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나몰라라 지출을 막아야 한다
정부발 자영업자 손실보상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는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업주들에게 정부가 일정 부분을 보상하는 방안을 담은 제도다. 명분은 충분하지만 문제는 재정이다. 단순 셈법으로도 1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이는 1년 국방 예산(52조원)의 두 배이자, 슈퍼추경이라 불린 지난해 3차 추경액(35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기획재정부는 곧바로 반기를 들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재정은 화수분(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이 아니다"라며 곳간지기로서 응당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국무총리에 이어 대통령까지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마당에, 과연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모든 인과에는 시간차가 존재한다.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가부채 비율을 낮다며 신나게 돈을 지출하는 정부. 그에 따른 결과는 이들이 정치판을 떠난 후에, 혹은 죽은 뒤에 나타날 것이다. 잔혹한 폭탄 돌리기 게임의 패자는 우리일 수도, 우리의 다음 세대일 수도 있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역피라미드형 인구구조로 가뜩이나 미래도 암담한데, 재정건전성이라는 완충 장치마저 위태로워졌다. 당장은 알아차리기 힘든 위기다. 하지만 인구절벽 쇼크는 분명 닥칠 문제고, 그때 연착륙을 하기 위해선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 표만 보고 달리는 어른들의 욜로를 막아야 한다. 더는 '엄카'를 손에 쥔 아들내미처럼 내버려 둘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구심점을 잃은 지 오래다. 모래알처럼 흩뿌려진 채 각자도생이다. 청년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치인은 가뭄에 콩 나듯하다. 득표 논리로 따져봤을 때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리는 까닭이다. 우리가 정치에 무관심한 건 나라 걱정하기 전에 제 살 길 바쁘기 때문이고. 악순환의 굴레에 단단히 얽매인 채, 우리는 원치 않는 미래로 끌려가고 있다. 굴레를 끊어내기 위해선 청년들 사이에 담론의 장이 형성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염세주의와 냉소 어린 시선을 거둘 필요가 있다. 정치를 상스럽게 여기고 젊은 정치인을 마치 방주를 만드는 노아처럼 바라본다면 다가올 홍수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부관참시는 죽은 뒤 큰 죄가 밝혀진 사람에게 내리던 극형이다. 하지만 무덤을 파내어 시체를 벤다한들 산자는 무슨 위안을 얻겠는가. 현실은 그대로인데 말이다. 마찬가지다. 바닥까지 늘어진 영수증을 받아 들고 떠난 정부를 탓해봐야 아무 소용없다. 무관심에 따른 비용은 적지 않고, 부관참시는 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