 성격이 개같다는 걸 인지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 얼굴과 이름 나올 만큼 크려면 성격이 어떤 면에서든 지랄 같아야 한다. 평범하고 만만하고 순하고 무난하며 무던하고 보편적인 사람이 무슨 재주로 그렇게 출세를 해. 당신들은 높은 확률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개시팔새끼고 그들은 당신을 잘근잘근 씹고 있으며 절대로 당신에게 이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도 어딘가 돌아버린 것이다. 아마 권력에 매력을 느끼는 자일 것이다.


4.

내가 아니라 내 권력에 반한 것이라도 괜찮고, 심지어 돌아버린 상대라도 괜찮다면 2를 보자. 직장에서는 연애하는 거 아니다. 쿵짝쿵짝 하고 싶으면 둘 중 하나가 퇴사한 다음에 하자. 100%에 한없이 가까운 확률로, 당신이 직장상사인데 저 부하직원과 연애를 하고 싶어 퇴사를 권하면, 아마도 부당해고 내지는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당할 것이다. 그러지 않을 자신이 있을 때 당당하게 나와 특별한 관계를 위한 퇴사 권유를 하세요. 유부남녀라면 먼저 기존의 관계를 정리하세요.


그런데 말이야. 어째서인지 연애감정을 느끼는 상대가 항상 '부하' 직원인 거, 좀 이상하지 않나?

그러니까 말이다. 절대 평등해질 수 없는 그거, 신분제가 있던 시절에도 주인과 노예를 평등하게 만들던 로맨스가 절대로 아니다.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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