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대하는 태도

#3 김완 『죽은 자의 집 청소』

by 현우주


영화 ‘스틸 라이프’는 고독한 죽음을 맞은 이들의 장례를 치러주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영화는 주인공이 여남은 유품들로 고인의 삶을 유추하고 추모사를 쓰는 모습, 수많은 이들을 배웅했지만 정작 본인은 쓸쓸한 죽음을 맞은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로 하여금 죽음의 의미를 고민토록 했다.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은 영화를 통해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에 일침을 날렸다. 국내 한 영화사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엿볼 수 있다. “한 사회의 품격은 죽은 이들을 대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사자(死者)에 대한 태도는 결국 그 사회가 살아있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


일찍이 이런 사회문제를 경험한 일본에서는 고독사를 ‘고립사’라고 부른다고 한다. 얼핏 비슷해 보이는 단어지만 엄연히 의미는 다르다. ‘고독’의 뜻을 찾아보면,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즉, 사람의 감정을 묘사하는 단어다. 반면 ‘고립’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어 사귀지 아니하거나 도움을 받지 못하여 외톨이로 됨’이라는 뜻으로 피동의 어감이 강하다. 방점은 '도움을 받지 못하여'에 찍혀 있다. 낱말 하나를 바꿔 고독사를 사회적 문제로 환원하려 한 점은 본받을 만하다. 고독사는 감정의 호소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사회의 인식과 결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죽음이 사회적 담론의 일부로 편입된 건 불과 수십 년 전의 일이다. 아직도 ‘4’ 대신 ‘F’ 버튼을 쓴 엘리베이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사람들은 죽음을 직시하길 꺼렸다. 죽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많기에 해결은커녕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정부의 정책도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다음 달부터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고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담론이 형성돼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그 문제를 잘 아는 사람들이 입을 열어야 한다. 『죽은 자의 집 청소』는 그런 의미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고독한 죽음을 막아라


에세이 『죽은 자의 집 청소』의 저자 김완은 특수청소업자다. 특수청소업자는 일반인이 청소하기 힘든 현장을 청소한다. 주로 고독사 한 사람의 집을 청소한다는 점에서 사람이 죽은 곳을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돌려놓는 직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고독사 한 이들의 시신은 오랫동안 방치되는 경우가 많은데 부패한 시신은 주변에 여러 오물을 남긴다. 돈을 주고 청소업자를 부른다는 건 그만큼 일반인이 감당하지 못할 처참한 광경이라는 뜻이다. 비록 죽음의 현장을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특수청소업자는 떠난 자리를 묵묵히 청소하며 죽음의 의미를 곱씹는다. 왜 이렇게 외로운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었는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한다.


고독사를 다룬 그의 에세이 곳곳엔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는 해법이 나와 있다. "건물관리 회사 직원이 내게 일러준 주검 수습 날짜를 놓고 셈해보니, 전기공급 중단 예정일과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이 겹친다. (...) 이 도시에서 전기를 끊은 행위는 결국 죽어서 해결하라는 무언의 권유 타살은 아닐까?" 저자는 이웃집 앞에 방치된 음식을 보고 자살을 의심하지만 이내 부질없는 걱정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직업병이라고 웃어넘길 만한 대목이지만, 이런 '징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수많은 고독사를 사전에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스나 수도, 전기를 공급하는 업체에서 연체자를 따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건 어떤가. 상습적인 미납은 어쩔 수 없다 치고, 이례적으로 밀리는 경우에 말이다. 방문은 고사하더라도 연락 한 번 하는 건 어렵지 않다. 차가운 종잇장보단 따뜻한 사람의 말이 백 번 나은 법. 때로는 이런 사소함이 사람을 살린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시대에 '게이트키퍼'(자살 위험 대상자를 조기에 발견해 전문기관의 상담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고, 위급상황에서 자살 위험 대상자의 자살 시도를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지원하는 사람, 시사상식사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게이트키퍼 교육을 하는 건 어떤가. CPR과 AED 사용법을 교육해 심장마비 사망률을 낮춘 사례처럼, 이웃주민의 사소한 변화를 알아차리는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고독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상시 신고접수센터를 운영해 의심군과 위험군을 분류 및 관리하는 일도 좋은 대안이다. 이웃을 향한 '친절한 오지랖'이 더 많아질 때 외로운 죽음은 줄어들 것이며,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때 사회의 품격도 높아질 것이다.


이외에도 고독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착화탄 등 자살 도구로 쓰이는 용품을 추적하는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SNS 빅데이터를 이용해 자살 위험군을 선제적으로 선별하는 방안은 저자의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저절로 떠오르는 해법들이다. 하지만 1인 가구수의 증가,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장기화되는 경기 불황 등 고독사의 폭증이 예견된 상황에서 이러한 아이디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구조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 특수청소업이 호황을 맞고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로 고독사를 예방하고 특수청소업이 사양산업이 되는 것, 특수청소업으로 먹고 사는 저자도 바라는 일일 것이다.



어느 청년의 죽음


고독사하는 청년의 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우울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1인 가구 청년들이다. 특수청소업자들에 의하면, 청년 고독사 현장에선 주로 이력서나 고시 관련 서적 등 꿈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발견된다. 대부분 어떠한 사치도 찾아볼 수 없다고. 정처 없이 달리다, 좌절하고 주저앉은 청년들. 마음의 짐이 얼마나 무거웠을지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집을 치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쪽지를 남기고 자살했다는 어느 청년의 이야기가 좀처럼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청년 고독사처럼 모순처럼 들리는 단어도 없고, 이런 말이 들려오는 우리 사회는 과연 건강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청년 자살률이 높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 때문인지 청년 자살 소식을 접할 때의 태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사회를 탓하거나 이 두 가지로 나뉜다. 그러다 보니 정작 그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묻힐 때가 많다. 차차 잊히다, 아니 제대로 알려지기도 전에 통계지표 속 싸늘한 숫자로 전락하고 만다. 2-30년 남짓한 시간 동안 사랑하고, 상처 받고, 때로는 웃기도 했을 그의 이야기를 전해줄 가족도 없다. 고독사는 완전한 죽음이며, 고립은 사형선고다. 그러니 병든 사회를 탓하기 전에, 당장 우리 주변에 고립된 이들이 없는지 확인하자. 오래 전 연락이 끊긴 이들에게 따뜻한 안부 인사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


가장 아름다운, 가장 아름다워야 할 시기에 고독한 죽음을 맞은 이를 우리는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하는가. 청년들의 고독한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 다시, 우리 청년들에게 남겨진 과제다.



keyword
현우주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경제부 직업 기자 프로필
팔로워 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