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은 불편한 호의

팀원들은 리더의 신뢰를 바란다

by 현우주


홈페이지에 순서를 맞춰 글을 올려야 할 일이 있었다. 총 여섯 명의 팀원이, 자정까지 남은 2시간 안에 업로드를 마쳐야 했다. 나는 팀장으로서 일이 잘 굴러가도록 팀원을 다그쳐야 하는 입장이었다. 몇 명 안 되는 인원인데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데 품이 많이 들었다. 두 명은 다음날 일찍 일이 있다며, 다른 팀원에게 업로드를 부탁하고 자러 갔다. 마감시간은 다가오는데 톡방은 잠잠하기만 했다.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노트북을 열었다. 내가 다 하면 된다, 그러는 편이 효율적이며 팀원들은 고마운 마음을 가질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라 할 수 있구나. 팀원들의 아이디로 접속해 업로드를 시작했고 일은 금방 끝났다.


휴대폰이 울렸다. 짜식들~ 눈치챘구나. 날아들 칭찬 세례에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행복회로를 돌렸다. '팀장님이 다 올렸어요?' 물론 내가 올렸지 말이라고 하나. '왜 그랬어요?' 당연히 리더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니 너무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잠깐 통화 가능해요?' 꽤나 감동했나 보군. 하지만 내 예상은 처참히 빗나갔다. 그는 질책을 쏟아냈다. 왜 말도 없이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냐며, 팀원들 간 일정도 맞추고, 고맙다고 선물도 주고받고 했는데 이러면 우리는 도대체 뭐가 되냐며. 허겁지겁 부끄러운 속내를 숨겨봤지만 늦었다. 인정을 바라고 한 행동이었는데 팀원들의 상황만 난처해졌다. 불편한 호의였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곰곰이 곱씹어봤다. 우선 남을 위한 행동인지, 나를 위한 행동인지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 인정이라는 대가를 바란 행동이었고 그러한 행동은 호의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없다. 또한 '귀찮은 일을 대신해주면 고마워하겠지'라는 일차원적인 사고방식으로 그 이면의 역학을 간과했다. 전체를 아우르는 지난한 과정을 건너뛰면 필연적으로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독재는 일처리를 하는데 효율적이지만, 모든 구성원의 상황을 아우르기 위해 민주주의가 필요한 법이다. 마지막으로 팀원들을 신뢰하지 않았다. 내 방식대로 더 나은 결과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팀원의 존재가치를 폄하하는 일은 조직에 해가 될 뿐이다.


아주 사소한 해프닝이었지만 중요한 걸 배웠다. 팀원은 리더의 신뢰를 바란다. 리더는 빈틈없는 일처리를 바라고. 이러한 간극은 불필요한 앙금을 만들어 낸다. 중용의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팀원을 믿는 동시에 일이 원만히 굴러가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리더의 역할은 '적절하게' '잘' 해야 한다는 애매하고 무책임한 말로밖에 설명될 수 없다. 마음에 안 들어도 믿어야 하는 순간이 있고, 독단적으로 일을 추진해야 할 때도 있다. 아무튼 잘못된 일처리에 대한 책임은 리더가 져야 한다. 어려운 자리다. 앞으로 1년 동안 비슷한 고민을 반복하게 될 테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돌아보면 나도 조금은 괜찮은 리더가 돼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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