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 #요즘애들
운수가 좋은 날이었다. 한 번 놀이터에 놀러 갔는데 에피소드가 두개나 생겼으니 도랑치고 가재잡은 셈. 와이프도 재미나게 이야기를 듣고 써보기를 권했다. 이에 기록한다.
지금 잠시 머무르고 있는 아파트는 단지가 크지 않아 놀이터가 하나 뿐이다.
그마저도 그네나 시소가 없어서 딸과 근처 다른 아파트의 놀이터에 종종 가곤했다. 큰 평수 밖에 없어서 어린 아이들이 별로 없기도 하다.
놀이학교를 다녀온 딸와 놀이터에 갔다.
늘 가던 메인 입구 쪽이 아니라 다른 쪽으로 간게 탈이었을까.
아파트 보안요원 아저씨에게 인사를 하고 싶다며 손을 잡아끌었다.
아저씨도 반갑게 인사를 맞아주던 차에 아이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저희는 XXX 아파트 놀이터에 가요! 저희는 XXX 아파트 놀이터에 가요!"
'어이 이봐.. 딸.. 그만 두라고! 누가봐도 여기 아파트에 안산다는 얘기잖아!'
입을 틀어 막고 싶은 욕구를 가까스로 조절했다.
거주민만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다른 아파트 놀이터에 가는 게 그다지 탐탁치 않던 차에 예상치 않은 외침?! 을 겪었다.
태연한 척은 더이상 무리인가 라는 생각이 들 즈음 보안요원 아저씨는 친절하게 놀이터 가는길을 설명해주셨다.
전혀 개의치 않아보이셨지만 도망치듯이 그치만 역시 태연하게 빠져나왔다.
놀란 마음을 달래며 딸 그네를 밀어주던 중이었다.
'더 밀어줘 아빠' 라는 아이의 끝없는 요구를 만족시켜주는데, 옆 그네를 타던 5-6살 정도 되보이는 아이가 갑자기 혼잣말을 다 들리도록 얘기했다.
"1등만 중요한게 아니야"
'음..? 여보쇼 너는 또 왜그러니'
그 아이의 보호자인 듯한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짧은 생에 어떤 압박을 받아온건지 짐작할수가 없었다.
더 밀어 달라는 말을 듣고 저런 말을 하다니..
확실한건 1등을 못한 경험이 있고 그에 대해 위로조로 누가 저말을 했다는 것인가..
잘못들은 건가 했지만 아이는 같은 말을 몇번이나 되뇌었다.
"그.. 그래~ 1등만 중요한건 아니지"
그리고 그녀는 영어유치원 버스가 오자 홀연히 떠났다.
아내에게 얘기를 들려주면서 같이 너무 웃고 즐거웠다.
하여간 요즘 애들은 못말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