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독서를 즐기려면

디지털 디톡스, 편안한 마음과 자세

by 현우주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책을 또 왕창 사버렸다. 지난달에 산 책도 다 못 읽었는데 말이다. 충동적으로 책을 구매하던 버릇은 경기도 청년지원금(100만원)을 받으면서 더 심해졌다. 이제껏 쓴 60만원 중 절반을 알라딘에 바쳤고, 그 결과 책장은 손때 묻은 책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문제는 독서량은 그대로, 아니 오히려 줄었다는 점이다. 군대에서 공들여 들인 독서 습관은 전역하자마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사놓고 읽지 못한 책이 눈덩이처럼 불어가고 있다. 이제는 책 위에 쌓인 먼지를 털어야 할 때다.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도 서점 매대엔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 수두룩하다. 요지는 비슷하다. 책을 삶의 중심에 놓아라, 그리하면 실패하지 않으리라. 책을 많이 읽는다는 건 그만큼 다양하게 사고한다는 뜻이고, 주어진 상황에 올바르게 대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독서를 통해 필요한 지혜를 얻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독서의 중요성을 알아도 막상 책을 펴는 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독서의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떠올린 대안은 세 가지다. 첫째, 스마트폰을 멀리 해야 한다. 넷플릭스, 유튜브, 브런치, 인스타그램... 5.8인치 화면 속엔 쉽게 뿌리칠 수 없는 재미난 콘텐츠가 매일 업로드된다. 당연히 독서는 순위 밖으로 밀려난다. 며칠 전부터 스마트폰 전원을 끄고 생활하는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했다. 목표는 즐거움의 역치를 낮추는 것. 시험기간만 되면 공부 빼고 다 재밌어지는 현상을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수능을 앞두고 『앵무새 죽이기』 원서를 읽으며 즐거워한 기억이 난다. 이처럼 자극적인 오락거리를 멀리하면 책이 가까워진다.


둘째, 무언가를 얻어가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야 한다. 무슨 일이든 취미가 아닌 직업이 되면 하기 싫어지는 법이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정보 혹은 통찰을 얻기 위한 독서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중요한 건 읽는 도중에 기록하지 않는 것이다. 나중에 생각해봄직한 부분만 표시하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독서는 워라밸 중 '라'에 포함돼야 한다. 물론 책을 읽고 사후적으로 정리하는 과정도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하면 좋다. 한 권 한 권 내 것으로 만드는 즐거움도 무시할 수 없는 동기부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편안한 독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제일 어려운 일이다. 리클라이너 의자나, 흔들의자처럼 비스듬한 의자를 알아봤으나 마땅한 제품이 없었다. 요즘엔 책을 누워서 보거나 앉아서 보는데 둘 다 불편하다. 편안한 자세로 오래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온전히 독서에 집중하는 시간도 길어질 것이다. 또한 독서 습관을 들이고 싶다면 전자책도 고민해볼 만하다. 나는 '리디북스 페이퍼 프로'를 쓰는데, 잠들기 전 누워서 보기에 제격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틈틈이 보기에도 좋다. 물론 종이책의 손맛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정리하면, 우선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편안한 마음과 자세로 책을 펴야 한다. 표시는 하되 기록은 부담이 된다면 안 해도 좋다. 전자책은 자투리 시간에 독서를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이밖에도 독서법은 다양하다. 하루에 몇 페이지를 읽을지 미리 정해두는 사람도 있고, 중간중간 메모를 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사람도 있다.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올해 나의 목표는 '100권 읽기'다. 어림잡아 3일에 한 권은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수치엔 큰 의미를 두지 않기로 했다. 독서를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keyword
현우주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경제부 직업 기자 프로필
팔로워 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