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영혼들을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은 어디에?
아침 출근 길에 나이 지긋하신 분이
"여기 주민센터가 어디입니까?" 라고 물으셨다
함부로 옆사람에게 말 걸기 어렵게 세태가 변하고
위치정보기술이 고도로 발달되어버린 이 시대에
참으로 오랜만에 정겨운 질문을 받았고
길치에 가까운 내가 알고 있는 몇 안되는 곳이라
친절하고도 자세한 안내를 해드렸다
왠지 마음에 뭔가 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며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다
'길을 알려준다는 건 과연 어떤 의미일까?'
길 잃은 어린 양을 인도하는 목자
배고픈 삶에도 학문의 등불을 밝혀주는 스승
비즈니스의 정글을 헤치고 나갈 혜안을 일깨워주고
지친 가슴에 용기를 불어 넣어 주는 멘토들은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온 사방으로 길을 찾아 헤매다가
이제는 스스로 길이 되어보겠다고 나선
나처럼 어리석고 아둔한 이는
괜히 우쭐대며 잘 모르는 걸 아는 척 하지 말고
내 갈 길은 내가 알아서 가더라도
남에겐 아는 길만 안내하자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자
무책임한 네비게이션의 종착지는 결국 절벽이다
-상처입은치유자 올림-
이번 주는 길을 알려주는 네비게이션을 주제로
스스로의 마음다짐을 해 봅니다