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9. 버린 만큼 성숙했다
서른 살이 되기까지 넘어온 고개도 두고 온 것들도 너무 많았다. 심산유곡 구비구비 넘으려면 붙잡은 손도 다 떼어 놓고 둘렀던 행랑이며 걸친 외투도 모조리 벗어 놓고 날듯이 달려야 한단 것 알고 있었지만 말처럼 쉽지도 않았고 무언가 떨어져 나갈 때마다 허전했다. 그것이 어떤 과거이든 내가 얼마나 변하고 싶었든 새 사람이 되려면 이전의 나와는 이별해야 한다. 나의 일부를 영영 버려야 한다. 어떤 나의 일부는 소중한 타인들이기도 했다. 그 많은 사람들과 그 뿌리 깊은 세계관을 시절에 두고 오면서 초라한 맨몸으로라도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힘은 희망에 있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란 희망. 만약 내가 나 이외의 사람들을 보살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면 나는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고 싶다. 희망을 위해 가장 단단한 땅, 어두운 그림자를 가리키고 싶다. 정확히 보고 면밀하게 판단하라. 희망은 모든 절망을 이겨낸 그 자리에 현실로서 존재한다.
(2017.02.09)
2017.d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