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는 이제 그만 보자고
매일 글을 쓰자고 다짐했지만 10일 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가만히 앉아서 글이나 쓰고 있을 순 없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써놓은 글들을 뒤져 어떻게든 발행을 할까 고민도 했지만, 매일 글쓰기의 취지와 맞지 않아 포기했다.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도 괴로웠지만, 무엇보다 마음 아픈 건 하강 일변도를 보이는 브런치 통계였다. 꾸준히 50명대를 유지하던 방문자 수가 반토막났다. 글 발행을 멈춤과 동시에 유입이 확 줄어버린 것이다. 그래프만 봐도 그날 글을 발행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증폭이 심했다. 이러려고 네이버 블로그에서 브런치로 넘어왔나. 자괴감 들고 괴로웠다.
네이버는 검색 포털이다. 발행한 글이 검색 페이지에서 상위 노출되면 안정적인 유입이 이뤄졌다. 상위 노출을 따내는 건 하늘의 별따기지만, 일단 올려놓으면 그만한 효자도 없다. 첫 블로그를 운영할 당시, 안락사에 대한 영화를 보고 쓴 글이 최상위 노출된 적 있다. 단 하나의 글로 인해 블로그 방문자가 50명 이하로 내려가는 법이 없었다. 사람들이 내 글을 찾아 읽어준다는 사실은 노력 이상의 보상으로 와 닿았다. 그걸 동력 삼아 더 열심히 블로그 운영에 매진할 수 있었다. 반면 브런치는 플랫폼이다. 검색 포털이 아닌 만큼, 상위 노출로 인한 꾸준한 유입은 기대할 수 없다. '잘 팔리는 글'을 써 구독자 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통계를 의식하면 글이 잘 안 써진다. 읽히는 즐거움을 알고 나면 잘 팔리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때문이다. 여기서 잘 팔리는 글이란 육아나 IT, 패션, 자기계발 등 찾는 사람이 많은 글을 말한다. 이런 분야가 본인의 관심사와 맞으면 상관없지만 관심도 없으면서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그런 글을 쓰는 건 문제다. 한두 번은 잘 먹혀들어도 종국엔 동력을 잃고 말 것이다. 그렇게 글쓰기와 멀어진 경험을 나도 했다. 그런데 좋아하는 글을 쓴다 해도 읽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 역시 힘이 빠진다. 누구나 이런 딜레마를 경험한다. 따지고 보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의 고민도 이와 같지 않은가.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라는 에세이에서 글을 쓰는 동기 중 첫 번째로 순전한 이기심, 즉 남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을 꼽았다. 블로그를 운영하든 브런치에서 작가로 활동하든 통계를 무시할 수 없는 건 이러한 욕망의 발로인 것이다. 이것이 나쁘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한다. 요즘엔 하루에도 수십 번 통계를 확인한다. 방문자 수를 확인하고 일희일비한다. 읽히는 즐거움만 의식한 나머지 쓰는 즐거움을 잃어버렸다. 남들의 눈을 의식하니 글은 부자연스러워졌다. 이 모든 과정 끝에 남은 건, 하루만 글을 발행하지 않아도 방문자가 확 줄어버리는 하루살이 브런치다.
노력하는 자도 즐기는 자는 이길 수 없다 했다. 먼저는 쓰는 즐거움을 회복해야 한다. 좋아하는 분야의 글을 쓸 때 양질의 글이 나오는 법이다. 양질의 글이 쌓이다 보면 찾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다. 그런 선순환을 만들고 싶다. 이쯤에서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를 돌아봤다.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한 통찰과 이십 대의 고민,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한 나름의 결론들을 나누고 싶다'라고 브런치 심사란에 적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내세울 만한 것도 없는 나로서는 자유롭게 글을 쓰며 성찰하고 성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그러니 한 번 더 다짐해본다. 통계는 이제 그만 보고 펜을 쥔 손의 힘을 빼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