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things are good

by Teresa

오늘의 도시락은 파스타와 냉동만두.


미국의 외식물가가 폭탄이라고 하니 초등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도시락 생활중이다.

매일 출근길에 '오늘 점심은 뭘 사먹지?'라는 중대한 고민도, 점심시간마다 직장인으로 바글대던 광화문 한복판도 기억속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나와 함께 미국에 온 남편은 3년동안 휴직을 하고 이 곳에서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다.

하루에 도시락 세개(내꺼, 첫째꺼, 둘째꺼), 어쩌다 (감사히) 첫째가 학교에서 사먹겠다고 하면 두개.

단기속성으로 주부9단 반열에 올라간 우리 남편은 한국에서 본인이 누렸던 것, (혹은)시달렸던 것 다 내려놓고, 나와는 다른 결로 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도시락 먹기는 10분각이다. 덕분에 점심시간이 여유롭다.

보통은 사무실에 앉아 영어도 공부하고, CNN도 틀어놓는다.

오늘은 오랜만에 잠시 산책을 좀 해볼까 하고 바깥으로 나갔다.


빌딩 밖 풍경을 보며 느꼈던 이방인의 낮설음이 차츰 사라진다. 제법 이 곳 생활에 적응했구나 싶으니, 순간 지난 6개월간 이 곳에 정착하며 겪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추운 겨울에 도착한 우리 가족은 운 좋게 안락한 집을 짧은 시간내에 구했고,

집 주소를 받자마자 우리 아이들은 근처 학교로 자동배정받았고,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할때는 온가족 모두 긴장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으며,

감사히 잘 적응해 나갈때쯤 다시 기나긴 (3개월의) 여름방학을 맞이했고,

기나긴 방학동안 아이들을 맡아줄 곳을 찾아 우리 부부는 온갖캠프를 뒤지며 방황했고,

무더위를 피해 도시를 떠나 미국 첫 여행도 가봤고,

그리고 다시 개학을 맞이했고, 새롭게 시작하며,

모든게 일상으로 돌아왔다.


일상은 달콤하다.

이 곳에서의 일상은 내 행복의 근원이다.

그렇다. 나는 이 곳에서 새로운 일상을 만났고, 그것은 바쁘지도 쫒기지도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은, 가볍고 여유로운 것이다.


내가 이 곳을 처음에 보고 '유령도시'여서 심심해보인다고 걱정했던가?

지극히 가능하지만, 멋들어지게 오해한 텍사스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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