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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터랭 Aug 19. 2022

사용자 입장에서 바라보기 [1편]

사용자 터랭씨의 서비스 사용 후기

나의 사용 경험을 기록하는 이유


기획자의 입장에서 일상 속에서 서비스를 사용할 때, 문득 드는 궁금증이나 아쉬움, 또는 만족감을 느꼈던 부분을 남겨보기로 결심했다. 사실 특정 서비스를 정해서 역기획까지 진행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뭔가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있다. 그래서 역기획까진 어렵더라도...사용자 입장에서 나의 경험을 남겨놓는 것만으로도 미래에 내가 서비스를 기획할 때, 한번 더 사용자를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서비스 사용 경험"을 기록하고자 한다.


기획을 하면서 느끼는거지만, 아무래도 기획을 할 땐, 하도 프로젝트에 골몰되어있다보니 기획한 프로세스가 너무나 익숙해지고 쓰이는 용어가 당연해져서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다른 팀원이나 친구들이 피드백을 주면 깜짝 놀라는 것이다. 아, 이게 어렵거나 불편할 수 있구나! 그때부터는 프로덕트를 좀 멀리서 바라보려고 하지만, 그것 또한 사실 쉽지는 않다. 


어떠한 형태이던지 간에 사용자 조사가 필요한 이유라고 본다...



서두가 길었지만, 본론으로 들어가서! 

최근 나의 서비스 사용 경험 중 Good/Sad/Question로 나눠서 후기를 정리해보았다. 

(bad라고 하면 기획자 입장에서 너무 쓰라리잖아요...그리고 다른 사용자 입장에서는 좋을 수도 있고.) 


*정리한 서비스는 토스 주식, 여기 어때, 야놀자, 지그재그, 서핏, 카카오T 이다. 




Good

토스 주식 > 용어 설명

: 주식 초보자를 위한 쉽고 자세한 설명 고마워요!


사실 나는 사용자가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도메인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UX Writing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런데 친절하고 쉽게 설명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 구구절절 글이 장황해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초안에서 계속 문장을 쳐내는 작업을 주로 한다. ㅠㅠ) 


그런 점에서 "토스"는 확실히 UX Writing에 신경을 많이 쓰는 서비스라는 게 느껴진다. 아래는 토스의 주식에서 제공되는 지표 설정 페이지다. 주 타겟층인 10~30대 초반의 금융 초급자를 위해 친근하고 명료한 보이스 톤 앤 매너를 쓰는 점은 잘 알고 있었는데, 이토록 어려운 금융 용어에 대한 설명도 깔끔하게 정리해놨을 줄이야. 괜히 감동받았다.


지표를 설정해 주는 페이지에서 "지표에 대한 정확한 명칭+2줄 이하의 짧은 설명"을 제공하고, 더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은 [지표 도움말]을 제공한다. depth가 늘어나지만 각 페이지의 목적에 맞게 적절하게 끊어서 제공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지표 설정의 목적: 그래프 내 출력할 지표 관리

지표 도움말의 목적: 지표를 이해할 수 있는 설명 제공


사실 지표 설정에 사용자에 대한 과한 우려로 장황하게 지표 도움말의 내용을 적어주거나, 도움말 링크를 연결시켜줄 수도 있지만 토스는 그러지 않았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도움말로 유입되고 원하는 내용을 탐색할 것이다. 


토스의 지표 설정을 보고, 나는 사용자에 대한 너무 과한 우려로 좁은 화면에 모든 것을 우겨넣으려 하진 않았는 지 되돌아보게 됐다. 또한, 금융 초보인 입장에서 다른 주식 서비스에서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이렇게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을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한번 접하면 다른 것을 사용하진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혁신적인 기능도 아니고 많은 리소스가 드는 것도 아닌데,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쌓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인 것 같다. 


이것이 바로 비용 대비 최고 효과?





Sad

여기 어때 > 예약

: 내가 다운받은 쿠폰 어디갔어요?


최근 호캉스를 계획하기 위해 "여기 어때" 앱을 사용했다. 사실 나는 주로 "야놀자"나 "에어비앤비", "데일리호텔" 혹은 "네이버 예약"을 선호하는 편이다. 요즘 "여기 어때" 앱이 핫하기도 했고, 호캉스니까 네고왕에서도 등장했던 [프리미엄 블랙] 탭을 한번 사용해볼까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무려 14,000원짜리 쿠폰을 준다네? 혹시나 선착순일까 싶어 자세히 읽지도 않고, 허겁지겁 쿠폰을 다운받고 얼마나 차감되나 보기 위해 예약까지 바로 이동했다. (초스피드 빠름빠름)


엥 근데 제 쿠폰 어디갔어요?


분명 쿠폰을 다운받았는데 예약에서는 쿠폰의 "ㅋ"자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내 쿠폰을 확인할 수 있는 영역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예약에서 나와, 쿠폰함에서 다운받은 쿠폰을 찬찬히 보고 그 이유를 깨달았다.


앗차 기간 말고도 "금액" 조건이 있었다!


나는 그제야 내가 쿠폰의 "금액"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 어때는 해당 제품에 사용 가능한 쿠폰이 없는 경우, 예약에서 쿠폰 영역을 아예 제공하고 있지 않았다.



여기어때의 예약 > 쿠폰


사실 내가 쿠폰을 다운받을 때, 조금 더 꼼꼼하게 살펴봤더라면 야기되지 않았을 헤프닝이었다. 사용 가능한 쿠폰이 없으니 당연히 예약에서 쿠폰이 뜨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 나는 왜 당황했던걸까? 다른 앱에서는 쿠폰을 어떻게 제공하는지 빠르게 살펴봤다.


야놀자의 예약 > 쿠폰



그렇다. 내가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던 야놀자에서는 쿠폰이 없는 경우에도 쿠폰 영역을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이 있든 없든 당연하게 쿠폰 영역이 있으리라 예측했다. 사용하지 못하는 쿠폰이라도 어쨌든 다운받은 쿠폰이 있다면 존재 유무가 확인이 되었고, 어떤 조건 때문에 선택이 불가능한지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러니 쿠폰을 사용하고 싶다면 내가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는 지가 바로 그려졌다.


내가 익숙하게 행하고 있던 flow와 여기어때의 쿠폰 사용 flow를 비교해보았다.


쿠폰의 제한 조건을 꼼꼼히 읽지 않은 나와 같은 사용자의 flow를 그려보았다.


야놀자의 경우, 사용자는 해당 제품에 쿠폰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예약단계에서 쿠폰을 사용할 조건을 충족할 것인지 vs 조건을 맞추지 않고 그냥 구매할 지를 "선택"할 수 있다.


만약 특정 조건에 의해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사용자에게 조건 달성이 필요한 기능임을 인지하게 하고, 더 나아가서 가능하다면 어떤 조건을 달성하면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 번외

추가적으로 쿠폰을 팍팍 발급해주는 지그재그도 살펴봤다. 



지그재그도 여기 어때와 동일하게 사용 가능한 쿠폰이 있는 경우에만 출력을 해주는데, 조금 달랐던 점이 있었다. 장바구니에서 구매하기로 넘어가기 전, 적극적으로 사용자에게 쿠폰을 사용할 것인지 묻고 있다. 다양한 쿠폰을 자주 제공해주고 있다보니 이에 대한 혜택을 사용자가 더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인걸까? 


어찌되었든 depth는 늘어날지언정, 사용자 입장에서는 적용할 수 있는 쿠폰을 제대로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으니 좋은 flow라는 생각이 들었다.




Sad

서핏 > 이메일 인증

: 다음 액션을 더 편하게!


나는 서핏을 굉장히 애용한다. 아기자기한 디자인도 그렇고, 성장에 목말라 있는 나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추천해줘서 좋아한다. 


어느날, 내 프로필에 안내 아이콘(점)이 띄워진 것을 확인했다. 프로필에 경고 아이콘이 붙어있어서 들어가보니, 이메일 인증이 필요하단다. 바로 인증 절차를 진행했다. 친근한 친구같은 보이스 톤을 가진 서핏답게 [맞아요]라는 CTA로 인증을 유도하고 있었다.


아래는 [맞아요]를 클릭해 열린 탭의 화면이다. 이메일 확인 완료 페이지도 아기자기한 것이 내 취향이었다.


인증 절차가 완료되었음을 정확히 알려주고 있고, 다음에 사용자가 취해야 할 액션도 고지해주는 점이 좋았다. 한가지 조금 아쉬웠던 점은 "새 탭"으로 다시 서핏을 열어야 인증이 적용된 화면이 띄워지는데, 저 화면에 바로 [새 탭으로 열기] 등의 CTA 버튼이 없었다는 점이다. flow가 계속 이어지도록 인증 완료 화면에 다음 액션에 대한 버튼을 넣어주는 것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싶어서 기존 열려있던 탭 & 인증 창을 리다이렉트 해보았지만 인증 되지 않은 버전으로 유지되었다. 이 부분에서도 인증창 만료 메시지에 신경쓴 것이 보여 그 점은 좋은 경험으로 다가왔다.) 





Question

카카오T > 카테고리

: 광고가 들어간 카테고리의 하이어라키가 궁금하다!


사실 카카오 모빌리티 앱을 애용하는 편은 아니다. (카카오T 택시만 달에 2~3번 쓰는 정도) 

그날도 택시를 타려고 카카오T를 켰는데 문득 카테고리를 보다가 [놉] 이란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위치도 모바일 인터랙션의 주요 영역인 엄지 손가락 근처(thumb zone)에 있었고, 버튼 디자인도 혼자만 달라서 눈에 띄었다.



뭔가 카카오T랑 콜라보라도 한걸까? 프로모션이 있나? 내심 대를 하고 메뉴를 클릭했는데, 단순히 트레일러 영상을 보여주는 사파리 링크로 열려서 실망한 기억이 있다. 택시를 타면 뜨는 지도에 택시 위치에 광고를 붙이는 건 알았지만 메뉴로 보여줄 정도면 사실 뭔가 더 있으리라고 기대한 것이다. 

(원래 그 위치에 그렇게 광고하는 건지는 몰랐다...)


광고 수입 때문에 해당 메뉴를 꼭 넣어야 할 상황은 이해가 간다. 그런데 왜 저 위치에, 메뉴 탭 형태인지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단순 링크 전환이라면 배너 광고는 안되는걸까? 그리고 메뉴의 끝인 [카풀] 옆이 아니라 [시외버스/기차/셔틀]과 같은 육지 대중교통 수단이 있는 3번째 행(row)에 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3행 우측 끝 메뉴를 "광고" 버튼으로 지정해놓은걸까? 아리송하다..


찾아보니 22년 1월 기사에 사용된 이미지에는 메뉴 끝에 광고 메뉴가 존재한다. 계속 메뉴로 광고를 제공하고 있긴 했구나, 뒤늦게 깨달았다. 저 때에는 [카풀] 메뉴 다음에 존재한다. 메뉴 순서에 따른 배치가 아니라 2~3행 우측 끝 "위치"를 지정해놓은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사용 빈도가 가장 높은 "택시"와 가장 멀리 떨어진 위치라서 그런걸까? 


그저 순수하게 이유가 궁금한 주니어입니다..해치지않아요





가끔씩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이건 왜 이렇게 했을까, 이건 좋다, 아쉽다 등 느끼긴 했지만 글로 정리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글로 정리하면서 조금 더 비교해보고 찾아보니, 서비스마다 기획자의 의도가 느껴져서 너무 재밌었다. 각자 치열하게 고민하고 만들었겠지! 어쩔 수 없이 제한된 상황에서 각자 열심히 풀어서 해결하려고 한 노고가 느껴진다. 누군가 흘려놓은 단서를 추리하는 셜록이 된 느낌도 들고..


앞으로도 종종 서비스에 대한 내 사용 경험을 모아서, 글로 엮어 봐야겠다. :)




언제나 의견은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제 생각과 다른 의견이 있으시거나, 알려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편하게 댓글 달아주세요! :)



[출처]

카카오 모빌리티 기사 이미지: https://www.news1.kr/articles/?4564477


P.S. 아무도 궁금하시진 않겠지만..데이터 분석 2편도 작성 중입니다. 잘 정리해서 올려보도록 할게요! 

(왠지 시리즈글은 연달아 올려야 할 것 같은데...자꾸 다른 글이 먼저 써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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