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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나영 Oct 07. 2021

동네 서점에 컨설팅하러 갑니다.

독립서점 컨설팅기 1.

독립서점 컨설팅


독립서점 컨설팅 제의가 들어왔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귀국 이래 늘 바라던 일이었다. 소상공인을 직접 만나 사업 이야기를 듣고 마케팅 조언을 건네는 일. 소상공업에 관심이 있는 마케터라면 누구라도 설레일 일이 아니겠는가. 서울시평생진흥원의 지원을 받은 이번 독립서점은 내게 세 가지 주제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했다. 북큐레이션, 경영 전략, 수익 창출. 


가을이 초입인데도 한낮의 날씨는 제법 더웠다. 일전에 강연이 있어 준비해 둔 자료들을 참고해 독립서점의 시장을 읽는 방법이나 마케팅 기법들을 정리해두었다. 차를 타고 독립서점 O  (실명이 아닙니다)로 향하는 나는 약간 긴장되고 동시에 오랫동안 알고 지낸 곳을 찾아가는 듯 왠지 마음이 놓였다. 가야할 곳을 찾아가고 있는 느낌이었달까. 


그 독립서점 주변에는 누가 살고 있나. 


차는 전형적인 서울의 도심지를 지났다. 독립서점 O가 가까워지자 왕복 10차로의 넓고 정비가 잘 된 도로 우측으로 깔끔하고 커다란 아파트 단지가 눈에 띄었다. 바깥쪽으로 하천을 끼고 있고 아파트 단지 가까이에 초중고교가 들어서 있는 1000세대의 아파트였다. 인근에는 대형 마트가 자리하고 깔끔한 근린 시설들이 갖춰져 있었다. 10차로의 넓은 도로 건너에는 주택가가 마주하고 있었다. 높고 커다란 아파트 단지와 작은 주택들과 개인 상점들이 들어선 동네가 왕복 10차선 도로를 마주한 이웃이라니 독특한 구조의 상권이 아닐 수 없었다. 이들이 근방의 독립서점 O에 모두 어울리는 손님들인 것일까. 인구 특성이 자못 차이가 있을 법 했다. 독립서점 O는 이 중 누구를 타겟으로 삼고 있는 것일까. 호기심이 동하기 시작하니 커피라도 마신 양 정신이 맑아졌다. 


주택이 가득 들어선 동네의 좁은 2차로를 달려 내려가는 길에는 피자집이나 치킨집, 빵집과 작은 슈퍼, 김밥집과 편의점 등이 나란히 늘어서 있었다. 더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니 그제야 알려준 주소지가 나타났다. 도로변에 있거나 도로 안쪽이라면 길가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서점은 골목 깊숙한 곳에 있었다. 오다가다 눈에 띄어 들를만한 입지는 아니었다. 서점 주변에는 다른 상점들이 약간 있고 대부분 나즈막한 주택들이 이웃하고 있었다. 골목에는 유동인구가 거의 없었고 주변 주택가 주민들의 연령대는 중장년층일 것으로 예상됐다. 



인근에는 경쟁자가 없다?


서점 입구에는 벽돌 기둥 사이로 오래된 철제 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작은 마당을 지나니 80년대에 봤을 법한 전형적인 주택이 나타났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서점 O는 바닥도 벽도, 이층으로 향하는 계단도 모두 붉은 빛이 도는 나무로 된 신비스러운 모습의 작은 공간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주택에 살았던 이가 누구였든 그 날만큼은 나의 부러움을 가득 샀다. 입을 다물 수 없게 한 독립서점 O의 인테리어는 어떤 소비자들을 위한 것일까. 이 아늑하고 고풍스러운 서점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이들은 누구일까. 


차로 지나오면서는 서점을 보지 못했으니 아마도 독립서점 O는 이 주변의 유일한 서점일 것이다. 인근에서는 경쟁자가 없는 편이나 독립서점의 최대 경쟁자는 늘 대형 온라인 서점일테니 경쟁 분석은 애초에 의미가 없었다. 주변에 잠재 소비자는 많은데 그들의 특징이 매우 이원화되어 있는 점도 서점 운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점 운영진들이 생각하는 사업의 방향성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서점 운영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으로 채워졌다. 



퍼즐을 맞추다: PEST, 3C, 5 Force


사업을 분석하고 전략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런 궁금증들은 주로 마케팅 환경을 분석해오던 습관 탓이다. 늘 습관적으로 하던 일이니 어딘가 새로운 사업체에 들어서면 머리속에는 저절로 마케팅 분석 틀에 기초한 궁금증들이 생겨난다. 버릇처럼 의도치 않게 혼자 골똘히 머리속으로 표를 그려보고 그 안에 간단한 분석 내용들을 채워넣게 된다. 


마케팅 환경 분석에는 일반적으로 PEST, 3C, 5 Force 등의 분석을 하게 된다. PEST (Political, Economic, Social and Technological analysis) 는 말 그대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기술적 요인을 분석하는 기법이다.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적 환경을 분석하는 가장 고전적이고 일반적인 기법이다. 3C는 고객(Customer), 경쟁사 (Competitor), 자사 (Company)를 분석하는 것이고 5 Force는 기존 기업간의 경쟁, 잠재적 진입 기업의 위협, 대체재의 위협, 구매자의 교섭력, 공급자의 교섭력을 조사 분석하는 기법이다. 


가게에 들어설 때마다 이 모든 것을 다 그려볼 필요는 없다. 가게마다, 기업마다 처한 상황이 다를 뿐 아니라 현 시점에 가장 시급한 사안을 중심으로 분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주 이러한 요소들을 조사하고 분석하다 보면 이 중 유난히 눈에 들어오며 머리속으로 표를 그리게 되는 요인들이 있게 된다. 마치 퍼즐을 끼워 맞추듯 머리속에 채워지지 않는 빈칸이 생기면 궁금해지고 주변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진다. 구체적인 경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면, 그리고 수익원을 구조화하고, 매출과 수익을 높이기 위해 수익 창출 전략을 개발해야 하는 때라면 이런 여러가지 요소들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PEST니 3C 니 하는 명칭이 중요하지는 않지만 그 안에 포함된 요소들을 한 번쯤 체계적으로 정리해둬야 한다. 



퍼즐의 마지막 조각: 서점의 이야기


퍼즐의 빈 공간이 드러날 때쯤 서글서글한 인상의 독립서점 운영진들이 마주 앉았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될 것이다. 내 머리속의 퍼즐은 이제 차근히 빈 공간을 남김없이 채우게 될 것이다. 누구에게,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판매하며 그들과 어떤 소통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모든 활동이 서점의 현 상황에 적합한지 분석하게 될 것이다. 설레임과 기대 속에서 운영진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들이 들고 있는 가장 중요한 퍼즐 조각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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