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담배를 끊어야지

금연, 다짐과 실패의 연대기

by 현우주


나는 스무 살 때 처음 담배를 피웠다. 친구들과 대성리로 MT를 간 날이었다. 당시엔 흡연자가 대부분이라 '담배 타임'이 될 때마다 다 같이 밖으로 몰려나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비흡연자들에게 담배를 권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술기운에 용감해진 탓이었을까, 내 차례가 왔을 때 나는 순순히 담배를 손에 받아 들었다. 얼마 전에 출시된 '아프리카 룰라'였다. 초짜인 티를 내지 않으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몸은 속일 수 없었다. 눈물이 맺힐 정도로 기침을 해대고 말았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런 신고식은 권유한 자들이 바란 즐거움 중 하나였다) 흡연 경력이 있는 놈들은 뉴비들이 내뱉는 연기를 보고 입으로만 머금는 '겉담'이니, 폐로 들이마신 '속담'이니 판별해대기 바빴다. '도넛'을 만들 수 있는 친구는 추앙받았다. 흡연자 무리에 속하며 얻은 즐거움과 유대감은 달콤했다. 그날 이후 나는 졸졸 따라다니며 한 까치씩 얻어 피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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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중독 이전의 과도기였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다고 자신했으며 '소셜 스모커(혼자 있을 때는 피우지 않고 어떤 모임에 갔을 때만 피우는 사람)'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입대를 하고 자대 배치를 받은 뒤부턴 얘기가 달랐다.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노예처럼 일하다 보니 흡연량은 늘 수밖에 없었다. 하루에 딱 한 개비만 피운다는 손석희라도 이곳에선 골초가 되리라. 군대는 어정쩡한 흡연자나 금연하는 이들의 무덤이었다. 철야 훈련 중 포진지에 납작 엎드려 피우던 담배, 하루 일과가 모두 끝난 뒤 환복하고 피우던 담배, 위병소 근무를 마치고 밤하늘을 수놓은 별을 바라보며 피우던 담배. 이를 마다하고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은 전무했다. 언제든 끊을 수 있다고 자부했지만, 말년엔 완전히 중독되어 버렸다. 흡연량은 이틀에 한 갑 수준으로 늘었고, 한 번 늘어난 양은 전역한 뒤에도 곧잘 줄지 않았다.




담배를 피우면 뭐가 좋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이건 사실 '왜 그딴 걸 하냐'는 질문과도 같지만 곧이곧대로 답하자면 좋은 점은 세 가지다. 첫째, 감정이 해소된다. 나는 우울하거나 답답할 때마다 집 앞 상가촌 골목으로 가 담배를 태운다. 그러고 나면 묵힌 감정이 떠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것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과다 분비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둘째, 단시간 집중력이 높아진다. 휴식시간을 잘 지키면 일의 효율이 오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집중력이 떨어질 때 담배를 피우고 오면 정신은 다시 맑아진다. 니코틴의 충전 주기는 대체로 일정하기에 집중과 휴식의 리듬도 생기게 된다. 셋째, 다른 흡연자들과 친해질 기회가 많아진다. 담배를 태우는 5분 남짓한 시간 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금방 서로가 편해진다. 때로는 예기치 못한 진솔한 대화가 오가기도 한다. 다른 건 몰라도 담배가 가진 사교의 기능은 포기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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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도 나름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몸에 해롭다'는 단점을 덮기에는 역부족이다. 오래 살고픈 생각은 없지만 말년에 아프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 언젠간 담배를 끊어야 할 것이다. 벌써 여러 번 금연을 시도했다. 그러나 한 달을 넘긴 적은 없다. 실패의 원인은 다양한데 두 가지로 추려봤다. 먼저 군대에선 소외되는 게 두려워 금연에 실패했다. 분명 흡연장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갈 텐데, 그 대화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팔짱 낀 채 동기들을 따라나서기 시작했고, 당연히 금연도 실패로 돌아갔다. 둘째, 사회로 나와선 술이 문제였다. 한동안 잘 참다가도 술만 마시면 흡연 욕구를 참을 수 없었다. 금연과 금주를 병행해야 한다는 말은 괜히 하는 말이 아니었다. 다이어트 실패가 요요 현상을 불러오는 것처럼, 잇따라 금연에 실패하며 흡연량도 늘어갔다. 금연은 의지로 해낼 수 없었다. 원인을 분석하고 치밀하게 전략을 세워야 했다.


마침 술을 마실 일이 적은 요즘이 금연하기엔 최적의 타이밍이다. 물론 술만 안 마신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고 이런저런 보조장치들이 더 필요하다. 하기사 5년 넘게 피웠는데 간단히 끊어내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금연에도 많은 전략이 있지만 그중 가장 효과적인 건 금연지원센터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금연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았을 때 금연 성공률이 30%대까지 올랐다는 통계를 봤다. 무료로 제공해주는 체계적인 지원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이익을 기록하는 일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이틀에 한 갑을 피운다면, 금연했을 때 한 달에 13만 5천 원을 절약하는 셈이다. '매달 위아래 옷 한 벌 맞추기' 등의 목표를 정해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이밖에도 약물의 도움을 받거나, 같이 금연할 친구를 구하는 방법을 병행하면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단번에 싹을 잘라내는 일이다. '조금씩 줄여가기'만큼 한심한 전략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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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시 '올해의 다짐 목록'을 만들 때다. 매해 1번은 '뱃살 빼기'였지만 올해는 다르다. '담배 끊기'가 1번이다.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의 수기를 보면, 아침에 몸이 가벼워지고, 피부도 좋아지고, 체력이 늘었다는 증언이 공통적으로 나온다. 모두 내게 필요한 변화들이다. 여기에 '여자들은 담배 피우는 남자들을 싫어해'라는 말을 곁들이니 동기부여는 끝났다. 지금껏 수많은 다짐과 그만큼의 실패가 있었지만 앞으로도 모두 실패하리란 법은 없다. 현명하게 잘 해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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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주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경제부 직업 기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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