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나영 Oct 03. 2021

가게가 성공하는 단 한 가지의 비결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독자들을 만나다


2019년의 어느 날, 내 책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과 북토크를 가졌다. 책을 출간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겨울이었다. 유난히 추운 날이었다. 시린 손에 따뜻한 커피 한잔을 감싸 들고 강연장에 들어서니 열 명 남짓한 독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추운 날씨를 마다않고 자리를 찾아준 고마운 독자들과 커다란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둘러 앉은 그들과 함께 모닥불이라도 쬐는 양 나는 이내 긴장이 풀렸다. 모두들 눈빛을 반짝이며 기대에 찬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언가 동화처럼 신비롭고 설레이는 순간이었다. 첫 책을 낸 무명의 작가가 독자들을 만나면 모두들 이런 느낌이리라.


야심차게 시작된 나의 책 이야기와 작은 가게 이야기들로 예정됐던 두 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갔다. 예정된 시간을 넘기고도 참석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피곤한 기색 없는 참석자들의 질문은 나의 책과 작은 가게들에 대한 고마운 관심에 다름 아니었다. 참석자들은 모두 다른 이유로 북토크에 참석했다. 그런 이유로 그들의 질문들도 비슷한 구석 하나 없었다.



그들은 현재 소상공인이거나, 미래의 소상공인이었다


중년에 접어들며 갑작스러운 퇴직을 맞게 될 경우를 대비해 자영업에 대해 공부하는 40대 가장, 현재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소상공인, 멀리 남해안의 어느 바닷가에서 이제 막 카페를 시작한 청년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면면이 다른 환경에 있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은 모두 현재 소상공인이거나 미래의 소상공인이었다. 그들 모두에게 소상공업은 어렵고, 힘들고, 고단하고, 성공의 가능성이 낮은 분야였다. 동시에 자신의 남은 생을 책임지게 될 마지막 보루와 같은 것이기도 했다. 두려움과 희망이 모두 응축된 것이 자기 가게의 꿈이었다. 


질문은 다양했다. 고객과 어떻게 소통하는 것이 좋겠는가. 자신의 업종에는 어떤 마케팅 기법이 적절한가. 지역 공동체와 협력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어떤 것인가. 교차판매의 범위는 어디까지가 좋을까. 조심스럽게 건네는 질문들에 한 가지씩 답하다 보니 밤이 늦어졌고 우리는 마지막 질문을 앞두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막 카페를 창업한 키가 크고 선한 눈빛을 가진 젊은 독자가 마지막 질문을 시작했다. ‘단 하나의 성공 비결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작은 가게의 성공에 필요한 단 하나의 비결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나는 이렇게 답했다. “단 하나의 성공 비결은 없습니다. 그런 것이 있고 제가 그걸 알고 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는 않겠죠.” 독자들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단 하나의 성공 비결은 없다. 사업이 성공하려면 매우 입체적이고 다면적으로, 가능하고 적절한 모든 전략과 기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것도 일관된 사업 정체성과 모든 마케팅 요소가 매우 유기적으로 작용할 때 성공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굳이 가장 중요한 전략을 하나 꼽으라면 ‘협력’을 들겠다. 북토크나 강연, 컨설팅에서 반드시 강조하는 것이 바로 커뮤니티와의 협력이다. 실제로 내가 미국에서 경험한 로컬 비즈니스, 소상공인들은 지역 커뮤니티와 지속적으로 교류했다. 그 방법도 매우 다양했다. 그들은 지역 내의 주민들에게 무료로 교육과 강연을 제공하고, 지역 내의 학교나 기관들과 교류하며, 지역 내 비영리 조직의 기금 마련 행사 등을 함께 개최하고, 다른 소상공인들과 지역 행사를 운영하고, 고객들의 쿠폰이나 마일리지 등을 다른 가게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업종에 따라 방법에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일단 그 방법이 매우 다양하고 서로의 처지에 맞도록 유연했다. 



지역 커뮤니티와의 협력


작은 가게들에게 ‘지역 공동체와의 협력’을 강조하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지역 내에서 가게의 인지도를 높이고,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사업을 안정시키고, 지역 내 소비자와의 관계를 장기화하기 위해서이다. 지역 내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다른 소상공인들과 협력해 지역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둘째,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이다. 작은 가게들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보다 자원이다. 재무적 자원은 물론 점포의 물리적 자원, 인적 자원에 이르기까지 대형 점포에 비해 무엇 하나 충분한 것이 없다. 경쟁에 취약한 요인은 다양하겠지만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것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지역의 다른 가게나 기관, 지역 소비자들과의 협력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그들이 가진 자원을 최대한 서로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소상공인들간의 협력과 제휴를 연계하고 지원하는 기관 또한 다양하다. 소상공인들간의 협력의 사례도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사례들을 앞으로 하나씩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작가의 이전글 독립 서점이 부활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