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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ry Choo May 19. 2021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라는 회사

노동복지에는 미니멀리즘이 없어야한다

나는 미니멀리스트다. 

캐나다에서 유학하면서 자연스럽게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 쪼들리는 생활비에 학비를 벌어야 하는 처지에서 정말 처절한 생존을 위해서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루에 먹는 음식도 정하고 내가 입는 옷도 몇 벌로 정해 놓고 나의 생활은 내 나름의 계획 속에서 생활했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마찬가지다. 캐나다에 있을 때와 조금 다른 점은 옷값이 좀 들어간다는 점이다. 직업 특성상 학원 강사라 보니 학부모나 학생들 보는 눈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서 옷값은 정말 품의 유지비라고 생각하고 쓴다. 옷값이 들어가니 신발, 운동화값도 덩달아 들긴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무작정 미니멀하게만 생활하는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것은 많이 사지 않고 필요한 것 한두 가지로 생활하자 주의이기 때문에 너무 무리하게 먹는 것을 아끼거나 나 스스로 스트레스 주면서 생활하지 않는다. 



회사에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라고?


카톡 단톡방에 사장의 공지글이 올라왔다.


"손 씻고 물기를 화장지로 닦지 않도록 해주세요.

*개인 손수건 사용을 부탁드립니다."


순간 마음속에 욱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이 무슨 개소리야.


손닦는 종이 타올이 휴지통에 있는 것을 보고 아끼려는 마음에 이런 공지가 단톡방에 올라온 것이었다.


화장실에 가려면 늘 안내데스크 옆에 두루마리 휴지를 뜯어서 가야만 했다. 왜냐하면 화장실에는 휴지를 아끼려고 휴지를 비치해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화장실 간다는 것을 늘 안내 데스크에 보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개인 여행용 휴지를 비치해 두고 쓰곤 했다. 이런 상황에 이제는 손 씻고 물기를 화장지로도 닦지 마라? 이런 미친 상황이 있나 이렇게 된 것이다.


이 코로나 시국에 그때그때 종이 타월에 손 닦고 버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개인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라니 정말 헉이다. 


누가 회사에 출근하면서 화장실 손 닦는 용도로 손수건과 행주 같은 타월을 준비할까?


정말 넌센스다. 


뭐든 적당해야지 


이번 사장은 정말 구두쇠다. 사업하는 입장에서 물자 비품 절약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개인 사업 초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어느 창업과 스타트업도 마찬가지 회사 초기에 회사원의 복지를 생각하거나, 비품 소비를 많이 하다가는 회사 자금은 거덜 난다. 주변에 이런 사장님들 여럿 보았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적당히 해야 한다. 모든 부자가 티끌만큼은 푼돈도 아껴서 부자가 된다고 하지만 기본적인 것은 해 줘야 한다.


회사에 커피 믹스가 떨어진 지 한 달이 지나도 사주지 않고,

사무실이지만 아직 돈 아낀다고 복사기 하나 없다.

청소 인건비 때문에 아직 일과 후에 개인 직원들이 청소한다.

간식으로 햄버거를 사 주면서 쿠폰으로 사 오라고 한다.

직원들이 모두 주말에 백팩 하나씩 가지고 온다. 몰래 파지 싸 들고 집에 가려고...


기타 등등



오랜만에 라테~ 오너를 만났다. 


그동안 사회생활 내공을 실전에서 써먹을 시간이 온 것 같다. 



나는 미니멀리스트지만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노동 복지에 대해서는 미니멀하지 않다. 



직장 생활은 적당히 해야 한다


우리의 노동인권은 아직 먼 나라 이야기다. 


회사에 헌신하면 회사 잘 되면 헌신짝 처럼 버려지고 

나의 노동 인권을 이야기하면 다루기 힘들다고 짤리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직장 생활은 적당히 해야 한다. 회사는 내 것이 아니다. 그래서 회사에 몰방할 필요가 없다.


이번처럼 나랑 성향이 맡지 않은 상사를 만나면 더 그래야 한다. 내가 맡은 업무는 확실히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외 플러스알파로 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 직장 문화에서는 억지로 퇴근 늦게 해야 하고 눈치 보면서 일을 해야 하는 문화는 정말 고치기 힘든 걸 알지만 변해야 할 것은 변해야 한다. 



그리고 기대할 것과 기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확실하게 정해서 가야 한다. 직장도 사람이 모여 일하는 곳이라 인정과 친분에 기대면서 일을 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런 따뜻한 마음은 버려야 한다. 


이런 원칙을 실전에 적용해 보자. 이렇게 머리 쓰면서 직장 생활하기 싫었는데 당분간은 철저한 가면을 매일 아침 준비해서 출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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